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Z세대는 왜 소셜 미디어를 떠날까?

Z세대는 흔히 '디지털 네이티브'로 불리지만, 정작 Z세대의 내부에는 소셜 미디어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과 피로감이 확산되고 있다. 2025년 3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세대에게 세대를 묻다] 조사는 Z세대가 다른 어느 세대보다 소셜 미디어를 불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2024년 6월에 약 4,000명의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딜로이트가 조사한 [디지털 소비자 조사](2025년 2월 발행)는 Z세대의 29%가 지난 1년간 소셜 미디어 앱을 삭제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해서'(25%),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를 봐서'(21%),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20%)를 꼽았다. 

디지털 환경에서 나고 자라 소셜 미디어를 가장 활발히 사용한 세대가 그곳에서 유통되는 정보 신뢰도에 대해서는 매우 비판적이고, 막연한 피로감을 넘어 스스로 소셜 미디어 사용을 통제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1️⃣ '광장'을 떠나는 Z세대

Z세대의 '탈(脫)소셜 미디어' 현상은 이 세대가 소셜 미디어를 완전히 끊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들은 불특정 다수에게 나를 전시하는 방식에 염증을 느낀다. 크게 세 개의 원인을 꼽을 수 있다. 

이런 요소들은 콘텐츠 전략을 '어떻게 보여줄까'가 아니라 '어떻게 관계 맺을까'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준다. 이 세대의 변화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핵심인 '연결'과 '소통' 방식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Z세대는 소셜 미디어에서 어디로 이동하고 있을까? 바로 '디지털 정원(Digital Garden)'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인스타그램, 틱톡, 페이스북처럼 모두에게 열린 공개적인 공간은 디지털 광장(Public Square)이다. 이렇게 열린 장소에서는 '전시'와 '발견'이 중요해진다. 하지만 이와 정반대의 장소도 있다. 디스코드, 텔레그램, 그룹 채팅 같은 폐쇄적인 커뮤니티는 디지털 정원(Private Garden)이다. 이곳은 '소속감'과 '안전한 교류'를 제공하는 장소다. 

이런 '디지털 정원'에 모인 젊은 세대는 알고리즘의 방해 없이, 자신의 취향이나 관심사가 맞는 사람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다. 광장에서 벗어난 장소라면 어디든 상관없다. 이러한 정원들은 눈에 띄지 않는다. 검색엔진에도 걸리지 않는다. 모르는 사람들이 불쑥 불쑥 찾아오지도 않는다. 이런 장소에서는 확장이 아니라 깊이가 중요해진다. 철학적 개념에서 '심도(深度, depth)'라는 것이 실감된다. 표면적인 이해를 넘어 주제나 개념을 깊이 있게 탐구하고 분석하며 철학적 사유, 이해의 깊이를 경험한다. 

이런 폐쇄된 공동체는 디스코드 같은 커뮤니케이션 툴에 국한되는 건 아니다. 로블록스의 특정 게임 채팅방도 디지털 정원이 될 수 있고, 위버스 같은 팬 플랫폼도 디지털 정원이 될 수 있다. 심화된 디지털 환경, 애초에 디지털에서 나고 자란 세대에게는 네트워크를 통한 관계의 확장이 아니라 네트워크로 이어진 관계 그 자체가 절실해진다. 

이런 관점에서 소셜 미디어를 떠나는 Z세대의 새로운 공동체는 곧 존재론적 질문으로 환원될 수 있다. 이것은 단순히 넥스트 커뮤니티는 무엇인가, 혹은 팬덤 커뮤니티의 사업성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다. 

2️⃣ 슈퍼 팬 이론에 대한 반작용: Z세대의 새로운 아티스트들

이러한 Z세대의 특징이 강화되면서 팬데믹 중이나 이후에 등장한 Z세대 아티스트들도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이들의 여정은 기존 공식을 따르지 않고 새로운 방향을 향한다. 다시 말해, 이들은 인스타그램의 팔로워 수가 적거나, 혹은 아예 소셜 미디어 계정이 없거나, 소규모로 자신만의 비공개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음악과 메시지를 공유하며 팬들과 밀도 있는 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의 등장은, 앞서 언급한 딜로이트의 보고서에서 'Z세대가 인플루언서 콘텐츠의 진실성을 믿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 그리고 한국언론진흥재단의 'Z세대가 SNS의 사회 이슈 정보를 가장 믿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와 모두 일맥상통한다. 이것을 소셜 미디어 기반의 인간 관계에 대한 회의론이라고 정의하면, 새로운 아티스트들이 '인플루언서' 모델에서 벗어나고, 팬들이 고관여 소비자에서 벗어나면서 양쪽이 좀 더 진지하고 진실된 공동체적 관계를 맺는 현상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공급자적 관점에서 강조되는 '슈퍼 팬 이론'에 대한 반작용일 수 있다. 

✅ Magdalena Bay

L.A. 기반의 신스팝 듀오 Magdalena Bay는 틱톡에서 "Killshot"이라는 곡이 바이럴 히트를 기록하며 등장했다. 당연히 레이블은 "틱톡 인플루언서가 되거나 고백적인 비디오를 만들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이들은 틱톡으로 떴지만 틱톡과 다른 방식으로 활동하고 있다.

Magdalena Bay는 실험적인 신스팝 사운드와 DIY 미학을 결합하고 강렬한 시각 요소를 통해 정체성을 강조한다. 앨범의 콘셉트, 곡의 구성으로 인해 프로그레시브 록과 신스팝의 경계를 오가는 것도 특징이다. 덕분에 이들은 예술적 실천으로 알고리즘을 능가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틱톡과 유튜브 중심으로 작동하는 음악 업계의 상식 같은 가정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셈이다. 

그럼에도 Magdalena Bay는 틱톡을 완전히 배제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틱톡에 종속되는 방식을 거부하며 독자적인 창작 활동의 지속가능성을 발견했다고 하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수용/거부'라는 이분법적인 접근을 넘어선 미묘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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