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젊음은 우리의 노력으로 받은 상이 아니다

2023.07.10 | 조회 18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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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춘기는 짧다. 하지만 대부분 그 시기를 그리워하지는 않는다. 그건 아마도 우리의 지능이 17살 때보다 25살 때 더 높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뇌의 크기에 영향을 받는 것이라 볼 수 있는데 인간의 뇌는 25세에 최대 크기로 성장한다.  그 높은 지능으로 과거를 돌아보면 그떄의 치기와 본능, 말도 안되는 행동들을 객관적으로 판단해낼 수 있다. 그렇기에 사춘기 시절은 서랍에 넣고 혼자서만 가끔 꺼내보고 싶은 시기로 남는다. 

 그렇다면 <책 읽는 라디오>의 25살은 언제였을까. 그건 아마도 홍대에 있는 가톨릭 청년회관의 대강당에 청취자들과 함께 공개방송을 했던 그때쯤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때 우리는 치기로 시작한 주 5회 방송을 안착 시켰고, 3개월 개편 주기가 어서 돌아오길 바랄 정도였다. 또 하고 싶은 책 코너 아이디어가 넘쳐 흘렀으니까 말이다. 그때 우리의 근력은 최고조에 달했었고 유연성은 십대의 그것을 유지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때 우리는 길게 호흡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사람의 폐는 젊으면 젊을수록 예비 용량을 많이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보통 사람들은 그 예비 용량을 다 쓰는 일이 드물 정도다. 뼈도 마찬가지다. 20대에 접어선 사람들은 그 어느때보다 강한 뼈를 보유하게 된다. 연구에 따르면 콘크리트 강도의 4배 정도로 강해진다고 하니, 딱히 무서울 것이 없을 만도 하다. 

 <책 읽는 라디오>는 그런 폐와 뼈, 근력과 유연성, 그리고 반짝이는 지능으로 콘텐츠를 쉼없이 생산해냈다. 정말 ‘생산’이라는 말이 제일 잘 어울릴 정도로 생산했다. 그떄 당시 나의 별명은 ‘대본 자판기’였을 정도니 우리의 생산성이 얼마나 높았는지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간과해선 안되는 것이, 20대는 매력 또한 극대화되는 시기라는 점이다. 가령 사춘기를 비롯한 10대 시절을 돌아보자. 개인차가 있겠지만 그 시기 우리는 호르몬의 장난때문에 몸이 급격히 변화한다. 털이 곳곳에서 나기 시작하는 것은 물론이고 갑자기 커버린 키와 팔, 그리고 발사이즈 덕분에 꽤나 우스꽝 스럽게 걷게 된다. 본인은 인식도 못한 채 말이다. 실제 영구그이 축구선수 리오 퍼디난드는 갑자기 커버린 키를 감당하지 못해 태클하는 법을 완전히 잊어버릴 정도로 고생을 했다. 

 그러나 이런 변화들은 매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매력지수를 낮추는 가장 결정적인 요인은 바로 피지샘에서 생산되는 분비물이다. 그것 때문에 우리의 얼굴에는 여드름이 난다. 건드리면 더 큰 재앙이 온다는 것을 알지만 그것을 가만히 두고 볼 그 나이 아이들은 없다. 그래서 그들은 하루에도 수십번 거울을 보고 여드름을 건드린다. 그러면 그 옆자리에 또 하나의 여드름이 나거나, 그 자리에 덤처럼 또 하나의 여드름이 나기도 한다. 말그대로 가관인 상황이 이어지는데, 이들은 10대 아이들의 탈선을 막는 것이 목표라는 듯, 사라진 후에도 이상한 흉터를 남긴다.

 이런 10대 시절에 비한다면 20대 시절은 봉인된 매력을 풀어내는 시기다. 호르몬으로 인해 끝없이 생성되던 여드름은 어느덧 안정을 찾고, 외형의 성장을 마치고 적응을 끝냈기에 더는 우스꽝 스럽게 걸을 필요도 없다. 또 더는 성장을 생각하며 일부러 더 큰 옷을 살 필요도 없다. 

 <책 읽는 라디오>의 매력도 이 시기에 가장 폭발적이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함께 방송을 만들고 싶다며 찾아오는 이들이 늘어났고, 자발적으로 방송 제작비를 후원하는 서포터즈들이 늘어났다. 청취자가 늘어난 것도, 그들과의 만남이 잦아진 것도 이 시기의 일이었다. 더는 아무도 오지 않을까 두려워 공개방송을 접지도 않았고, “이걸 누가 듣기나 하겠어?”라며 자조섞인 마음으로 콘텐츠를 만들지도 않았다. 그런 자신감은 우리 몸의 필수 영양소가되어 우리를 더 건강하게 만들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말은 사실이다. 정신이 신체를 지배한다는 말은 스포츠 아나운서들이 딱히 할 말이 없을때 하는 멘트다. 

 <우리는 언젠가 죽는다>에 나오는  통계에 따르면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나이가 높아진다고 한다. 18세에서 24세 사이의 사람들은 27세를, 25세부터 29세 사이는 31세를를 말한다. 

하지만 30이 지나면 이 통계는 유의미하게 변화하는데, 30세에서 39세 사이는 37세를, 40세에서 49세 사이는 40세를, 50세에서 64세 사이는 44세, 그리고 64세를 넘은 사람들은 59세 답한다고 한다. 

 <책 읽는라디오>에게 그것을 묻는다면 아마 25세라 말하지 않을까 싶다. 그때는 모든 것이 풍요로웠다. 뇌는 최고의 크기였고, 뼈는 단단했고, 심장은 그 어느때보다 강하고 정확히 뛰었고, 폐의 곳간에는 산소가 가득했다. 그리고 아직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한계까지 2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도대체 이 구체적인 숫자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지미 헨드릭스, 짐 모리슨, 커트 코베인. 이 세 명의 이름 정도면 충분한 설명이 가능하다. 27살에 생을 마감한 그들은 그 나이에 정점에 섰다. 물론 그들이 살았있었다면 더 훌륭한 업적을 남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25세에 신체의 정점을 맞는데, 이 말은 곧 이제 남은 것은 산을 내려가는 일, 혹은 곧장 추락하는 일만 남았다는 것을 의미하니까. 

 우리가 25세를 기점으로 신체 능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역시나 진화에 있다. 우리는 흔히 우리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태어난 것을 인식하지만 인류학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그저 종의 번식을 위해 태어나고 강해지고 또 늙는다. 개개인의 관점에서 본다면 너무나 폭력적인 이 자연의 진리는 그것을 거스르려는 우리에게 충고한다. 

 “젊음은 너희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다." (영화 <은교>)  

 이 말이 맞다. 젊음은 우리가 노력해서 얻은 것이 아니다. 어린 우리의 몸이 크고, 머리가 성장하고, 심지어 젊음의 매력을 발산하는 것은 딱히 우리의 노력으로 얻은 것이 아니다. 그렇게 되어야만 뒤이어 세상에 올 아이들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관점에서보면 우리가 종족 번식을 할 수 있는 최선의 나이는 스물 다섯이다. 그 이후부터 우리의 몸은 모든 부분에서 노쇠해진다. 이를 콘텐츠의 입장으로, <책 읽는 라디오>에 대입해볼 수 있다. <책 읽는 라디오>는 태어난 지 3년이 되던 해쯤, 스무살이 되었고, 4년이 되던 해엔 풋풋한 스무살의 모습을 가줓었다. 어느정도 촌티를 벗고, 여드름 자국도 사라질 무렵인 5년 차쯤엔 그야말로 충만한 매력을 발산했다. 그때 만들어진 방송은 지금 들어도 창의성과 완성도 면에서 뛰어나다 자부할 수 있다. 하지만 그때 우리는 몰랐다. 이 노래의 가사를. 

 “신이시여, 왜 젊음을 젊은이에게 주어 그것을 낭비하게 하시나요?”

 그때 우린 그저 발산할 줄만 아는 낭비 심한 젊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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