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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이번 주말에 나름 핫했던 뉴스 봤어? 네이버가 빅히트에 지분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인데, 케이팝을 키워드로 팬덤 플랫폼 비즈니스를 강화할 거라는 예측이었어. 사실 이 루머는 작년 11월에도 있었는데, 그때는 네이버와 빅히트가 합작 법인을 만들어 미국에 진출한다는 내용이었어.
어쨌든 '케이팝'이야말로 현재 가장 글로벌한 한국 아이템이니까 네이버와 빅히트의 결합은 말이 되는 얘기지. 그런데 지금 이런 루머나 예측이 겨누는 반대편에는 NC소프트가 28일에 출시할 예정인 '유니버스'가 있어. 1월 21일 기준으로 사전 예약이 400만을 돌파했다는 케이팝 콘텐츠 플랫폼.
오늘 얘기는 바로 이거야. NC 유니버스, 잘 될까?
1. UGC: 유니버스의 진짜 경쟁력?
유니버스의 사전예약자 수는 400만 명을 넘겼어. 전 세계 188개국 대상이라 해외 이용자 비중은 80%에 달한다고 해. 유니버스는 한국어, 영어, 일본어 총 3개 언어를 제공하면서 전 세계 팬들의 온·오프라인 '덕질'을 모바일에서 즐길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이야. NC의 자회사 '클렙'과 함께 운영하고 있어.
오리지널 음악 콘텐츠인 '유니버스 뮤직'과 오리지널 예능 콘텐츠인 '유니버스 오리지널'을 제작하고, 2월 14일에는 온라인 합동 콘서트 ‘유니-콘(UNI-KON)’을 준비하고 있다고 해.
'유니-콘'에는 강다니엘, 더보이즈, 몬스타엑스, 박지훈, 씨아이엑스(CIX), 아스트로, 아이즈원, (여자)아이들, 오마이걸, 우주소녀, 에이비식스, 에이티즈, 위아이, 크래비티까지 총 14팀이 출연 예정.
'유니버스 뮤직'에서는 26일에 아이즈원의 신곡 "디디댄스(D-D-DANCE)"를 발표하고, '유니버스 오리지널'에서는 강다니엘과 몬스타엑스를 주연으로 <에이전트 블랙잭 K>와 <에어리어 51 : 더 코드>를 퍼블리싱할 예정이야. 둘 다 외계인이 등장하고 추리 게임과 타임슬립을 소재로 삼았는데, 유니버스의 독립적인 세계관 아래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라고 함. 이 시리즈에는 총 11팀의 오리지널 콘텐츠가 만들어진다고 해.
이렇게 보면 케이팝 아티스트들이 출연하는 독점 콘텐츠로 사용자를 묶어두겠다는 생각인 것 같아. 그런데 NC소프트는 나름 게임을 기반으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회사야.
그렇게 보면 핵심은 오리지널 콘텐츠가 아니라 인공지능 기술에 있고, 그를 통한 UGC(User-Generate Content) 확보에 있는 것 같아. '스튜디오'와 '콜렉션'이란 섹션이 바로 그거야.
유니버스에는 팬덤 활동을 기록하고 보상해주는 ‘콜렉션(Collection)’과 아티스트의 가상 캐릭터를 꾸미고 뮤직비디오도 직접 제작하는 ‘스튜디오(Studio)’ 섹션이 있어. 사용자는 콜렉션 섹션에서 팬아트, 커버 영상 같은 2차 창작물을 전시해서 추천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음반 구입, 콘서트 예매, 굿즈 구매 기록을 남기면서 누적 횟수에 따라 보상을 받을 수 있어. 리니지M에서 아이템을 모아두면 능력치가 높아지는 것과 비슷한 구조랄까.
스튜디오는 이런 2차 창작물을 기술적으로 지원하는 공간이야. 유니버스에 참여한 아티스트들은 모션캡처와 바디 스캔 등에 직접 참여했는데, 사용자는 이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캐릭터에 의상과 소품을 적용해 꾸밀 수 있고, 이 캐릭터를 활용해 뮤직비디오도 직접 제작할 수 있어.
자유도가 매우 높진 않겠지만,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고 그걸 수집해둘 수 있다는 점에서 팬들의 관심을 끌 가능성이 높은 것 같아. 여기에 아티스트의 실제 목소리로 제작된 인공지능 보이스로 프라이빗하게 메시지와 전화를 받을 수 있는 기능이나 '팬 활동으로 얻은 수익은 아티스트에게 돌아갑니다'라는 안내가 팬들의 만족도를 자극하지.
홈페이지에서 참여 아티스트들의 AI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으니 들러봐.
2. NC소프트는 IP 비즈니스의 꿈을 꾸는가?
그거 알아? NC소프트의 NC가 'Next Cinama'였다는 거? 1997년 창업 당시 NC는 'Next Company'라는 뜻이었는데, <리니지>의 대성공 이후 'Next Cinama'라고 뜻을 바꿨다고 해.
1895년 12월 28일, 뤼미에르 형제가 상영한 <열차의 도착>부터 영화는 언제나 첨단 테크놀로지와 스토리텔링이 결합된 예술이었으니, 게임이 그런 지위를 얻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 마음은 2015년 무렵부터 본격화되었던 거 같아. <블레이드 앤 소울>을 바탕으로 뮤지컬과 웹툰을 제작한 것도 그 즈음이었으니까. 당시 나도 NC소프트와 미팅을 한 적이 있는데, 담당자에게 김택진 대표가 집중 관리하는 신사업이라는 얘길 들었어. 하지만 잘 풀리진 않았던 것 같아.
이렇게 게임을 엔터테인먼트 영역으로 확장하려는 생각은 게임을 기반으로 IP 비즈니스를 전개하겠다는 의도였겠지. IP가 중요하다는 건 이제 콘텐츠 비즈니스에서는 상식처럼 여겨져. <스타워즈>, <건담>, <아이언맨> 같은 유명 프랜차이즈 뿐 아니라 카카오 프렌즈와 방탄소년단 등이 모두 성공적인 IP 비즈니스 사례를 만들려고 애쓰고 있으니까.
그런데 업종을 넘어서는 IP 비즈니스를 전개하려면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해야 해. 각각 다른 산업의 고객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자연스러움.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IP 비즈니스는 공허한 꿈이 될 뿐이거든. 요거는 나중에 더 설명할 테니까 일단 NC가 그동안 어떻게 노력했는지를 보자.
2016년, NC는 유명 아티스트들과 협업해 오프라인 공연과 음반을 제작한 '피버 뮤직 페스티벌'을 시작했어. 작년에는 엑소(EXO)의 세훈&찬열, 선미, 빈지노, 헤이즈, 하성운, 마마무, AB6IX, 정준일, 권진아, 셀럽파이브, 이영지, 윤현선, 김민규, 윤상 등이 출연했음.
그리고 2017년에는 '스푼즈'라는 캐릭터를 만들어. <블레이드 앤 소울>과 <아이온: 영원의 탑>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에서 모티브를 얻어 개발한 캐릭터 브랜드로 처음엔 NC의 캐릭터라는 걸 알리지 않았다가 2018년에 자사 브랜드라는 걸 공개하면서 미니 게임과 단편 애니메이션, 웹툰을 제작하고 여러 브랜드와 콜라보레이션도 진행했어.
그 중 하나가 뉴이스트와 발표한 음원 "I don't care(with spoonz)"였어. 뉴이스트는 스푼즈의 홍보모델로도 활동했지.
2018년부터 NC는 본격적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도전했던 것 같아. <옥자>, <아가씨>, <설국열차> 등 180여 편의 영화에서 특수효과를 담당한 '포스크리에이티브파티'란 회사에 220억을 투자했거든. 그리고 연합뉴스와 자연어 처리에 대한 기술 협력 등, 인공지능 미디어 공동연구도 시작했어. 그 결과는 NC의 인공지능 기반 야구 정보 서비스인 ‘페이지(PAIGE)’에 반영되었고.
그러다가 2019년, 영화제작사 '메리크리스마스'에 100억을 투자해. 송중기, 김태리가 주연하는 한국 최초의 우주 SF 영화, <승리호>의 제작사.
그리고 '메리크리스마스'는 얼마 전 코스닥 상장사인 '위지윅스튜디오'에 인수되었지. 세계적인 VFX 기술을 가진 회사인데, 2018년 상장 이후 예능/드라마 제작사, 웹툰 제작사, 영화 배급사 등을 인수하며 몸집을 키웠어. 유니버셜 스튜디오, 월트디즈니 같은 콘텐츠 IP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생각인 거지.
NC는 이런 위즈윅의 구도를 활용하면서 오랫동안 꿈꾸던 IP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물론 이런 구도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독자적인 회사도 필요해. 자회사 '클렙'이 바로 그 회사야. 2020년 8월에 설립한 클렙은 '엔터테인먼트와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만들어진 회사였어. 그러니까 그게 바로 유니버스.
한편 NC는 유니버스를 발표한 후, CJ ENM과 합작법인을 만들기로 했어. 한-중-일 연합 걸그룹 프로젝트인 ‘Girls Planet 999’를 함께 제작하기로 한 거지. 유니버스가 공식 플랫폼이 되고, CJ ENM이 방송을 제작하는 구도가 될 것 같아.
3. 팬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
이거 기억나지? NC 다이노스가 코리안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우승했을 때의 세레머니야. 양의지 선수가 집행검을 뽑을 때의 그 충격과 감동. 이 영상 마지막에 "양의지, 양의지 사줘!"라고 다급하게 외치는 다이노스 팬의 목소리와 김택진 대표의 표정에 주목해줘. ㅋ
사실 "유니버스가 잘 될까?"라는 질문의 답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해. 당연히 망하진 않겠지. 문제는 지속가능함이고, 이 지속가능한 구조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봐.
여기서 핵심이 팬덤, 그러니까 고객일 거야.
나는 팬덤 비즈니스는 '마음의 비즈니스'라고 생각해. 왜 마음의 비즈니스일까? 누군가를 한 번이라도 좋아해 본 사람이라면 이해할 거야. 마음에서 모든 게 시작되거든.
그래서 나는 2021년 이후의 콘텐츠 비즈니스에서 가장 큰 문제는 바로 '관계'라고 생각해. 인공지능이나 AR, VR 같은 기술적인 영역은 사실 금방 바뀌거든. 신 기술이 적용되는 분야는 상상을 초월할 만큼 매우 빨리, 또 광범위하게 넓어질 거야.
여기에 시장은 글로벌로 재편될 수밖에 없을 거고. 이게 우리 입장에서는 '밖으로 나가는 거'지만,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는 '시장 하나를 늘리는 것'으로 봐야 해. 그 점에서 우리는 서울에서 글로벌 비즈니스를 전개하는 상황이 벌어지겠지.
이런 상황에서 경쟁은 갈수록 심화되고, 새로운 아이디어, 새로운 포맷은 금방 추월당할 거야. 경쟁력은 기술이 아니라 '고객'과의 접점을 만드는 데 있어. 새로운 소비자를 '발명'해야 하는 거지.
이때의 승부처는 무엇일까? 나는 그게 '시간'이라고 생각해. 관계의 핵심은 시간이니까. 어느 정도의 시간을 통해 공유하는 경험, 메시지, 신뢰는 비용으로 떼울 수 없어. 혹은 이전보다 더 어려워지겠지.
사용자의 시간을 점유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사용자와 신뢰 관계를 축적하는 시간이 앞으로의 콘텐츠 비즈니스에서는 진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봐. 이 시간을 견디는 쪽이 비즈니스의 승자가 되지 않을까.
앞서 '고객들이 거부감을 느끼지 않을 자연스러움'이 중요하다고 했는데, 그게 바로 이 얘기야. 게임 유저들이 케이팝 콘텐츠를, 케이팝 팬덤이 시네마틱 콘텐츠를, 영화 팬들이 케이팝 아티스트를 어색하지 않게 여기는 일.
대중문화를 연구하는 입장에서 '대중'은 늘 보수적이고 완고한 집단으로 여겨지는 게 사실이야. 익숙한 것을 버리는데 익숙하지 않지. 그걸 자연스럽게 만드는 게 감수성이고, 그 감수성을 전달하는 게 스토리텔링이라고 봐. 그리고 여기에는 시간이 필요하지.
네이버와 빅히트의 지분 교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앞으로 케이팝 콘텐츠 비즈니스의 구도는 크게 '빅히트+넷마블+네이버' vs 'NC소프트+CJ ENM'의 구도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이 그림은 단지 어떤 분야의 경쟁 구도가 아니라 케이팝, 플랫폼, 게임, 콘텐츠, 유통/배급이 모두 뒤엉키는 구도야.
SM엔터테인먼트의 '리슨', MBC의 '뮤빗', 스페이스오디티의 '블립' 그리고 슈퍼팬/팬립/스타플레이/펜딩 등 다양한 기존의 팬덤 서비스/플랫폼이 '로컬' 구도였다면 앞으로는 '와이드'의 구도로 넘어간다는 뜻. 더 넓은 범위에서 팬을 만족시키는 일, 나아가 팬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이 필연적일 것 같아.
그 점에서, "양의지 사줘!"라고 외친 다이노스 팬의 마음과 그 말을 흘려듣지 않았을 김택진 대표가 모두 의미심장한 것 같아. NC소프트가 수년 동안 게임 밖으로 나와 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영역을 두드리며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쌓은 것 역시 중요할 것 같고.
자, 오늘은 여기까지. ^^
당분간 여기서 어떤 일이 더 벌어지는지 지켜보고 정리해야겠어.
아, 홍보 하나 할게!
내가 트레바리에서 클럽을 운영하고 있거든. 그동안 트레바리에서 '음악 산업'과 '팬덤'에 대한 클럽을 운영했는데, 이번에는 팬덤에 대한 클럽 하나만 진행하게 됐어. 기존의 클럽이 주로 '팬덤에 대한 이해'를 목표로 했다면 이번에는 '팬덤을 만드는 방법론과 사례' 위주로 리뉴얼했어. 책에 없는 내용을 내가 50분 정도 발제한다는 게 특징이랄까.
그리고 2월부터는 뉴스레터를 부분 유료로 운영할 예정이야.
토요일의 <커피 브리핑>은 무료로, 일요일의 <드래프트 브리핑>은 유료로 운영할 생각인데, 가격은 월 1만원이야. 유료 구독자에게는 앞으로 진행할 모임이나 유료 콘텐츠에 대한 할인도 준비하고 있어. 이거는 별도로 안내할 생각.
앞으로도 잘 부탁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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