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일을 하고 싶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어렸을 땐 누구나 그렇게 생각한다.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 보면 어느새 나쁜 짓을 하고 있다.
나는 나를 선택할 수 없다. 우리는 시대를, 환경을 선택할 수 없다. 무엇보다 나는 나 자신을 선택할 수 없는 존재다. 나는 나일 뿐이라고 아무리 울어도, 거울을 보면 나조차도 어쩔 수 없는 내가 보인다.
그렇게 우리의 삶은 의지와 우연과 한계의 집합체다. 그 셋은 가끔, 아니 꽤 자주 충돌하고, 그래서 인간은 늘 모순을 안고 살아야만 하고, 세계는 거대한 모순덩어리다. 그 모순을 깨려고 하면 톱니바퀴처럼 맞물린 관성에 녹아들거나, 자신이 망가질 뿐이다. 종종 그 모순에 거세게 항거하는 사람을 보지만, 거기에 성공하면 필연적으로 비인간적이게 된다.
그러니 사실 우리는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는 거다. 인간에게 운과 우연이란 무엇보다 강력한 오브젝트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모순에 거스르지 못하더라도 자신이 처해 있는 곳에서 제자리에 머무르는 정도 아닐까. 어느 쪽으로도 떠밀려가지 않도록 몸부림치면서. 자기보존의 원칙에 따라서, 모순을 숄처럼 두른 채 동요하고 헤매는 것이다.
그 흔들림이야말로 인간을 인간이게 만든다는 믿음과 함께.
우리는 그 모순과 함께 사라질 유기체라는 섬뜩하면서도 담담한 자각과 함께.
* 동네 책방의 영화 모임에서 영화 <군산: 거위를 노래하다>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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