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인구작! Book & Art for Christian

ː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은 읽는 자에게 생명과 기쁨, 평안을 줍니다. 그러나 수 천 년 전의 고대 세계를 배경으로 한 구약 성경은 기본적으로 남성 위주의 가부장적 세상을 당연한 것처럼 전제하고 있습니다. 필리스 트리블은 이 가운데 네 군데 본문을 뽑아서 남성 위주 세상에서 여성이 어떻게 무참하게 희생당하는지 다룹니다. 여성의 수난을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에 견주어서 주목할 만하면서도, 여성의 고통의 극심함으로 인해 그야말로 '공포의 텍스트'이기도 합니다. 꼭 읽어보아야 하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ː 고등학교 시절 읽었던 황순원의 <소나기>는 사춘기 시절 두근거리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생생하게 표현했고, <클래식>은 그의 또 다른 버전이다 싶습니다. 영화가 주는 메시지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영화에서 그려가는 순수한 감정들, 순수한 갈등과 괴로움, 아픔 등이 생생했습니다. “태양이 바다에 미광을 비추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 "희미한 달빛이 샘물 위에 떠있으면 나는 너를 생각한다.” 같은 대사, <사랑하면 할수록>, <너에게 난 나에게 넌> 같은 삽입곡까지 정말 가장 아름다운 사랑 영화^^ 사랑 영화의 클래식인 <클래식>.

ː 80년대에 <태백산맥>이 일제시대와 해방 직후 우리네 고통스러운 역사를 문학으로 보여주었다면, 21세기에 이 시기를 다룬 책으로는 <세 여자>가 있습니다. 일제강점기를 중심으로 공산주의 운동의 첫걸음을 걸어갔던 세 여자와 그들과 인연이 있었던 세 남자에게, 마르크스-레닌주의는 희망이고 소망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택한 공산주의는 일제와 해방 직후 조선 현실과 너무나 불화했고, 그들의 삶 전부는 대부분 비극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이 택한 것은 그저 공산주의가 아니라, 더 나은 삶, 더 올바른 삶, 함께 살아가는 삶이었다 싶습니다. 주인공 모두의 삶에 기독교가 접점이 있었다는 점 역시 주목하게 됩니다. 기독교 신앙은 과연 ‘더 나은 삶’을 살고자하는 이들에게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ː 책은 중세 흑사병을 피해 한적한 시골로 도망쳤던 사람들처럼, 코로나 팬데믹을 피해 온라인 공간에 모인 사람들이 풀어놓은 10개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치밀하게 계획되지 않은 낯설고 파편적인 이야기지만, 한국교회와 사회를 성찰하는 논의를 통해 빨라지는 우리의 걸음을 성찰하도록 도와줍니다. 새해를 전망하는 우리에게 정답을 알려주진 않지만, 책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아직 오지 않은” 일상을 전망해 볼 수 있습니다.

ː 가장 편하고 가까운 관계일수록 마음에 품은 생각과 입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을 종종 경험합니다. 엄마와 딸의 대화를 담은 노랫말에서도 그 상황은 반복되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 서로를 향한 마음이 열릴 때, 말소리 너머에 담긴 진심을 발견합니다. 양희은의 노랫말은 다양한 관계에서 표현하지 않았던 혹은 표현하지 못했던 말을 떠올리게 합니다.

ː 대중에게 주목받지 못한 드라마지만, 역사가 기록되기 이전 시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입니다. 드라마 속 고대인의 이야기와 생활을 보면서, 같은 고대를 살았던 성경 인물들과 더 친근해 질 수 있습니다. 고대인들의 세계관이 삶과 신앙에 어떻게 영향을 끼쳤는지 직관적인 깨달음을 갖게 합니다. 2019년에 방영되었던 <아스달 연대기>의 후속작.

ː 사람은 고통을 대하는 태도에 따라서 다른 삶을 사는 듯합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의 고통까지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사랑하지 않는 이들의 고통입니다. 누구나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면서 살기 때문에, 사랑의 대상을 넓히지 않으면, 무관심할 수 있는 이웃의 호소를 듣지 않는다면, 우리의 사랑은 이기적이고 공허할 수밖에 없습니다. 김승섭 교수는 고통이 타인의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세월호 유가족과 천안함 생존자, 성소수자처럼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아파하는 이들의 고통은 남의 것일 뿐입니다. 그래서 그는 의학과 역학이라는 언어로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을 연구하고 공부합니다. 그에게 공부는 고통에 응답하는 언어입니다. 보이지 않는 상처가 당사자의 몸에 갇히지 않고 공유되는 이야기가 되도록 고통의 진앙지 곁으로 다가가는 행동입니다. 나는 눈물을 흘리며 이 책을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ː 성경을 공부하다가 시를 이해하지 못하면 신학을 하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든 것이 말씀에서 창조된 것이라면, 오늘 우리의 언어는 생명을 되살리는 말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뉴스앤조이>와 <복음과상황>에서 일하면서 교회의 언어가 유통기한이 지나버린 상태임을 절실하게 느꼈고, 좋은 언어를 찾다보니 시를 다시 읽게 되었습니다. 이성복 시인의 시론은 신학적입니다. 그에게 시인의 사명은 황폐한 광야에 선 이들에게 우리가 서 있는 땅이 거룩한 땅임을 일깨우는 일입니다. 이성복 시론을 읽다보면 시인은 언어의 제사장이고 최초의 말을 내뱉는 예언자입니다. 시인들이야말로 말씀의 길을 따라서 극지(가장자리, 경계선, 벼랑끝)로 가는 수도자나 순례자처럼 보입니다. 저는 <극지의 시>, <불화하는 말들>, <무한화서>를 읽으면서 빈곤한 말을 고르는 법을 익히고 있습니다. 

ː 클래식을 자주 듣지는 않지만, 요즘 틈틈이 반복해서 듣는 아주 짧은 소품입니다. ‘기쁨’을 공부하는 마음으로 듣습니다. <예수, 나의 기쁨>은 요한 제바스티안 바흐가 1723년에 라이프찌히(Leipzig)에서 어떤 부인의 장례식을 위해서 작곡했다고 합니다. 바흐는 이 곡을 무덤을 흙으로 덮기 전에 부르도록 했는데, 죽음을 영원한 삶으로 태어나는 사건으로 바라보게 합니다. 바흐가 이 곡을 만들면서 활용한 17세기 성가 가사는 사랑의 고백입니다. “예수, 나의 기쁨, 내 마음의 푸른 초장, 예수, 나의 보물, 아 얼마나 더, 아 얼마나 더, 나의 마음은 근심에 놓여야 하고 당신을 그리워해야 하나! 하나님의 어린양, 나의 신랑, 이 지상에서 당신보다 내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없어야 하리라.” 바흐는 어떻게 슬픔과 고통을 이기는 기쁨의 샘을 찾았을까요. 목회자로서 어떻게 하루를 깊고 고요한 기쁨에서 시작하도록 이끌 수 있을까, 기도의 자리를 찾는 마음으로 듣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