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레터#52 | 내가 사람들에게 뉴스레터를 권하는 이유 / 차우진

"뉴스레터, 이미 포화 상태 아닌가요?"

이런 얘기를 종종 듣습니다. 듣고보니 그렇네요. 정말 많아요. 그래서인지 피로하다는 얘기도 들리고요. 그래서 뉴스레터가 유행처럼 휙 지나갈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뉴스레터의 전성기는 아직 오지 않았다고, 어쩌면 이제 막 시작된 게 아닐까란 생각을 합니다. 크게 두 가지 이유때문인데요.

1) 지난 2~3년 사이에 뉴스레터의 위치가 바뀌었습니다. 얼마 전까지 뉴스레터는 꽤 효율적인 마케팅 툴로 소개되었죠. 고객을 직접 만나는 점, 그리고 전환율이 높다는 점이 강조되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뉴스레터는 마케팅 툴이 아니라 크리에이티브 툴로 전환된 것 같아요. 구독자를 구매 사이트로 안내하는 골목길 같은 게 아니라 뉴스레터 자체로도 새로운 가치를 만들 수 있다는 게 증명되고 있습니다. 꼭 유료 구독이 아니더라도 말이죠.

2) 뉴스레터를 만들고 운영하기가 점점 쉬워지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메일침프와 스티비가 뉴스레터의 양대산맥으로 자리잡았지만, 동시에 새로운 뉴스레터 클라이언트도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제가 쓰는 메일리 뿐 아니라 글리버리, 미디어스피어 같은 서비스가 있죠.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유료 결제를 지원한다는 점입니다.

자세한 얘기는 음악 듣고 이어가도록 할게요. 부산에서 활동하는 해서웨이의 음악을 소개합니다. 가벼운 우울을 머금은 사랑스러운 곡으로 밤레터, 시작할게요.

해서웨이(hathaw9y) - 낙서 (2021)

내가 뉴스레터를 권하는 이유 / 차우진

제가 메일리를 처음 접한 건 작년 여름이었습니다. 페이스북에서 누가 소개한 걸 우연히 발견했어요. 그때는 어 그런 게 있나보다, 정도로 넘어갔어요. 그러다가 작년 겨울, 메일리를 진지하게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밤레터의 새 시즌을 준비하면서 메일침프의 에러가 너무 불편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또 다른 고민도 있었습니다. 메일침프나 스티비는 뉴스레터를 '마케팅 툴'로 쓰기엔 너무 좋았지만, 그럴려면 제가 뉴스레터를 통해 얻어야할 것이, 쇼핑몰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처럼 명백할 필요가 있었죠. 그런데 제 상황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사실 저는 1년 전에 개인 홈페이지를 만들고, 거기에 구독모델을 적용할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워드프레스로 홈페이지도 만들고 있었죠. 주변의 도움을 얻어 우커머스에도 가입하고, 서브스크립션 기능도 추가했습니다. 때가 되면 국내 PG사와 연동을 시키려고 미리 준비해뒀습니다. 이런 기능을 붙이면서 홈페이지의 메뉴 구성, 콘텐츠의 주제, 톤앤매너와 운영 규칙을 정리하고 있었어요. 물론 귀찮기도 하고 어렵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메일리는 이 모든 수고로움을 단번에 덜어주는 서비스였어요. 조금 고민하다가 모든 계획을 멈추고 메일리에 집중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면서 깨달은 게 두어 가지 있어요.

일단, 저처럼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아카이브가 필수적입니다. 이걸 바꿔 말하면 뉴스레터의 내용이 '검색'되어야 합니다. 메일함에서 구독자님을 직접 만나는 건 너무 신기하고 즐겁지만, 동시에 저는 제가 쓴 글이 새로운 사람도 만나길 기대합니다. 메일리는 자동으로 아카이브를 제공합니다. 계정에 들어오면 마치 구식의 블로그처럼 보이기도 하죠.

저는 본질적으로 쓰는 사람입니다. 쓰기는 읽기를 전제로 합니다. 그렇다면 쓰는 사람은 읽는 사람, 독자를 찾아야 하는 것이 의무일 겁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쓴 글이 메일함에만 머물길 바라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쓰는 사람만의 욕망은 아닙니다. 뭔가를 만들고 싶은 사람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은 대체로 이런 욕망을 갖고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 점에서 뉴스레터는 가장 효율적이고 손쉬운 크리에이티브 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악을 만들든 그림을 그리든 말을 많이 하든 구독자님이 가장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뉴스레터일 겁니다.

뉴스레터는 1:1의 관계를 재설정해주기도 합니다. 똑같은 글이라도 블로그에, 홈페이지에, 노션에 쓴 글보다 뉴스레터로 발행하는 글은 우리를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만듭니다. 이게 왜 중요할까, 생각해보면 새삼 그것이 관계의 기본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네, 뉴스레터는 거리감을 좁혀버립니다.

그래서 저는 틈날 때마다 지인들, 특히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친구들에게 뉴스레터를 되도록 빨리 시작하라고 권합니다. 이왕이면 유료로 시작하라고도 전합니다. 그렇게 콘텐츠를 쌓으면서 시장을 경험해보라고 합니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플랫폼과 콘텐츠, 브랜딩과 팬에 대한 관심이 높은 거 같아요. 그런데 이 모든 일은 하나로 연결됩니다. 핵심은 크리에이티브를 더 향상시키는 겁니다. 그래서 툴은 더 다양하게, 더 저렴하게 늘어날 거라고 봐요. 테크는 크리에이티브와 상호작용하니까요.

이런 상호작용 속에서 크리에이터는 자신의 결과물이 어떻게 발행되고, 어디서 유통되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며 어떤 방식과 맥락으로 소비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이걸 '크리에이티브 오너십'이라고 부릅니다. 저는 뉴스레터는 크리에이티브 오너십을 경험하기에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봅니다.

꼭 메일리가 아니어도 좋죠. 스티비든, 메일침프든, 글리버리든, 미디어스피어든 독자를 찾고 그들과 직접 만나야 합니다. 혹은 뉴스레터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일단 내가 만든 콘텐츠가 흘러가는 과정을 살필 수 있어야 거기서 뭔가를 배우고 개선하고 깨달을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이게 창작자에게 가장 중요한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뉴스레터의 전성기는 이제 막 시작되었다고 보는 편입니다. 물론 아닐 수도 있겠죠. 그러나, 네 저의 직감은 그렇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저는 이것이 어쩌면 크리에이터 경제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문제는 크리에이터 툴입니다. | 차우진

LambC (램씨) - Jelly (2021)

오늘의 끝 곡은 램씨입니다. 매우 트렌디하고 상큼한 사운드를 들려주는 팀이라서 구독자님과 꼭 함께 듣고 싶었어요.

앞으로 밤레터는 고민상담과 함께 크리에이티브 오너쉽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게 될 겁니다. 꼭 음악을 하는 사람에 국한되지는 않을 겁니다. 브랜드를 운영하는 사람, 공간을 만드는 사람, 글을 쓰거나 자기만의 사업을 하는 사람이 모두 포함될 겁니다. 그들로부터 좋은 소식을 전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너무하다 싶을만큼 좋았어요. 저는 해맑은 하늘 아래에서 뉴스레터와 크리에이티브 오너십, 크리에이터를 위한 툴과 같은 이런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구독자님의 오늘은 어땠나요.

바람이 많이 부는 6월 16일의 밤, 말 많고 고독한 디제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