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는 채용 의뢰 포지션을 분석하며 기업이 돈을 써서라도 데려오고 싶은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보았습니다.
이번엔 반대쪽입니다.
올해 1분기, Candid 컨설턴트들이 만난 후보자는 1,000명 가까이 됩니다.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 이미 퇴사한 사람, 아직은 탐색만 하는 사람 등 그중 65%가 적극적으로 이직을 고려하고 계신 분들입니다. 3명 중 2명이 움직이고 있거나, 움직일 준비가 된 상태입니다.
한 명 한 명에게 물었습니다. 왜 떠나려 하세요? 어떤 곳을 찾고 계세요?
이직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조건 1위는, 연봉이 아니었습니다.
연봉보다 먼저 확인하는 것
1,000명의 니즈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 순위 | 항목 | 수치 |
| 1 | 본인이 원하는 직무 | 16.4% |
| 2 | 연봉 | 7.8% |
| 3 | 본인 성장/경험 | 7.4% |
| 4 | 좋은 동료 | 6.9% |
| 5 | 재무 안정성 | 5.7% |
직무 적합성을 최우선 조건으로 꼽았습니다. 2위인 연봉의 두 배가 넘는 수치입니다.
여기서 '직무'는 막연한 포지션명이 아닙니다. 백엔드 개발자 중에서도 '대용량 트래픽 처리를 하고 싶다', 마케터 중에서도 '퍼포먼스가 아닌 브랜드를 하고 싶다', PO 중에서도 'B2C 프로덕트를 다루고 싶다'처럼 구체적입니다.
연봉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닙니다. 순서가 있다는 겁니다.
직무가 맞아야 연봉이 의미 있고, 성장이 보여야 오래 머물고, 동료가 괜찮아야 버틸 수 있습니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지만요!
결국 개개인은 기회의 Value를 연봉 하나로 판단하지 않습니다. 단순히 연봉만 많이 준다고 인재를 데려올 수 있는 시대는 아닙니다. (물론 모든 게 안 맞아도 연봉을 압도적으로 많이 줘서 이직을 하시는 경우도 존재합니다만, 이러한 극단적인 예외 케이스는 이번 글에서 고려하지 않겠습니다.)
'좋은 동료'의 진짜 뜻
4위인 '좋은 동료'는 수치로만 보면 연봉보다 낮습니다. 하지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가장 구체적인 묘사가 나오는 항목입니다.
사람들이 말하는 '좋은 동료'는 어떤 모습일까요?
"혼자 하는 것에 지쳤어요. 함께 100점을 넘어 150점을 만들고 싶어요."
"함께 달릴 동료만 있다면, 야근은 물론 주말 근무도 가능해요."
"책임감 없는 사람과 일하는 건 도저히 못 견디겠어요."
"규모가 작다면 동료가, 큰 회사라면 리더가 큰 꿈을 꿨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들의 꿈을 서포트 하고 싶어요."
일부 표현만 뽑아 봤지만 결국 '좋은 동료'란 '실력 좋은 동료'보다는 '태도가 좋은 동료', '나와 결이 잘 맞는 동료'입니다.
한 후보자가 해주신 말씀이 기억에 남습니다.
"역량은 훌륭한 리더를 따르기만 하면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그 리드를 따라갈 태도가 중요해요."
같은 시장, 정반대의 강한 니즈
순위권은 아니나 이번 이직에 있어서 워라밸을 원하는 사람과 빡센 근무 환경을 원하는 사람의 비율이 1.3:1 정도입니다. 거의 동일한 비중으로 정반대의 최우선 순위가 공존합니다.
워라밸을 최우선 순위로 보고 계신 분들은 이렇게 말씀 주십니다.
"극심한 야근으로 건강이 안 좋아졌어요. 일을 더 하고 싶은데 건강이 안 따라줘요."
"일을 더 잘하기 위해 퇴근 이후의 삶이 반드시 필요해요."
반면 빡센 근무 환경에 대해 최우선 순위로 보고 계신 분들은 이렇게 말씀 주시곤 합니다.
"동료들과 미친 듯이 일하는 게 재미있어요 그냥."
"남들보다 더 큰 성공을 위해서는 강하게 몰입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들 다 쉴 때 쉬면 남들만큼만 성공한다고 생각해요."
같은 인재 시장 안에서 한쪽은 건강을 잃어서 쉬고 싶고, 한쪽은 몰입할 환경이 없어서 답답합니다. 둘 다 사실입니다.
이 부분은 채용하는 기업에게도 중요한 신호입니다. "우리 회사는 워라밸이 좋아요"라는 메시지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도 있는 반면, 등을 돌리기도 합니다. 반대도 마찬가지이고요. 결국 모든 사람에게 통하는 하나의 문화 메시지는 없다는 뜻입니다.
떠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핵심 이직 사유도 물었습니다.
| 순위 | 항목 | 수치 |
| 1 | 성장 정체/한계 | 15.1% |
| 2 | 이미 퇴사/구직 중 | 13.4% |
| 3 | 도메인 전환 희망 | 7.0% |
| 4 | 경영 악화 | 4.8% |
| 5 | 창업/독립 | 4.8% |
| 6 | AI 분야 도전 | 4.3% |
연봉/처우에 대한 불만은 1.6%로 13위입니다.
사람들은 '더 받으려고' 떠나지 않습니다. '더 하려고' 떠납니다.
"현 업무가 운영/유지보수 중심이라 성장 정체를 느껴요. 그래서 일이 재미없어요."
"대용량 트래픽 경험이 없어서 그 부분을 채울 기회를 찾고 싶어요. 더 큰 성장을 만들고 싶어요."
여기서 말하는 '성장'은 추상적 자기계발이 아닙니다. '지금 내 이력서에 빠진 특정 경험을 채우고 싶다'는 구체적인 갈증입니다.
대기업 출신 후보자들의 이직 사유에서 발견되는 비슷한 패턴도 있습니다.
"의사결정 비용이 크고 너무 느려요. 지금 있는 기술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기술적 방법론 도입이 필요한데, 애초에 불가능하니 기술 부채가 과도하게 쌓이게 돼요."
"리더가 본인 vs 저 이런 식으로 누가 맞나 경쟁을 하려고 해요. 그럴 때마다 지쳐요."
안정성과 네임밸류를 원하면서도 보수적 문화와 정치에 지쳐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으로 보는 건 '대기업급 안정성 + 스타트업급 속도'를 가진 성장기 기업입니다. 쉽게 찾을 수 없는 조합이기에 결국 이직을 안하시기도 합니다.
CMF의 Problem 축으로 읽으면 선명해집니다. 후보자에게 '시장이 풀어주길 바라는 문제'란 성장 정체로부터의 탈출입니다. 이직은 도피가 아니라 업그레이드인 셈입니다. 지금 못 하는 걸 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니까요.
그리고 최근 새롭게 많아지고 있는 이직 사유가 있습니다. 바로 'AI 분야 도전'입니다.
"AI 도메인으로 제 커리어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싶어요."
"지금 있는 곳은 규제가 심해서 GPT, Claude, Gemini 같은 서비스를 못 써요. 생성형 AI를 자유롭게 실험하는 환경을 원해요."
"AI 시대에 걸맞지 않은 조직의 속도라고 생각해요. AI로 조직의 속도를 빠르게 만들고 싶어요."
AI를 활용할 수 없는 환경, 그 자체가 이직 사유가 되는 시대입니다.
AI라는 이름의 자석
후보자들에게 선호 도메인과 비선호 도메인을 물었을 때의 몇 가지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 도메인 | 선호:비선호 비율 |
| AI | 26:1 |
| 블록체인/Web3 | 1:6 |
| 금융/핀테크 | 1.2:1 |
AI가 모든 도메인 중 유일하게 거의 전원이 긍정적으로 반응한 섹터입니다.
흥미로운 건 AI에 대한 감정이 단순한 선호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AI 불안'과 'AI 갈증'이 동시에 나타납니다.
"AI 발전이 제 직군을 위협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AI는 하루가 멀다 하고 진화하고 있는데, 제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이에요. 뒤처질까 봐 걱정도 되구요."
대체될까 봐 불안하니 오히려 더 AI 가까이에 가고 싶다고 말씀을 주십니다. 위기감과 기회 인식이 한 사람 안에서 동시에 작동하고 있습니다.
CMF의 Capability 축에서 보면, 후보자들은 AI 역량을 '있으면 좋은 것'이 아니라 '없으면 위험한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겁니다. AI 도메인 선호 26:1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닌 커리어 생존 전략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반면 블록체인/Web3 도메인의 경우 아래의 말씀과 함께 비선호 하신다는 말씀을 주십니다.
"성과를 잘 내려면 도메인에 대해 이해가 필수인데, 개념 자체가 어려워서 진입 장벽이 높아요."
"블록체인 서비스 관련해서 부정적인 사례를 너무 많이 봐서... 뭔가 꺼려져요."
금융/핀테크 도메인은 선호와 비선호의 목소리가 가장 많이 공존합니다.
"돈이 많이 모이는 곳에 가야 큰 성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최대한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싶어요. 그 점에서 금융은 사람에게 반드시 필요하잖아요."
"규제가 많다보니 더 좋은 프로덕트 개발에 집중하기 보다 규제에 맞추는 것에 집중하고 있어요. 제가 개발자인지 규제 확인자인지 모르겠어요."
같은 단어, 다른 주어
지난 호와 이번 호를 나란히 놓으면, 흥미로운 엇갈림이 보입니다.
기업도 '성장'을 말하지만 후보자도 '성장'을 말합니다. 그런데 주어가 다릅니다.
기업이 말하는 '성장'
사업을 키울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지난 호에서 언급했듯 BD 수요가 월별 86% 폭증했고, 브랜드 마케터가 퍼포먼스 마케터를 앞질렀고, CFO 채용 의뢰가 많았습니다. '만드는 단계'를 지난 기업들이 '키우는 사람'을 찾고 있었습니다.
후보자가 말하는 '성장'
스스로를 키울 곳을 찾고 있습니다. 이직 사유 1위가 성장 정체이고, 니즈의 3위가 성장/경험입니다. "대용량 트래픽을 경험하고 싶다", "인하우스에서 스페셜리스트가 되고 싶다"와 같이 이력서에 빠진 한 줄을 채울 곳을 찾고 있습니다.
기업은 사업의 성장을 원하고, 사람은 자신의 성장을 원합니다. 같은 단어를 쓰지만 서로 다른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엇갈림이 반드시 부정적인 충돌로 봐야 할까요?
사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자신도 키워지는 자리. 그런 포지션이 양쪽 모두에게 CMF가 높은 자리입니다.
"이 회사의 해외 진출을 리드하면서, 저도 글로벌 BD 경험을 쌓을거예요."
"이 팀의 AI 전환을 이끌면서, 저도 AI 역량을 키울거예요."
핵심 이걸 알아보는 눈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채용 공고에는 기업의 성장만 적혀 있고, 이력서에는 나의 성장만 적혀 있습니다. 양쪽의 성장이 교차하는 지점을 읽어내는 것이 곧 CMF를 찾는다는 뜻입니다.
'내가 성장하고 싶은 방향'과 '이 회사가 성장하려는 방향'이 겹치는 지점을 찾고, 그걸 설명할 수 있으면 됩니다.
내가 원하는 일을, 유능한 동료와, 성장하면서 하고 싶다.
CMF의 관점에서 보면, 이직은 단순한 이동이 아닙니다. 지금의 나와, 다음 시장이 원하는 나 사이의 간극을 줄이려는 움직임입니다.
사람들은 그 간극을 메워줄 직무를 찾고,
그 과정을 함께할 동료를 찾고,
그 경험이 미래의 가치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찾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건 “어디가 더 좋은 회사인가”가 아닙니다. 지금의 나에게, 어디가 더 맞는 성장의 자리인가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이 질문은,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사람을 채용하려는 회사도 함께 던져야 하는 질문인지 모릅니다.
결국 좋은 채용은 사람을 데려오는 일이 아니라, 서로의 성장이 겹치는 지점을 정확히 찾는 일에 가깝다고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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