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영혼은 어디에 있을까?

2023.07.03 | 조회 1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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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은 어디에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은 대부분 두 개의 후보 중에서 결정된다. 머리와 심장. 내 개인적인 생각을 포함하자면 나는 머리에 가깝다고 느낀다. 심장의 운동 능력을 본 이들이라면 비슷하게 답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아주 작은 심장을 가지고 태어난다. 하지만 다섯 살 정도가 되면 심장은 처음의 네 배 이상 커지게 되는데, 하는 일은 당연하게도 변하지 않는다. 어른의 심장을 살펴보면 450그램이 채 되지 않는데 이 가볍디 가벼운 기관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 그렇게나 힘이 셀 수 없다. 

 심장은 심방2개와 심실 2개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피의 출입구 역할을 하는데 심방이 피의 입구 역할을 한다면 심실은 피의 출구 역할을 맡는다. 이를 위해서는 피를 밀어내는 힘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심장은 숙련된 부메랑 선수마냥 피를 발끝까지 보냈다가 다시 회수한다. 

 이것은 언뜻 생각하면 별 특별할 것 없어보일지도 모른다. 철물점에서 살 수 있는 가장 싸구려 펌프도 그정도 일은 하니까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싸구려 펌프라 할지라도 심장의 무게와 크기를 비교하면 몇배는  더 크고 무거울 것이란 걸 염두애 둬야 한다. 그리고 인간의 심장은 ‘콸콸콸’을 모토로 삼는 다른 펌프들과 달리, 아주 섬세한 감각을 요구한다. 그래야만 정확히 원하는 곳에 피를 공급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만약 피가 ‘콸콸콸’온 몸으로 쏟아진다고 생각해보라. 재앙도 그런 재앙이 없을 것이다) 

 우리의 피는 편도행 티켓이 아닌 왕복 티켓을 끊어야 한다. 이를 위해 심장은 힘 조절을 잘해야 한다. 너무 약하게 보내면 돌아올 티켓을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가 직립보행을 하는 존재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심장과 가장 먼 다리까지 피를 보냈다가 중력을 거슬러 다시 심방으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강력한 힘과 더불어 섬세한 콘트롤이 필요하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심장이 하는 일이 골프와 비슷해보이기도 한다. 골프의 스윙을 보면 공에서 충분히 멀어졌다가 다시 공으로 돌아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때 얼만큼 섬세하게 몸과 채를 컨트롤 하느냐에 따라 공의 궤적이 달라진다. 

 또 이렇게 말하고 보니 심장은 생각보다는 행동으로 자신을 증명하는 기관으로 보인다. 그렇기에 심장에 영혼이 있다고 생각을 하면 불편한 동거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이정도면 영혼이 심장보다는 머리쪽에 가까울 것이라는 나의 가설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렇다면 콘텐츠의 영혼은 어디에 있을까? 사실 이 질문은 콘텐츠 제작을 시작하기 전, 많은 이들이 품는 의문이다. 내가 만들 콘텐츠의 영혼은 무엇이고, 그것은 어디에 있을까? 이 풀리지 않는 질문을 하다가 제 풀에 쓰러져버리기도 하고, 엉뚱한 답을 내리기도 한다. 그 모든 과정을 거쳐본 결과론적 이야기를 해보자면, 이런 질문은 사실 쓸모가 없다. 지금 당장 손을 왼쪽 가슴에(사실 거기보다는 조금 중앙이지만)대보자. 그러면 쉼없이 펌프질을 하고 있는 심장의 움직임이 느껴질 것이다. 이 움직임은 뼈와 살, 그리고 피부를 거쳐서 느낀 것이니 이정도지. 실제 심장 이식을 위해 그것을 양손으로 들어본 이들은 그 놀라운 역동성에 간혹 심장을 바닥에 떨어뜨리기도 한다. (이식할 심장을 떨어뜨리면 어떻게 하냐고? 간단하다. 세척해서 이식하면 된다.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다시 돌아와서 손으로 심장의 움직임을 느껴보자. 그것을 1분이고 2분이고 가만히 느끼다보면 앞서 한 질문 "영혼은 어디에 있을까?”라는 것이 의미없는 질문처럼 느껴질 것이다. 영혼보다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은 어찌되었건 심장이 뛴다는 사실이다. 그것으로 우리는 몸을 움직이고, 뇌에 전기신호를 보내고, 수많은 감각기관을 통해 자극을 받는다. 

 어떤 콘텐츠의 지속 가능성 역시 이런 심장의 관성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결코 영혼이 만들지 않는다. 흔한 말로 정신은 신체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아파본 이들이라면 그 말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단순한 두통으로도 우리는 옴짝달싹 할 수 없다. 콘텐츠 제작도 마찬가지다. 영혼과 정신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책상에 앉아 회의를 하고 머리를 굴리는 사이, 진짜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심장이다. 반복의 권태를 이겨내는 이들의 움직임이다.

 <책 읽는 라디오>는 회의가 많은 팀으로 유명했다. 우리는 녹음 전, 언제나 회의를 했고, 녹음 후, 잦게 회의를 했다. 심지어 녹음이 없는 날도 회의를 했으며, 그때는 주로 다음 녹음일을 정하곤 했다. 그런 회의를 통해 결정된 우리의 영혼은 코어 근육의 역할처럼 우리 팀을 지탱해주었다. 하지만 그것을 구체화 시키고 손에 잡히는 무엇인가로 만드는 것은 결국 녹음이었다. 반복되는 오프닝, 반복되는 코너, 반복되는 클로징, 또 반복되는 편집과 반복되는 업로드. 이 과정에 영혼의 지분은 10이 채 되지 않는다. 이때 필요한 것은 영혼과 철학이 아니다. 심장이 필요하다. 우직하게, 뛰고 또 뛰는 심장. 우리는 그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았다. 그래서 회의가 늘어질 때, 도무지 결론이 나지 않을 때, 누군가 나서 말했다. 

 “그만하고 녹음 부터 할까요?” 

 그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녹음 준비를 하기위해 몸을 움직였다. 오랜 시간 앉아 있었던 덕에 우리 몸의 피는 다소 정체 상태였기에 일어날때 저마다의 신음을 내뱉었다. 그건 영혼과 육체가 성장할때 들리는 성장통의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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