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카드의 기쁨과 슬픔(10) | 우리 모두 수고했어

올해 3월 이 연재를 시작했다. 포토카드의 세계에 입문한 사연이 처음이었다. 2020년 1월부터 앨범과 포카를 모았으니 1년 넘게 묵은 이야기였다. 돌덕질(아이돌 팬질)을 그렇게 길게 하면서도 포토카드라는 존재를 확실하게 인식하고 집착하기 시작한 건 1/10도 안 될 정도로 짧다는 거다. 

초반에는 절판(SM은 새 앨범 예약판매할 때조차 품절이 뜨는 극악의 재고포비아=Phobia 회사다, 이것은 수많은 슴돌덕들이 증언해 줄 수 있는 진실이다)된 앨범, 절판까진 아니지만 얼레벌레 희귀반이 되어버린 앨범을 찾아다니느라 하루에 매장만 7~8군데를 돌았다. 그건 정말 사랑과 열정이라고 밖엔 설명할 수 없다. 그때가 지금보다 단 몇 개월이라도 젊었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입덕을 인정하고 제(대로 된) 페이스에 맞춰가다 보니 앨범(+포카) 구하기는 약간 수월해졌다. 원하는 포카가 나올지 말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구조(랜덤)는 변함없지만, 시중에 앨범이 없어서 못 사는 일만은 피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는 물량 공세에 나섰다. 일반 구매보다 단가가 싼 공동구매를 할 때 같은 앨범을 2장도 사고 4장도 샀다. 멤버별 표지가 나오면 왠지 모를 의리(!)가 발동해 전부 샀다. 아, NCT 단체 앨범 2n종을 다 사진 못했다는 사실을 밝혀둔다. 

내 지갑 괜찮니...?

나는 NCT의 거의 모든 유닛에 다 참여하고 있는 마크를 가장 좋아한다. 그는 거의 쉼 없이 일한다. NCT 127, NCT DREAM을 오가며 활동하고 종종 NCT U로도 나온다. 거의 매년 앨-굿-앨-굿(앨범과 굿즈가 끊임없이 나오는 것을 말함) 무한 굴레가 이어진다는 것을 입덕하고 나서야 알았다. 팬들이 모이는 커뮤니티에 ‘마크 팬들 지갑 괜찮니?’라고 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이유다. 127과 DREAM을 같이 덕질하는 해찬 팬들도 비슷한 질문을 자주 듣는다.

지갑이 괜찮을까? 당연히 아니다. 애초에 두둑했던 적이 없는 지갑과 통장이다. 앙상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우리에겐 신용카드라는 물건이 있다. 미래의 내가 성실히 갚겠지 하는 알량한 마음으로 긁으면 돈이 빠져나간다는 감각조차 희미하다. 작년에 덕질에 얼마를 들였나 정리해 본 적이 있었는데 대략 400만원 이상이 나왔다. 일부 누락된 게 있으니 실제로는 더 많은 돈을 썼을 것이다. 앨범과 굿즈의 비중이 80% 이상이었을 테니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아도 320만원은 썼다는 소리다.

일 년이 열두 달이니 그걸 나누면 소름 끼치는 과소비까진 아닐 수 있다. 하지만 숫자로 정리된 결과는 좀 더 또렷하게 다가왔다. 데뷔한 지 수 년이 지난 아이돌을 뒤늦게 좋아하니까 초기 비용이 많이 들었다는 걸 감안해도 상당한 수준이었다. 앨범을 종류별로 하나씩만 샀고 포카를 수집품으로 생각하지 않았기에 미미한 수준이었던 지출이 엄청나게 불어난 셈이다.

덕질은 한정된 자원과 시간의 문제

그래서 지금은? 최애 포카를 얻기 위해 무리해서 앨범을 사거나 하지는 않는다. (나는 같은 종류의 앨범을 3장 사면 많이 산다고 생각한다) 돈도 돈인데 자꾸만 부동산의 문제가 되어가는 탓이다. 들여놓을 데가 없다. 그보다 더 아찔하게 다가오는 문제는 바로 ‘보관’이다. 포카 손상을 막으려고 투명 비닐을 씌워 콜렉트북(콜북)이나 바인더에 넣는데, 오랜 시간 그 안에 있다 보면 포카와의 밀착도가 높아진다거나, 세월의 흐름에 따른 변색 등이 일어날 수 있다. 

박물관 유리함처럼 넉넉한 곳을 마련해서 제때 청소하고 환기하고 해는 못 들게 하고… 이렇게 최고급으로 관리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온갖 애를 써서 모으고도 근심하고 마는 거다. 이건 순전히 내가 꼼꼼하고 부지런하지 못한 사람이라 그럴 수 있다. 

이번에 나오는 NCT DREAM 겨울 앨범은 멤버별 표지로 된 디지팩을 1세트만 사고 포토북도 2개만 샀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구성으로 공구를 2개는 탔을 텐데. 무언가를 둘 만한 나만의 장소가 충분하고 돈이 많다면 내일이 없는 맥시멀리스트처럼 사들이겠으나, 마냥 그럴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고 내 가수를 향한 나의 마음이 작아졌다고 여기진 않는다. 한정된 자원과 시간을 가진 상황에서, 하고 싶은 걸 모두 할 수 없으니 방향을 튼 것뿐이다. 앞으로도 무수하게 포카를 뽑아낼 것이고, 물론 예쁠 것이고, 나의 ‘갈망’을 끌어낼 수 있겠지만, 이제는 조금 내려놓으려고 한다. 대신 콘서트 관람에 집중할 예정이다. 가까운 나라를 시작으로 월드 투어에도 가 보는 게 새로운 목표가 됐다. 

앨범이 나올 때마다 최소 1장은 살 거니까 포카 모으기를 완전히 멈추는 건 아니다. 기대했던 포카가 나오면 짜릿하고 아니면 아쉽고 하는 일희일비는 반복될 것이다. 다만 포카를 얻어내기 위해 버거움을 무릅쓰고 구매하진 않을 것 같다. 

어쩌면 너무나 개인적이고 그다지 특별한 것 없는 ‘포카 경험담’이었는데,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하고 싶다. 카메라 앞에서 이 사진이 채택이 될지, 앨범 포카가 될지 굿즈 포카가 될지 잘은 몰라도, 팬들이 좋아할 걸 생각해 얼마나 멋지고 예쁘고 귀엽고 기발한 포즈와 표정을 지을까 고민한 아티스트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또, 포카를 구하기 위해 기력과 돈과 시간을 쓴 수많은 팬들에게도 너무나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 고단함을 이해하고 공감하기에. | DJ 핑크블러드💉

📻 옥상달빛 - 수고했어 오늘도

제곧내.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__________
내일의 음악 산업 ©TMI.FM | Instagram
무슨일이죠? | 왜죠? | 어떻게하죠? | 참고하세요 | 비즈니스모델 | 인터뷰 | 팬덤연구소 | A.I. | 웹3 | 리뷰 | 고민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