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만난 세계"는 어떻게 공동체의 노래가 되었나

내일의 음악 산업이 어떤 모습일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오늘의 음악 산업이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건 분명합니다. 이런 시끌벅적한 때에 케이팝 산업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한 아이디어와 사례를 공유합니다.

👉 공동체의 노래가 된 "다시 만난 세계"

12월 7일과 14일에 국회 앞에 있었다. 7일에는 국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부결되었고, 14일에는 가결되었다. 알다시피 이번 집회는 케이팝과 응원봉이 지배했다. 나와 내 파트너도 스봉이(에스파 응원봉)와 빙키봉(뉴진스 응원봉)을 들고 거리에 있었다. 그곳에서 울려 퍼진 노래 중 가장 인상적인 것은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다만세)"였다.

윤석열 탄핵 순간 여의도에 울려펴진 노래들 Ver.1 | 2024.12.15

7일과 14일의 "다만세"는 그 의미가 달랐다. 탄핵안이 부결되었을 때의 "다만세"에는 '꺾이지 않는 각오'가 묻어 있었다. 가결되었을 때의 "다만세"에는 '우리가 이겼다'는 기쁨으로 가득했다. 14일 오후 5시, 탄핵안이 가결되었다는 소식과 동시에 국회 앞 무대에서 "다시 만난 세계"가 흘러나오던 바로 그 순간, 이 노래는 케이팝 클래식이 아니라 공동체를 상징하는 노래로 완전히 자리 잡았다.

그런데 이 노래는 어떻게 시위에 등장했을까. 많은 사람들이 2016년 이화여자대학교의 미래라이프대학 신설 반대 시위 및 정유라 부정 입학 규탄 시위를 기점으로 잡고 있지만 그 사이에는 꽤 다양한 맥락이 존재한다. 그 내용을 정리했다.

▪️왜 2016년이었을까?

2016년 7월 30일, 이화여자대학교에서는 미래라이프대학 신설 반대 시위가 열렸다. 당시 학생들의 농성 중 1600명의 경찰이 투입된 순간, 경찰 앞의 이대생들이 부르는 "다시 만난 세계"의 동영상이 바이럴되면서 화제가 되었다. 그러나 당시 현장에서 불린 노래는 "다시 만난 세계"(2007) 외에도 god의 "촛불 하나"(2000) 같은 노래도 있었다.

사실 이 시위는 학생 운동 관점에서 좀 복잡한 맥락을 가진다. 당시 이대생들은 학교 당국의 비리와 만행을 규탄하는 과정에서 학생회의 개입을 적극적으로 반대했고, 집회에서 각오를 다지는데 쓰이던 구호나 민중가요도 강박적으로 배제했다. 그런 입장에서 선택된 것이 케이팝이었다.

그런데 2016년 당시 god나 소녀시대는 모두 '옛날 가수'였는데 왜 불현듯 등장했을까?

촛불하나 - 이름모를 백형(Aancod) in 교대환승로 | 2014.07.03

2014년 7월은 god가 9년 만에 재결합했던 시점이었고, 그때 "촛불 하나"는 14년 만에 처음으로 차트에 올랐다. 마침 7월 초에는 교대역에서 외국인(영국인 안코드 아베 자카렐리(Aancod Abe Zaccarelli)이다)이 "촛불 하나"를 부르는 버스킹 영상도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크게 바이럴되어 뉴스에 나오기까지 했다. 그리고 또한 이 노래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케이팝 스타] 시리즈를 대표하는 미션곡이기도 했다.

2016년 겨울, 이화여대의 집회에서 시작된 불씨는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져 대규모 집회로 타올랐다. 여기서 god의 "촛불 하나"와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다시 등장했고,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김진태 의원의 "촛불은 바람 불면 꺼진다"는 발언에 항의하는 뜻으로 집회에 LED 촛불이 등장했고, 이때 케이팝 팬들의 응원봉도 함께 등장했다.

아래는 2016년 12월 17일의 광화문 집회에 나온 엑소, 빅뱅, 샤이니, 비투비, 아이오아이, 아이콘 등 팬들로 구성된 '민주팬덤연대'에 대한 기록이다.

엑소, 빅뱅, 샤이니 팬들도 화났다 '민주팬덤연대'의 LED 응원봉 | 2016.12.17

이렇게 2016년을 지나면서 케이팝이 시위에 등장하고, "다시 만난 세계"는 거리의 응원가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물론 미디어의 오해와 기성세대의 과잉 해석도 있었다. 그 과정과 맥락은 2017년, 이승한 칼럼니스트가 "다시 만난 세계"의 10주년을 기념해 정리한 칼럼에 자세히 등장한다.

새로운 세상 꿈꾸며 ‘다시 만난 세계’

노래에도 입장이라는 게 있다면 2016년은 ‘다시 만난 세계’(이하 ‘다만세’)에게 다소 독특한 한 해였을 것이다. 그해 봄, 한국여성민우회는 자신들이 준비한 페미니즘 입문 강연 프로그램의 제목으로 ‘다만세’를 차용했다. 수많은 젊은 여성이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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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세’는 어쩌다 이런 지위를 얻게 된 걸까? 아마 노래 자체가 가진 잠재력 때문이었을 것이다. 작사가 김정배는 여자 멤버들끼리 서로에게 함께 시련을 헤쳐 나가자고 말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가사를 썼다고 말한 바 있다. 애초부터 이성애적 연애 감정에 국한된 적이 없는 곡인 셈이다.
그래서 노래는 화자인 ‘내’가 느끼는 달콤함이나 사랑의 설렘을 이야기하는 대신, “특별한 기적을 기다리지” 않고 “눈앞에 선 우리의 거친 길”은 도저히 그 끝이 어디쯤인지 “알 수 없”어서 때로는 미래가 벽처럼 느껴지는 현실을 이야기하고, “포기할 수 없”다고 선언하며 “변치 않는 사랑으로 지켜”주는 “널 생각만 해도 난 강해”지니까 울지 않고 이 길을 함께 걷자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작곡가 켄지 또한 개별 멤버들의 특성이 잘 드러나도록 파트마다 곡의 성격이 화려하게 변하는 전형적인 아이돌 팝의 문법이 아니라, 모두가 한목소리로 부를 수 있는 정통 팝의 예스러운 문법을 따랐다. 뮤직비디오조차 상대에게 사랑을 속삭이는 대신 저마다 자신이 꿈꾸는 미래를 향해 도전하는 멤버들의 모습을 담아낸 ‘다만세’는, 출발부터 단 하나의 ‘너’와 단 하나의 ‘나’ 사이로만 수렴하는 대신 더 많은 너들과 나들이 손에 손을 잡으며 연결될 공간을 열어 둔 노래로 시작했다.
이승한 칼럼니스트 - 새로운 세상 꿈꾸며 ‘다시 만난 세계’ | 한겨레, 2017.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