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으로서 가장 곤혹스러운 순간 중 하나는 평가 면담이다.
누가 봐도 에이스거나, 반대로 누가 봐도 저성과자라면 평가 자체는 오히려 쉽다.
그러나 열심히는 하는 것 같은데 좋은 평가를 주기는 애매한 팀원들이 있다.
이런 팀원에게 낮은 평가를 주면 대부분 반발한다.
정말 열심히 했는데 이런 평가는 받아들이기 힘드네요.
이런 상황이 생기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팀장이 팀원을 보는 시선과 팀원이 자신을 보는 시선이 완전히 일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만 팀장은 왜 열심히 했음에도 이런 평가를 주게 되었는지 팀원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설명할 수 없다면 문제는 팀장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일을 열심히 하는 것 그 자체가 성과는 아니다
회사는 성과를 내야 하는 곳이다. 성과가 있어야 살아남고 성장할 수 있다.
성과를 내는 팀원에게 좋은 평가를 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즉 냉정하지만, 열심히 해서 성과를 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지, 열심히 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는 좋은 평가를 줄 수 없다.
문제는 팀원뿐 아니라 팀장도 이 사실을 잊을 때가 많다는 것이다.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높은 평가를 줘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말입니다.
열심히 하는 모습에만 초점을 맞춰, 마땅한 성과가 없는데도 높은 평가를 주면 팀원은 어떻게 받아들일까요?
당장은 기분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좋은 평가를 다시 받기 위해, 성과를 내는 것보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더 신경 쓸 수도 있다.
나도 과거에 한 팀원에게 이런 오해를 심어준 적이 있다. 항상 회사에서 저녁을 먹고 늦게까지 야근을 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일이 정말 많나 보구나, 열심히 하네 라는 생각으로 좋은 말들을 많이 건넸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팀원은 특별히 할 일이 없는데도 매일 회사에서 야근을 했던 것이 드러났다. 회사 식대로 제공되는 저녁도 천천히 먹고 느지막이 들어와 택시 지원이 되는 시간까지 앉아 있다 택시를 타고 갔다. 심지어 야근 시간에 회사 업무를 하고 있지 않았고, 정작 근무시간에 하는 업무들도 빈틈이 많았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내가 단순히 그녀의 야근하는 모습만 보고 좋게 평가하지 않았다면? 업무를 더 자세히 들여다보고 업무 실수를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고쳐야 할 부분이라고 강조했다면 어땠을까? 팀의 업무 성과도 좋아지고 그 팀원도 불필요하게 야근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래서 평가할 때는 ‘열심히’하는 모습에만 매몰되어서는 안 된다. 그 '열심'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봐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노력을 의미 없는 것으로 치부할 필요는 없다.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하더라도, 성과를 내는 데 초점을 맞춘 '열심'이라면, 팀장의 판단에 따라 좋은 평가를 충분히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성과로 볼 것인가
그렇다면 '성과'는 무엇으로 정의해야 할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회사와 팀의 핵심 목표다. 매출, 영업이익, 리드수, 전환율, 이탈률, 고객 불만 건수처럼 회사가 성과를 확인하기 위해 보는 숫자들이다.
이런 수치적 성과는 비교적 명확한 판단 근거가 된다. 팀원이 해당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떤 역할을 했고, 얼마나 기여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성과에는 이러한 수치적 성과뿐 아니라,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조직적 성과'도 있다.
이 팀원은 동료들에게 업무적으로 얼마나 신뢰받고 있는가.
복잡하고 어려운 협업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적극적으로, 능동적으로 움직이는가.
동료를 배려하고 존중하며, 함께 일하는 사람에게 나도 저 사람처럼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가.
이런 기여는 숫자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래서 팀장은 결과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팀원이 어떻게 일하는 지도 관찰해야 한다. 일방적인 나의 시각만 믿을 게 아니라, 다면평가를 통해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렇게 수치로 드러나는 성과와, 조직에 대한 기여를 보는 조직적 성과를 함께 살핀 후, 평가 면담을 진행하면 조금 다른 상황이 연출된다. 낮은 평가를 받은 팀원들도 아쉽지만 대체로 평가를 받아들인다. 또 앞으로 어떤 부분을 더 보완하면 좋을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다음에는 무엇을 달리해야 하는지 같은 생산적인 대화로 이어지기도 했다.
평가는 주관적이다. 그래서 그 주관의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팀원을 다양한 관점으로, 입체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팀원들도 안다. 사람의 성과를 드래곤볼 스카우터처럼 정확하게 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것을. 그러나 팀장이 얼마나 자신을 사려 깊게 관찰했고, 최대한 공정한 평가를 내리기 위해 노력했는지 알게 되면, 팀원들도 이해하고 수긍한다. 낮은 평가를 주었음에도 팀장을 오히려 더 신뢰하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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