일을 잘하긴 하는데, 매번 이렇게 연봉을 올려줘야 할까?

2026.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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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원할 때 연봉 3XXX만 원에 들어온 코디를 6개월 뒤 200만 원, 1년 뒤 200만 원을 올려줬다고 해보겠습니다.

그 직원에게 주는 돈은 아깝지 않습니다. 예약이 꼬이면 정리하고, 환자가 기다리다 화낼 것 같으면 먼저 설명합니다. 새 직원이 잘못 결제하면 수습하고, 원장에게 물어볼 일과 알아서 처리할 일을 구분합니다.

문제는 내년입니다.

“이번에 X,000만원 을 줬으니 다음에는 또 얼마를 기대하겠지?”
"코디 급여를 어디까지 올릴 수 있지?”
“그런데 이 직원 나가면 새로 뽑고 가르치는 건 또 누가 하지?”

 

한편 다른 코디도 보고 있습니다. 그 직원은 일은 덜 능숙하지만 입사 시기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연봉 차이가 벌어지면 설명해야 하고, 비슷하게 맞춰주면 잘하는 직원이 서운할 것 같습니다.

 

작은 병원의 연봉 고민은 이렇습니다. 직원 한 명의 인상액을 정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앞으로의 인건비와 직원 간 기준까지 함께 정하는 일입니다.

이때 “잘하는 만큼 보상하세요”라는 조언은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미 잘해서 올려줬고, 계속 같은 방식으로 올려줄 수 없어 고민하는 것이니까요.

 

첫 번째로, ‘코디 연봉이 얼마인데’라는 비교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지금 그 직원이 실제로 하는 일을 세 가지로 적어보세요. ‘성실함’, ‘책임감’처럼 사람에 대한 평가는 빼고요.

예를 들면 이렇습니다.

  • 원장이 진료 중일 때 데스크의 예약·접수·수납 흐름을 정리한다.
  • 다른 직원이 처리하지 못하는 예외를 확인하고 마무리한다.
  • 신입에게 업무를 가르치고 오류를 확인한다.

이 일을 지속적으로 맡고 있다면, 단순히 접수·수납을 하는 코디와 같은 역할이 아닙니다. 직함은 코디인데 실제로는 데스크 운영 책임까지 맡고 있는 겁니다.

반대로 일이 빠르고 정확하지만 다른 직원의 교육이나 운영 책임은 맡지 않는다면, 숙련된 실무자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둘 다 가치가 있지만 보상을 설명할 근거는 달라집니다.

 

직함이 같다는 이유로 급여를 맞출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저 직원이 더 마음에 들어서”가 아니라 무엇을 더 맡고 해내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른 직원이 “저도 1년 됐는데 왜 인상액이 달라요?”라고 물었을 때, “그 선생님은 알아서 잘하잖아요”로 답하면 기준이 되지 않습니다.

“근속기간 외에 혼자 처리할 수 있는 업무 범위와 추가로 맡은 책임도 봅니다. 선생님은 우선 예약 변경과 마감 정산을 확인 없이 처리할 수 있는지부터 함께 점검하겠습니다.”

이 정도는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다른 직원의 급여를 공개할 필요는 없습니다.

두 번째로, 지금 하는 일을 다시 ‘인상 조건’으로 내걸지 마세요.

이미 신입 교육까지 하고 있는데 “앞으로 교육도 맡아주면 올려줄게요”라고 하면 직원 입장에서는 황당합니다. 그동안 해온 일은 인정받지 못한 셈이니까요.

면담 전에 아래 세 칸만 채워보세요.

구분원장이 적을 내용
현재 급여에 반영돼야 할 일이미 지속적으로 맡고 있는 업무와 책임
앞으로 새로 맡길 수 있는 일실제로 필요하고, 직원도 맡을 의사가 있는 역할
더 맡기기 어려운 이유데스크가 이미 바쁜지, 권한을 줄 수 없는지, 병원에 추가 역할이 없는지

이렇게 적으면 두 가지 상황이 갈립니다.

현재 역할에 비해 보상이 부족했다면 그 간격을 조정해야 합니다.

반면 현재 역할의 보상은 적절하고 업무도 꽉 차 있다면, 연봉을 올릴 이유를 만들려고 상담·교육·관리 일을 계속 붙이면 안 됩니다.

특히 코디 두 명에 관리실 지원 한 명 정도인 병원에서 “실장으로 올려줄 테니 상담도 맡아주세요”라고 해놓고 접수·수납을 그대로 맡기면, 승진이 아니라 겸무가 됩니다.

역할을 늘려 보상하려면, 늘어나는 일과 함께 빠지는 일도 정해야 합니다. 뺄 일이 없다면 지금은 역할 확대가 가능한 상황인지부터 다시 봐야 합니다.

 

세 번째로, 인상 폭을 낮춰야 한다면 직원이 기대하기 전에 이야기하세요.

개원 초기에는 처음 예상보다 역할이 커지고, 숙련도도 빠르게 올라갑니다. 그래서 짧은 기간에 급여를 여러 번 조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속도가 계속 유지되지는 않습니다.

문제는 원장님만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경우입니다. 직원은 지난 두 번의 인상을 보고 다음을 예상합니다. 연봉 면담 당일 처음으로 “이번에는 많이 못 올려줘요”라고 하면, 금액보다도 평가가 나빠졌다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지난 두 번은 입사할 때 예상했던 것보다 맡은 역할이 커지고, 혼자 처리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난 점을 반영했습니다. 지금 기여를 낮게 보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같은 금액을 같은 간격으로 계속 올리는 방식은 유지하기 어렵습니다. 이번에는 이 정도 조정을 생각하고 있고, 현재 역할과 보상에 대해 선생님 생각도 듣고 싶습니다.”

과거에 실제로 그렇게 판단해 인상했을 때 할 수 있는 설명입니다. 미리 약속한 내용이 있다면 그것부터 확인해야 하고요.

직원이 다른 병원의 더 높은 연봉을 이야기하면, 바로 맞춰주겠다고 하지도, “거기는 일이 더 힘들다”고 깎아내리지도 마세요.

무슨 조건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주 몇 일인지, 야간·토요일 근무는 어떤지, 상담이나 직원 관리까지 맡는 자리인지. 같은 역할과 근무조건에서도 차이가 나는지 봐야 합니다.

 

그다음에는 원장님도 선택해야 합니다. 실제로 보상이 뒤처졌다면 조정을 검토하고, 우리 병원이 감당할 범위를 넘는다면 그 한계를 말해야 합니다.

좋은 직원에게 충분히 주는 것과, 다른 곳의 제안을 매번 따라가는 것은 다릅니다. 상대 병원이 부르는 금액이 우리 병원의 연봉 기준이 되면 다음 협상에서도 같은 고민이 반복됩니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더 주는 돈이 무엇을 해결하는지 보세요.

신입이 계속 바뀌어서 그 직원이 교육과 뒤처리를 떠안고 있다면, 연봉을 올리는 것만으로 그 상황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몇 달 뒤에는 “이 돈을 받아도 못 하겠다”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인상안과 함께 딱 한 가지 운영 변경을 확정하는 편이 낫습니다.

“다음 신입의 기본 교육은 제가 정한 순서대로 나눠 맡기겠습니다. 선생님이 모든 설명과 확인을 전담하는 방식은 바꾸겠습니다.”

또는,

“휴무일 문의는 근무 중인 직원이 저에게 모아서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이 쉬는 날에도 데스크를 봐주는 상태는 끝내겠습니다.”

이런 변화는 급여를 대신하는 핑계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다만 보상을 올려도 계속 쌓이던 부담을 함께 줄여야, 그 인상이 오래 일할 이유로 남습니다.

 

이번 연봉 면담 전에는 세 문장만 준비해보세요.

“지금 무엇을 맡아줘서 이 급여를 주는가.”“이번에는 무엇을 근거로 얼마를 조정하는가.”“앞으로 무엇이 달라지면 보상을 다시 논의하는가.”

이 세 문장에 답하지 못한 채 “나가면 곤란하니까 일단 더 주자”로 결정하면, 올해는 넘어가도 내년에 같은 자리에 서게 됩니다. 원장님에게 필요한 것은 잘하는 직원의 인상을 막는 기준이 아니라, 잘해서 주는 돈과 불안해서 더 주는 돈을 구분할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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