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고작 4도에 우리는 죽는다

2023.07.07 | 조회 1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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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몸의 온도는 기본적으로 36~38도 사이다. 여기서 아래나 위로 4도정도가 변한다고 생각해보자. 바깥 날씨의 경우였다면 우리는 계절이 바뀌고 있구나 정도의 낭만적인 생각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체온이 그만큼 변화하게 되면 우리는 죽는다. 이것은 과장이 아니다. 그래서 예나 지금이나 부모들은 아이들의 온도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물론 우리의 몸은 신비할 정도로의 회복 능력이 있어서 온도를 조절하기 위해 시상하부의 명령체계가 갖춰져 있다. 시상하부는 너무 열이나면 땀을 흘리게 한다든지, 또 너무 추워지면 몸을 떨것을 명령한다. 

 우리는 누군가 몸을 떠는 모습을 보면 저 사람이 지금 춥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떤다는 행동은 단지 춥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진동은 열과 직결된다. 극한의 추위에서는 큰 도움이 안될지 모르지만 우리가 몸을 떨면 그 진동이 열을 가져다 준다. 이것은 그야말로 본능과도 같은 행동이다. 어떤 어린아이라도 추우면 스스로 몸을 떤다. 열을 내기 위해, 살기 위해서 말이다. 

 열이 나는 대부분의 이유는 아파서다. 운동을 하면 열이 나기도 하지만, 운동은 땀을 통해 열을 내보내기 때문에 온도 자체의 큰 변화는 없다. 그만큼 우리 몸의 체온 관리 시스템은 놀랍다. 하지만 병은 다르다. 쉽게 감기를 생각해보자. 감기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면 우리 몸은 열을 낸다. 그것은 땀 정도로는 막을 수가 없다. 그리고 너무 열이 오르면 앞서 말했듯 위험한 일이 벌어지기에 해열제를 먹기도 한다. 

 해열제를 먹으면 열은 내린다. 다른 감기약들이 차일피일 효능을 보여주는 것을 미루는 사이, 해열제는 훌륭히 그리고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낸다. 하지만 문제는 열이 떨어지면 우리 몸이 바이러스에 대항할 적응력 또한 떨어진다는 점이다. 우리 몸의 온도가 약 1도만 올라도 바이러스의 번식 속도가 200배나 줄어든다고 한다. 이렇게만 보면 우리가 아플 때 열이 나는 이유는 바이러스를 막기 위함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몸의 평균온도를 2도 정도 높이는 것으로 진화했다면 어떨까? 그랬다면 우리는 아직 스마트폰을 개발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체온이 오를수록 우리가 필요한 에너지량이 느렁나기 때문이다. 두꺼운 코트 하나를 입으면 될 일을 열효율 낮은 기름난로를 떄는 셈이다. 진화는 이런 비효율을 견딜 정도로 너그럽지 못하다. 

 <책 읽는 라디오>는 자주 열이 났다. 인간이 그렇듯 너무 많이 움직여 열이 나기도 했고, 병에 걸리기도 했다. 때로는 돌 모두의 이유로 아프기도 했다. 아직 다 성장하지 않은 아이들을 보면 쉽게 자기파괴 본능을 보이는 것을 알 수 있다. 높은 곳에서 뛰어 내린다거나, 어딘가에 매달린다거나 하는 식의 행동. 어른이 보기에는 대체 왜 그러는지 모를 것 같은 그런 행동을 한다. <책 읽는 라디오>가 아직 청년이었을 때도 그런 일을 많이 했다. 그 중에서 가장 무모했던 시도는 방송을 주 5회로 편성해버린 것이다. 그것도 매 회마다 다른 코너로, 심지어 게스트도 매일 다르게, 또 방송 시간은 30분 이상으로, 여기에 서브 코너도 매일 다른 걸로 하나씩 넣기로 결정한다. 이것이 회의를 통해 결정된 사실이라는 것이 지금 생각해도 놀랍다.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그 놀라운 개편이 있기 전, 우리는 회의를 했다. 그떄까지 <책 읽는 라디오>는 주 3회 편성이었다. 그리고 그 회의의 주요 의제는 “우리는 아직 할 말이 많은데 어떡하지?”였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당시 <책 읽는 라디오>는 에너지가 넘쳤다. 매일 방송을 하라고 해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여기에 어린 아이의 회복력 까지 지니고 있었다. 어린 아이와 어른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가지고 있는 에너지도 에너지지만, 그것을 회복하는 능력에 있다. 아이들은 온 몸의 에너지를 다 소진하고도 30분의 낮잠으로 에너지를 급속 충전한다. (전기차 개발자들이 이 회복력의 비밀을 밝힐수만 있다면 탄소 제로도 꿈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성인은 그렇지 않다. 성인들은 가지고 있는 에너지 통은 훨씬 크지만 그것을 회복하는데는 그 몇 배가 필요하다. 말하자면 나이가 들 수록 효율이 떨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어른들이 아이가 노는 모습을 보면 “대체 저 에너지가 어디서 나오는 걸까?”라며 혀를 내둘르게 된다. 

 이 시기 <책 읽는 라디오>를 보는 다른 이들의 시선이 딱 그랬을 것이다. 저 친구들은 대체 어쩌려고 저러는 걸까? 모두가 혀를 내둘렀고, 모르긴 몰라도 그 중 몇몇은 혀를 찼을 것이다. 혀를 차는 이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는 바이다. 왜냐하면 <책 읽는 라디오> 무리를 하면서까지 방송 횟수를 늘리는 목표가 지극히 비자본주의 적인 논리였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 1인 콘텐츠 제작자들이 콘텐츠 제작 주기를 늘리고, 더 많은 방송을 만든다고 가정을 해보자. 그 이유는 대부분 구독자를 늘리고, 그로인해 예상할 수 있는 수익을 증대시키기 위함일 것이다. 하지만 <책 읽는 라디오>는 그런 목표의식이 전혀 없었다. 이는 우리의 지난 순수성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책 읽는 라디오>가 어렸던 시절, 그 시절에는 현재와 같은 콘텐츠 수익 모델이 없었다. 팟캐스트를 한 번도 못들어본 이들이 들어본 이보다 많았고, 심지어는 팟캐스트라는 단어 자체를 못들어본 이들도 많았던 시절이다. 이런 시절에 우리가 팟캐스트를 만들고 있는데 양질의 책방송을 전하고 있으니 유료 구독을 해보실래요? 혹은 광고를 좀 넣어보는 건 어때요? 라고 물을 수는 없었다. 

 그리고 지금과는 차이가 많이 있겠지만 그때 당시 <책 읽는 라디오>는 팟캐스트 전체 순위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힐 때가 많았다. 키가 비슷했던 방송으로는 <두시탈출 컬투쇼>나 <손석희의 시선집중>같은 방송들이 있었다. 말하자면 메이저 방송사의 방송도 당시에는 팟캐스트로 소비되지 않았던 시기였다는 것이다. 

 그럼 여기서 또 궁금해지는 점 하나. 

 대체 <책 읽는 라디오>는 왜 주5일 방송이라는 과격한 결정을 한 것일까? 그때 이 결정을 한 이들에게 그 이유를 다시 묻는대도 바로 답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분명한 것 하나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사춘기 아이들이 2~3층 높이의 아파트에서 뛰어내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듯이 말이다. (생각해보라. 그들도 다치리라는 생각으로 그런 짓을 하지는 않는다. 괜찮을 것이라는 비상식적 믿음이 있기 때문에 그런 짓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분명한 것은 우리 중 누구도 셰익스피어의 <겨울 이야기>를 읽지 않았다는 것이다. <겨울 이야기>를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16세부터 20세까지의 나이는 아예 없거나, 그 나이 처먹은 녀석들은 내처 잠이나 처자든가 했으면 좋겠어요. 아, 그 나이 때 하는 짓이라는 게 뻔하지요. 어른들에게 대들거나 훔치거나 싸우거나 하는거지.” 

 <책 읽는 라디오>가 바로 그런 나이였다. 거칠 것 없는 에너지로 중무장한 나이. 그 에너지를 발산하지 않으면 열이 나 견딜 수 없던 나이.  그럴수록 후회할 경험이 쌓이는 나이. 그래서 그냥 잠이나 처자는게 도움이 되는 나이. 하지만 절대 잘 생각이 없었기에 어떤 역사든 만들어 낼 수 있는 나이. 

 모든 콘텐츠는 그런 나이를 한 번은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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