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로운 라디오

침잠

새벽 5시의 피아노 소리

2023.05.22 | 조회 20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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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에 관한 짧은 이야기

아주 사적이고 디테일한 에세이

 

아버님이 유명한 작곡가였잖아요. 어렸을 때 집안 분위기가 궁금해요.

아버지가 매일 상을 펴 놓고 흥얼거리면서, 펜으로 악보를 그리셨거든요. 저는 상 밑에 누워서 잉크가 찰랑찰랑 하는 소리와 사각사각 하는 펜 소리 들으면서 잠들기도 했어요. 가끔 확인하실 게 있으면 클래식 기타 소리 나고, 그러고 나서 또 펜 소리 나고.

낭만적이네요. 그것도 뭔가 음악적인 것 같아요. 음대를 안 가신 이유가 있나요?

못 갔어요. 제가 중2 때부터 그림을 그렸어요. 그 대신 선화예고 시절 내내 음악과 건물에 자주 갔어요. 새벽 5시쯤 아무도 없는 피아노 연습실 가면 아주 조용하거든요. 겨울에 추운 공기의 냄새를 묻히고 들어가서, 조용한 가운데 울리는 소리와 묘한 카타르시스를 음미했죠. 오히려 그런 시간들이 음악을 전공하는 것과는 또 다르게 서정성을 키운 거 같네요.

그런 경험 속에서는 영감이 안 떠오를 수가 없겠네요.

그런 시간은 중요해요. 스스로의 분위기에 매료되는 . 아무것도 아닌 것들. C코드에서 CM7으로 변하는 작은 변화에 침잠해서 30 넘게 치고 있을 있는. 일단 필드에 나오면 그런 시간이 없는 같아요. 필드에서 배우는 스킬들도 필요한 것이겠지만, 그게 저의 정서에 영향을 미친 별로 없는 같아요.

 

- 월간 PAPER 2008년 12월호, 조규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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