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플레이브와 닮은 미국의 가상/실제 밴드 이야기

여기, 졸업을 앞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윌밍턴 시의 고등학생들이 있다. 그 중엔 '퍼더머커(Futher Mocker)라는, 유치한 10대가 지을 것 같은 병맛 이름의 밴드 멤버들도 있다. 마리화나를 피우며 제도권에 저항하겠다는 애도 있고, 프린스턴 입학이 예정된 모범생도 있고, 기본기가 모자란 드러머도 있고, 밴드로 성공하고 싶은 친구도 있다.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실력 좋은 새 멤버들도 찾고, 졸업 파티 무대에서 꽤 괜찮은 자작곡도 선보이고, 즉흥적으로 밴드 이름을 런어라운드(The Runarounds)로 바꾼다. 

1️⃣ 드라마 [런어라운드] vs 밴드 '런어라운드'

아마존 프라임에서 9월에 시작한 드라마 [런어라운드]는 이런 이야기다. 가난하든 부유하든 뻔히 정해진 미래에서 벗어나기 위해 밴드에 열중하는 청춘 남녀들의 풋풋하고 뻔한 이야기.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뭉친 이들은 하나의 밴드가 되어 사랑, 우정, 경쟁을 겪으며 꿈을 향해 나아간다"는 흔하디 흔한 줄거리.

그런데 이 이야기는 조금 특별하다. 드라마 속 (가상)밴드 '런어라운드'는 실제로 앨범을 내고 활동하는 (리얼)밴드기 때문이다. 

9월 1일에 릴리즈된 "Minivan" 뮤직비디오의 베스트 댓글이다. 9월 21일 현재 이 비디오는 11만8천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으며, 실시간으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실제 밴드 런어라운드는 2020년에 결성되었다. 드라마의 주연 배우들; 윌리엄 립튼(William Lipton), 액슬 엘리스(Axel Ellis), 제레미 윤(Jeremy Yun), 젠데 머독(Zendé Murdock), 제시 골리어(Jesse Golliher)는 모두 런어라운드의 실제 멤버들이다. 그렇다면 런어라운드는 실제 밴드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든 걸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이 시리즈는 넷플릭스의 인기 시리즈 [아우터뱅크스]를 제작한 조나스 페이트(Jonas Pate)가 제작했다. 2020년에 그는 [아우터뱅크스] 시즌3에 잠깐 출연할 밴드를 찾기 위해 오디션을 진행했는데, 거기에 지원한 5000명 중에서 현재의 런어라운드의 멤버들을 만났다. 

당시 오디션의 목적은 단순했다. 넷플릭스 최고 인기 시리즈에 출연할 만큼 외모도 준수하고 연주도 잘하는 청년들을 찾는 게 전부였다. 하지만 다섯 명은 그걸로 만족하지 않았다. 이들은 '런어라운드'라는 밴드를 결성하고, 2021년부터 틈틈이 곡을 만들고 공연을 했다.

조나스 페이트는 이런 그들의 활동을 보고 문득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바로 이들을 주인공으로 삼은 새 시리즈를 제작하고, 나아가 진짜 밴드 활동과 연결하는 프로젝트였다.

그래서 이 드라마는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모호하다. 드라마는 완전히 픽션이지만, 캐릭터에는 실제 멤버들의 성격 뿐 아니라 가족 관계나 성장 환경, 경제적 조건 같은 스토리가 조금씩 녹아 있기 때문이다. (제레미 윤은 실제로 프린스턴 대학생이다) 

제작 과정 또한 남달랐다. 보통 드라마는 제작사에 아이디어를 단순 피칭하면서 투자가 결정되지만, 조나스 페이트는 아예 파일럿을 직접 제작한 뒤 스카이댄스(Skydance Television)를 설득해 투자를 받았다. 그래서 [런어라운드]는 밴드를 위한 홍보 드라마인지, 드라마를 위해 밴드를 활용하는지 헷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특유의 에너지가 있다. 짝사랑하는 여자애를 위해 러브 송을 쓰는 주인공과 좌충우돌 내일을 향해 어떻게든 나아가는 친구들이 있고, 무엇보다 말끔한 사운드트랙과 라이브 공연이 있다. 이 원초적이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숏폼 콘텐츠와 AI 쓰레기로 훼손된 현실에서 우리를 구한다.

아마존 프라임에 9월 1일에 릴리즈된 [런어라운드]는 이미 미국에서만 10위 안에 들었고, 토킹 헤즈(Talking Heads)의 제리 해리슨(Jerry Harrison)이 공동 제작자로 이름을 올린 데뷔 앨범은 메이저 레이블 아리스타(Arista)에서 사운드트랙으로 발매되었다. 스포티파이에선 월별 리스너 40만 명을 돌파했으며, 9월에는 찰스톤, 필라델피아, 뉴욕, 내쉬빌, 애틀란타, 녹스빌, 옥스포드 등 19개 도시 투어를 시작했다.

다시 말해, 이 밴드는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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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플레이브와 닮은 미국의 가상/실제 밴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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