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구독자 님, 생각의 숲 김혜원입니다.
지난주에 이런 질문으로 헤어졌지요. 지금 십 대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가장 큰 질문은 무엇일까. 계속 쓰는 사람들에게는 나이를 이기는 자기 질문이 있다는 이야기의 끝에서요.
그 첫 번째 답이 '기후'입니다. 어른은 기후위기를 '대비'하지만, 십 대는 그 안에서 '살게' 될 사람들이거든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제대로 해보려고 합니다.
기후소설은 지금 '일상의 문학'이 되는 중입니다
기후소설(cli-fi)의 무게중심이 종말과 재난의 스펙터클에서 일상의 층위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최근의 담론은 좋은 기후소설이란 기후 지식을 전면에 내세우는 게 아니라 밑바탕에 깔아두는 소설이라고 정리해요. 폭풍 장면이 아니라 폭풍 뒤의 고요, 루틴 뒤의 보이지 않는 균열을 그리는 쪽으로요. 그리고 이 전환의 최전선에 청소년문학이 있습니다. 기후를 '대비'하는 세대가 아니라 그 안에서 '살게 될' 세대의 문학이기 때문일겁니다.

국내 지형 — 두터운 곳과 비어 있는 곳
우리나라 청소년 서가에도 기후소설의 흐름은 이미 뚜렷합니다. 김정 작가의 『노 휴먼스 랜드』는 창비×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소설상 대상을 받은 작품으로, 기후난민이 된 청소년이 주인공이에요.
박소영 작가의 『스노볼』은 혹한으로 뒤덮인 세계의 디스토피아이고, 최정원 작가의 『폭풍이 쫓아오는 밤』도 재난의 한가운데를 지나는 이야기입니다. 배미주 작가의 『너의 초록에 닿으면』, 김초엽 작가의 『지구 끝의 온실』까지. 기후소설은 이제 특별한 장르가 아니라 십 대의 일상 독서 목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지형을 지도로 그려보면 재미있는 게 보여요.
두터운 축은 '멸망 후 세계'입니다. 얼어붙었거나, 잠겼거나, 무너진 다음의 세계에서 살아남는 이야기들이지요. 훌륭한 작품들입니다. 다만 지도에는 아직 비어 있는 자리가 하나 있어요. 재난이 오기 전, 일상이 조금씩 바뀌는 시간의 자리입니다. 에어컨을 5월부터 트는 교실, 제철이라는 말이 흐려져 달라지는 급식 메뉴 — 그 층위의 기후 이야기는 아직 많이 쓰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빈자리는, 바로 그 일상을 지금 살고 있는 사람이 가장 잘 쓸 수 있는 자리입니다.
학교 현장은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게 저 혼자의 생각은 아닙니다. 학교도서관저널 2025년 8월호는 하반기 추천도서 특집을 '재난'으로 꾸렸어요. 전쟁·참사·천재지변, 그리고 일상 속 눈에 잘 띄지 않는 폭력까지. 재난 한가운데를 살아내는 어린이·청소년이 등장하는 책들을 골랐습니다.
특집은 기후위기로 더 극심해진 재난이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생의 기로에 세운다고 짚습니다.
눈여겨볼 건 특집의 방향어입니다. 재난에서 '생존'하는 법이 아니라 재난과 '공존'하는 읽기입니다. 스펙터클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관계 맺는 읽기요. 어떤 변화인지, 감각적으로 느껴지실까요. 학교도서관과 독서교육 현장이 이미 이 프레임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1기 작가 일곱 명이 이미 그 빈자리를 썼습니다
저에게는 이 공백 지도가 이론이 아니라 경험입니다. 생각의 숲 1기 작가 일곱 명이 『십 대가 지구를 구하는 방법』에서 '기후위기'라는 같은 주제를 일곱 개의 관점으로 풀어냈거든요.
우리는 가장 가까운 주변을 돌아보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청소년들이 느끼는 기후위기는 일상을 조금씩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학교에서 에어컨을 5월부터 틀기 시작한다거나, 제철 음식이라는 개념이 사라져 급식 메뉴가 바뀐다거나, 샤워를 더 자주 하게 된다거나. 이 정도면 당장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는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일상의 변화를 들여다보던 한 작가는 익숙한 생활이라는 말의 뒷면을 바라봤습니다.
예를 들면, 저지대에 사는 사람들에게 기후 위기로 인해 되풀이되는 심각한 폭우는 생존의 문제라는 걸 알아챈 것입니다. 저는 이 뒷면을 보는 작가의 시선에 무척 놀랐습니다.
북극곰이 살 곳을 잃는다는 건 직관적이지만, 폭우가 내리는 밤 편안한 침대에 누워 물이 차오르는 지하 방의 누군가를 떠올리는 건 직관적이지 않습니다. 각자의 불행은 자기 몫의 하루를 비대하게 만들어서, 서로의 괴로움에 공감하기 어렵게 하거든요. 그러나 작가들은 일상의 기후위기를 생각하다가 거기까지 닿았습니다. 지구를 구하자고 말하지만, 사실 구해야 할 것은 어딘가의 사람들이라는 것. 그리고 그건 이미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라는 것.
방법도 저마다 달랐습니다. 미래의 어느 날 과거의 사람과 편지를 주고받는 아이가 있었고, 위기에 처한 지구가 스스로를 정화하려고 사람을 나무로 바꾸는 세계도 있었어요. 환상의 형식을 빌려 지금의 현실을 정면으로 마주 보는 시도가 있었고, 일상의 경험을 녹여 또래에게 건네는 솔직한 이야기가 있었고, 어른들이 말하는 기후 위기와 그 해결책에 대해 정면으로 의문과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같은 주제에 일곱 개의 해석은 모두 강렬하고 정당했습니다.

오늘의 글쓰기 팁 — 숫자 대신 사물
그래서 기후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은 십 대에게 건넬 팁은 하나입니다.
숫자 대신 사물을 쓰세요.
"지구 온도가 1.5도 올랐다"가 아니라 "6월부터 나오지 않는 딸기"를 쓰는 겁니다. 데이터는 밑에 깔고, 표면에는 감각만 내보내는 거예요. 담론은 인물이 통제할 수 없지만, 인물의 하루는 담론이 통과한 흔적으로 가득합니다. 그리고 거기에서 자신의 목소리가 가장 강력한 증거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거대한 주제일수록, 작게 쓸수록 오래 남는다는 것도요.

다음 이야기 — 기후보다 더 오래, 매일 살아내는 장소
기후가 십 대가 '살게 될' 세계라면, 다음 호는 십 대가 '이미 매일 살아내는' 장소의 이야기입니다. 기후보다 더 오래, 하루 여덟 시간씩 살아내는 곳 — 학교요.
지금 2기 작가 여덟 명이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는 바로 그 주제입니다. 기후 위기보다 더 가깝고 더 뜨거운 이야기가 될 예정입니다.
오늘 심을 한 가지 생각
저녁 식탁에서 아이에게 한번 물어봐 주세요
"요즘 학교에서, 기후 때문에 달라진 것 하나만 꼽는다면 뭐야?"
아이의 답이 궁금하시다면, 이 메일에 답장으로 들려주세요. 저도 우리 작가들의 답과 나란히 놓고 읽어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생각의 숲에서,
김혜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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