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쓰는 대부분의 글의 시작점은 '대화'입니다. 누군가와 1on1 면담을 했을 때, 코칭이나 조언을 했을 때, 심지어는 술 한 잔 하면서 속 깊은 대화를 나눌 때... 그럴 때 떠오르는 아이디어들이 글로 이어지곤 합니다. 얼마 전 성과평가를 마치고 대상이 되는 팀원들과 면담을 하면서 이 글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분명히 다른 팀의, 다른 업무를 하는 전혀 다른 팀원과 면담을 하는데, 제가 하는 이야기의 방향성은 어제 혹은 그저께의 면담과 닮아 있더군요.
'구성원 맞춤식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해주지 못하는 것인가?'라는 반성하는 마음이 조금 들긴 하였으나, 동일한 이야기가 반복된다는 것은 그 동일한 이야기들이 매우 중요한 메시지구나라는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오늘의 레터는 제가 전하고 싶었던 그 중요한 메시지를 글로 옮긴 내용입니다.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최근 회사의 하반기 성과평가를 진행하였습니다. 전사 성과평가를 총괄하는 것이 제 역할이기도 하지만, 개별 리더로서 제가 직접 결과를 전달하고 피드백을 해야 하는 인원은 총 6명이었습니다. 그중 5명이 2년 차부터 10년 차 사이의 주니어~미들급에 해당하는 인원들이었습니다.
성과평가를 전달하는 것은 꽤나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하루에 1~2명 정도로 나누어서 며칠에 걸쳐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제가 하는 이야기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그 피드백 내용은 비단 이번 성과평가뿐 아니라 평소에도 지속적으로 반복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3가지를, 순서대로 요구합니다
제가 주니어~미들급에게 반복적으로 요구하는 점은 3가지였습니다. 3가지를 동시에 요구하기보다는 순서대로 요구하게 됩니다.
첫 번째 요구사항을 잘 이행하면 두 번째 요구사항으로, 두 번째 요구사항까지도 잘 이행하면 세 번째 요구사항으로 말이죠. 이 글에서는 제가 하는 3가지 피드백 요소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1) 완성도 : 맡은 일을 잘 해냈는가
완성도는 특히 신입급 인력들에게 많이 요구하게 되는 덕목입니다. 말 그대로 업무의 완성도를 의미합니다.
담당하고 있는 업무에 있어서 절차는 적절한지, 기대되는 만큼의 결과물인지, 실수나 오류는 없는지, 업무 진행 속도는 크게 느리지 않았는지 등을 말합니다. 여러 가지 요소들을 나열하긴 하였으나 이를 모두 통합하여 '완성도'를 평가하게 됩니다. 맡은 바 업무를 잘 수행했는지에 대한 부분입니다.
간혹 완성도가 부족한 결과물이 나오면, 보통 화가 나곤 합니다. 물론 다른 항목들이 부족할 때도 리더 입장에서는 화가 나지만, 특히나 완성도 측면이 부족하면 깊은 빡침이 몰려오곤 합니다. 일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지켜야 하는 기본이기에, 지켜지지 않을 경우 '화'를 불러오는 것 같습니다.
가장 기본 덕목이기에, 커리어를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업무를 맡게 된다면 가장 먼저 요구받는 덕목입니다. 맡은 바 업무를 완성도 있게 해낼 수 있다면 해당 업무에 대해서는 신입 티를 벗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과거 제가 '커리어 성장의 5단계'라는 글을 작성한 적이 있습니다. 그중 첫 번째 단계인 "Level 1. 팔로워 단계"에서 요구받는 덕목이며, 이를 잘 완수하면 [레벨 2]로 넘어가게 됩니다.
(2) 주도성 : 본인의 의견을 말하는가
맡은 바 업무에 대해서 완성도를 보이기 시작한다면, 저는 주로 주도성을 요구합니다. 저를 비롯한 리더가 굳이 지시하지 않더라도 자발적으로 일하고, 스스로 판단하고 의견을 내는 수준을 의미합니다.
스스로 업무를 찾고 방향성을 정하고 일하지 않고, 수동적으로 지시에 의해서만 업무가 진행되고 방향성이 결정된다면 성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서, 본인 업무에 대한 주도성을 넘어서 다른 업무에 대한 주도성까지 발휘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본인 영역에서 나름 쌓아온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다른 아젠다들에 대해서도 의견을 개진하고 때로는 그 업무를 본인이 맡아서 해결한다면, 역량 Capa가 크게 늘어나게 됩니다.
커리어 성장의 5단계 중 "Level 2. 잘하는 실무자" 단계에서 주로 요구받게 됩니다. 본인 업무에 대한 주도성을 완전하게 갖추게 되면 "잘하는 실무자" 단계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본인 영역을 넘어서 다른 업무까지 주도성을 가지고 영역 확장을 하기 시작한다면 그다음 단계인 "Level 3. 미니 리더"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3) 의사결정력 : 그 결정은 좋은 방향이었는가
다음으로 요구받는 덕목은 의사결정력입니다. 앞선 단계에서 주도성을 바탕으로 본인 업무 영역을 스스로 결정하고, 한발 더 나아가서 본인 업무 영역 외에 대해서도 의견 개진을 시작하게 됩니다.
주도성을 가지고 의견을 개진하는 것도 훌륭합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그렇게 개진한 의견들이 좋은 방향으로 의사결정된 것인지, 즉 "의사결정력"을 요구받게 됩니다.
앞선 단계를 잘 마친 주니어~미들급 인력이라면 리더 입장에서 개입의 폭과 빈도를 줄여나가게 되고, 리더 개입 없이 스스로 하는 의사결정이 늘어나게 됩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의사결정력입니다.
회사와 사업의 목적성에 맞춰서, 시간과 리소스 분배의 우선순위를 잘 감안하여 좋은 방향성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과거보다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는 리소스의 범위가 늘어났기에 잘못된 의사결정이 가져다주는 부메랑 효과가 더 커졌습니다.
한 번 한 번의 의사결정이 중요해지는 시점입니다. 어떤 업무를 우선할 것인지, 해당 업무에서 무엇이 중요한 목표인지, 반대로 리소스를 덜 투입하고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지를 잘 정의해야 합니다.
업무는 완성도 있게 처리되고, 주도성을 갖추고 업무 영역이 확대되고, 확대된 업무 영역에서 의사결정력까지 잘 갖추었다면, 이제 실무자로서는 완성된 단계입니다. "Level 3. 미니 리더"의 끝단에 있는 수준의 인력이며, 그다음 단계인 "Level 4. 팀장"급 인력으로의 성장을 기다리게 됩니다.
그다음은 뭘까요?
저는 "성과"와 "리더십"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부터는 주니어~미들급 실무자가 아니라 리더의 영역입니다. 리더라면 성과를 책임지고 만들어 낼 수 있어야 하고, 이를 만들어내기 위해 리더십을 발휘하여 조직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성과를 만들어내야 하고 특정 아젠다에 대해서는 리더십을 발휘할 일이 있습니다만, 리더가 된 이후에는 더욱더 중요합니다.
가끔은 이미 지나온 단계가 무너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저는 리더로서 "성과"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사람입니다만, 저도 어떤 업무는 완성도가 떨어져서 지적받기도 합니다. 혹은 의사결정이 잘못되거나, 제가 더 주도성을 발휘해야 하는데 한 발 떨어져서 문제를 지켜보는 실수를 범하기도 합니다.
리더가 아니더라도 주도성을 가지고 좋은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데,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경우에는 주도성과 의사결정력이라는 좋은 덕목을 발휘했음에도 좋은 평가를 받긴 어렵습니다.
다시 말해서 이미 지나온 단계일지라도 앞선 단계가 무너지면,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를 만들어내긴 어렵습니다.
각자 다른 피드백을 모아 보면
커리어에 대한 많은 고민들에 있어서 나 자신에 대한 부분만 따로 떼어서 보면 굉장히 개인적인 문제로 보입니다. 하지만 여러 사람들의 고민들을 모아서 살펴보면 그 안에서는 반복되는 패턴과 유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 또한 그러합니다.
제가 이번에 피드백을 했던 5명의 인원들은 각기 다른 업무를 하고 있고, 보여주고 있는 성과와 역량의 장단점 또한 제각각입니다. 여기에 대해서 제가 각각 개인화하여 피드백을 주곤 하지만, 이를 모아서 조금 추상화를 해본다면, 결국 완성도 / 주도성 / 의사결정력이라는 3가지 키워드가 남는 것 같습니다.
반복되는 키워드인 만큼, 제가 직접 피드백을 하는 우리 구성원들뿐 아니라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이렇게 글의 형태로 옮겨보게 되었습니다. 부족한 글이지만, 성장을 고민하시는 주니어~미들급 당사자들에게도, 그런 구성원들에게 피드백해야 하는 리더분들에게도 모쪼록 참고가 되셨으면 합니다.
구독자분들도 이번 주에는 내가 지금 어느 단계의 피드백을 받고 있는지 한 번 떠올려보는 하루가 되셨으면 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일하는 사람의 생각 노트
백승엽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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