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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세일링 랑데부 @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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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9 | 조회 2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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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퍼 매뉴얼

일요일 오전 9시에 읽는 바다, 항해, 세일링 요트 이야기(격주 발행)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2주 전에는 후덥지근한 날씨에 여름이 머지 않았구나 설레였는데 요 며칠은 날씨가 꽤 쌀쌀하고, 특히 바람이 무섭게 부네요. 배에서 내린지 두 달만에 처음 날씨 앱을 켜 봤는데 풍속이 무려 40노트가 넘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먼 바다 수평선에 하얗게 일어난 양떼를 보며 이런 날에 집에서 편안하게 쉬고 있다는 사실이 감사하더군요. 

제 항해에 관심 있어 하던 몇몇 친구들이 아마존에서 Bumbling On Horizons(어리버리 항해기)을 사 읽었다는데요,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좀 있었다고 얘기해 주었습니다. 배를 타보지 않은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도록 누구나 알 법한 용어를 고르고 간략한 설명도 더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었나 봅니다. 

뉴스레터를 통해 항해기를 읽으신 구독자님 중에도 비슷한 어려움을 느낀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항해기를 읽고 즐기는 데에 필요한 만큼 요트를 이해할 수 있게 해 줄 이야기를 써 볼까 합니다. 너무 전문적인 내용은 피하고, 일반인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요트 상식을 담으려고 합니다. 오늘부터 시작할 계획인데, 총 몇 편이 될지는 아직 모르겠습니다. 연재 주제에 대해 댓글이나 이메일로 의견 주시면 큰 도움이 될거예요. 오늘은 앞으로 좀 더 상세히 다룰 내용들의 '큰그림'입니다. 

배는 인간이 발명한 가장 오래된 교통수단이라고 하죠. 바퀴처럼 복잡한 메커니즘을 발명하기 이전의 인간들도 물에 뜨는 통나무 따위에 올라타면 큰 힘 들이지 않고 짐을 옮기거나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겁니다. 배를 만들다 보니 바가지처럼 모양이 움푹하면 좀 더 많은 짐과 사람을 실을 수 있다는 사실도 누군가 발견했을 것입니다. 

여기 호두 껍질이 있습니다. 바가지처럼 안이 비어 있고, 그래서 물에 떠 있습니다. 배에서는 이 바가지 부분을 선체hull라고 부릅니다.  

이 호두 껍질에 뚜껑을 씌웠습니다. 이제 비가 오거나 파도가 들이쳐도 내부가 젖지 않겠죠? 이렇게 선체를 덮은 뚜껑을 데크deck라고 합니다. 우리말로 갑판이라고도 부를 수 있지만, 이는 마치 홈페이지를 누리집이라고 부르는것 못지 않게 어색하므로 그냥 데크라고 부르겠습니다. 티크teak와 헷갈릴 수 있는데, 배에 많이 쓰이는 티크목 재질을 가리키는 것이고 데크는 배의 구조물(뚜껑)이라 이 둘은 다른 말입니다. 

배를 조종하는 사람이 올라타야 할텐데 뚜껑 위는 너무 위험합니다. 배가 기우뚱 할때 미끄러져 떨어질 수도 있고 파도에 맞아 휩쓸려가 버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안전하게 데크 위에 머물 수 있도록 참호처럼 한 쪽을 좀 팠어요.

여기가 조타실. 세일링 요트에서는 실내에 있지 않기 때문에 직관적이지 않은 이름이군요. 콕핏cockpit이 더 명확한 명칭인 것 같습니다. 

자, 이제 배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어야 하니 콕핏에 운전대를 하나 달아줬습니다. 배의 방향을 조종하는 것을 조타라고 하고 배의 운전대는 조타대helm라고 불러요. 

'조타'를 하려면 '타'가 필요합니다. 배는 자동차처럼 오른쪽 왼쪽으로 회전할 수 있는 바퀴가 있는 게 아니예요. 배의 방향 조종은 물 밑으로 튀어나온 나무 판자같은 걸 돌리면서 하게 됩니다.

우리 말로 ‘타’라고 하지만 러더rudder라는 영어 이름이 좀 더 명확한 것 같아요. 이제 지금까지 만든 호두껍질 배를 현대적인 배로 바꾸어 보겠습니다: 

뱃머리를 오른쪽을 향한 배를 옆에서 본 모습입니다. 그러나 아직 배라고 부르기엔 중요한 게 빠져 있습니다. 물에 떠있기만 한다고 배라고 하진 않죠. 어떻게 앞으로 갈까요?

배꼬리에 엔진을 하나 달면 되겠군요. 여기까지가 모터로 움직이는 모터보트입니다. 

 

 

그런데 엔진이 탄생하기 전엔 어떻게 배가 앞으로 갔을까요? 콜럼부스가 노 저어 항해를 했다면 아메리카 대륙은 커녕 카나리아 제도에 닿기도 전에 번아웃으로 탐험을 포기했을 수 있습니다. 

바람 부는 날 보자기를 펼쳐서 바람을 받게 하면 내 힘 들이지 않고 배가 가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게 바로 돛단배입니다.

이 보자기를 돛, 세일sail이라고 합니다. 세일은 올리고/내리고/당기고/풀어주며 그때그때 최적의 형태를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세일링 요트가 연료로 쓰는 바람은 친환경에 무료이기까지 하지만 그 대신 일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변화하는 바람에 따라, 혹은 바다의 상태에 따라 자꾸 모양을 바꾸어 주어야 합니다. 세일링 요트에서 조타를 하는 것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세일을 조정하는 것입니다. 

좀 더 큰 사이즈의 보자기로 더 많은 바람을 잡으려면 이렇게 높은 기둥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이걸 돛대, 마스트mast라고 부릅니다. 높은 마스트가 쓰러지지 않도록 앞, 뒤, 양 옆으로 케이블을 선체에 연결해 지지합니다. 이런 케이블을 항해기에서는 리깅rigging이라고 불렀습니다. 리깅이 느슨하거나 끊어지면 마스트가 쓰러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항해 내내 요주의 대상이었죠. 

요즘 흔히 보이는 세일링 요트는 이렇게 마스트 앞 뒤로 나누어진 삼각형 세일을 달고 있습니다. 세일을 앞 세일, 뒷 세일로 나누면 조정이 쉽고 바람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삼각형 세일은 뒷바람 뿐 아니라 옆바람과 앞쪽에서 부는 바람도 얼추 이용할 수 있게 해 줍니다. 세일은 다음 뉴스레터에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세일이 바람을 받으면 배가 기울거나 옆으로 밀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세일링 요트의 선체에는 물밑으로 깊이 내려오는 구조물이 있습니다. 옆으로 밀리고 기우는 힘에 대응해서 균형을 잡아주는, 이 지느러미 모양의 구조물을 킬keel이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세일링 요트들은 킬이 길게 밑으로 내려오기 때문에 수심이 낮은 곳에는 접근할 수 없고, 마리나에서 계류하는 곳도 모터보트보다 수심이 깊습니다. 

아래는 어리버리 항해기를 함께 한, 호라이즌스 호(타야나 37피트)의 모습입니다. 약간 다른 점이 있죠? 차차 이 이야기도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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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새로운 내용을 시작하는 만큼 가볍게 쉬운 내용으로 만들어 보았습니다. 앞으로 세일, 데크, 리깅 등등 좀더 구체적인 면면을 살펴볼 거예요. 사실 이 내용은 지난 가을 남해에서 가졌던 북토크의 프레젠테이션을 바탕으로 재구성해 만들었습니다. 당시에도 세일링 요트를 쉽게 설명하기 위한 고민을 하던 중, 마침 까 먹고 있던 호두껍질을 이용해 스토리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제가 호두를 참 좋아하거든요. 

어떻게 읽으셨나요? 다음 레터에서는 세일링 요트의 심장, 세일에 대한 이야기로 만나요. 

그럼, 편안한 일요일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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