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탈 밴드 고스트는 어떻게 빌보드 200 차트 1위를 했을까?

이번 주 빌보드 200 차트 1위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이름이었다. 바로 스웨덴의 메탈 밴드 고스트(Ghost)로, 앨범 [Skeletá]가 이번 주 빌보드 200 차트 1위 오른 것이다. 빌보드 200 차트 1위에 오른 마지막 하드 록 앨범은 AC/DC의 [Power Up]으로, 약 4년 6개월 만의 기록이다.

🚀 빌보드 200 차트 1위, 밴드 고스트의 성공 비결

[Skeletá]는 발매 첫 주에 8만6천장의 앨범 판매량을 기록했는데, 그 중 89%가 피지컬 앨범이었다. 특히 밴드는 15종이 넘는 컬러 바이닐 한정반을 출시해 열성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했고, 그 결과 약 4만4천장의 바이닐 판매량을 달성해 21세기 로큰롤 사상 최고 수준의 바이닐 판매 기록을 세웠다.

스웨덴의 헤비메탈 밴드가 어떻게 이런 결과를 만들었을까? 

일단, 어떤 음악을 하는지 한 번 들어보자. 지난 4월 11일에 공개된 "Lachryma"의 뮤직비디오다. 의외로(?) 서정적인 분위기의 싱글인데 곳곳에 메탈리카, 건즈 앤 로지스, 아이언 메이든 같은 8~90년대 헤비메탈 밴드의 향수도 짙게 드러난다.

사실 2000년대의 헤비메탈은 음악적으로는 슬래쉬/데스/고딕 메탈 같은 하위 장르로, 컨셉 아트나 영상 같은 비주얼에서는 B급 호러 영화의 미장센이나 장르 규칙(컨벤션)으로 수렴되었다. 이런 식으로 헤비메탈은 지난 20여 년 간 인터넷 하위 문화 혹은 컬트(cult)로 자리 잡았는데, 그래서 이번 고스트의 빌보드 1위가 특별하다. 

그러니까, 이것은 사건이다.

이 사건의 원인과 과정을 고스트의 독특한 세계관과 브랜딩, 팬 경험과 숏폼 콘텐츠 및 게임에 이르는 뉴미디어 마케팅 등을 기준으로 분석했다.

1️⃣ 세계관과 브랜딩: 이름을 지우고 스토리를 강조하다

고스트는 브랜딩과 세계관을 빼놓고 얘기할 수 없다. 밴드의 컨셉은 한마디로 '악마교단의 미사곡을 연주하는 록 밴드'인데 리더이자 보컬인 토비아스 퍼지(Tobias Forge)는 스스로를 파파 이머리투스(Papa Emeritus)라는, 어둠의 교황 같은 캐릭터로 칭한다. 나머지 멤버들은 '이름 없는 악귀(Nameless Ghouls)'가 되어 동일한 가면과 의상을 착용해 개성을 지워버렸다. 덕분에 고스트에는 오로지 파파와 밴드의 세계관만 돋보인다.

그리고 매 앨범마다 파파 캐릭터의 설정이 달라지면서 1~3세까지 교체되었고, [Prequelle] 앨범에서는 젊은 코피아 추기경(Cardinal Copia)이 새로운 보컬로 '임명'되기도 한다. 투어의 마지막 공연에서 이전 파파를 퇴장시키고 새로운 파파를 등장시키는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도 했다. 앨범 [Skeletá]에서는 파파 5세(Papa V)인 '페르페투아'가 등장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1인극 이벤트로, 실제로 멤버 교체는 일어나지 않는다. 

재밌는 것은, 이러한 설정 이벤트가 고스트의 중심인 토비아스 퍼지의 원맨쇼라는 것을 모두가 알면서도 즐긴다는 점이다. 헤비메탈 전문 매체는 이에 대한 기사를 쓰고, 소셜미디어에서는 추측이 난무한다. '보이지 않는 멤버를 교체한다'는 신선한 아이디어 하나로 고스트는 실제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에도 팬들이 열광하고 즐길만한 이슈를 만들어내는 셈이다. 

덕분에 이 세계관 자체가 밴드의 거대한 자산이 되었다. 이 설정은 뮤직비디오나 SNS 콘텐츠에서도 이어지고, 팬들은 음악 뿐 아니라 등장인물과 스토리에 몰입하게 된다. 2023년에는 세계관 속 인물인 'Sister Imperator'의 과거를 다룬 공식 코믹스 시리즈를 미국 다크호스 코믹스를 통해 발표하기도 했다. 이 만화책은 출간 직후 완판되어 밴드의 서사를 다른 매체로 확장해 수익도 창출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고스트의 브랜딩이 무겁고 어둡기만 한 건 아니다. 사실 이 밴드는 초기부터 진지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이미지를 고수했다. 노래 가사는 악마를 찬양하는 것 같지만, 음악은 매우 멜로딕하고, 공연의 비주얼은 섬뜩한 이미지 속에 B급 유머 코드를 숨겨둔다. 이런 반전 매력은 헤비 메탈을 꺼리던 일반 대중도 팬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캐릭터와 유머 감각은 공식 굿즈에서도 발휘된다. 일반적인 의류나 소품 외에, 이벤트로 파파의 모습을 본뜬 한정판 딜도(Dildo)가 130달러라는 고가로 출시되었는데도 발매되자마자 매진되었다. 이러한 괴상하고 파격적인 굿즈는 밴드의 악동 같은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키며 팬들 뿐 아니라 대중적으로 바이럴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고스트는 음악, 비주얼, 굿즈에 모두 세계관을 녹여냈고, 이를 통해 일관된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다. 이러한 강력한 브랜딩이 팬 인게이지먼트를 높이고 대중의 호기심도 끄는 기반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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