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연말에 그림책 전시를 준비할 때 일인데요, 방문하신 분들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그림책을 골라 달라는 작은 쪽지를 준비해야 했어요. 좋아하는 선생님과 마주 앉아 에이포용지를 여섯 개로 나누어 자르는데, 선생님께서 ‘너무 잘 잘랐다’며 칭찬해주셨어요.
졸업을 앞두고 있던 시기, 저는 웃을 일이 많이 없고 마음이 축 가라앉아 있는 편이었어요. 다행인 것은 주변의 좋은 사람들이 저를 살리려고 엄청나게 많은 칭찬을 해주신다는 겁니다. 글을 잘 쓴다, 편집을 잘 했다거나, 멋지다거나 잘 버텼다거나. 그 많은 것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종이를 잘 잘랐다는 칭찬입니다.
때로는 칭찬들이 저를 너무 단순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어요 성실한 마토, 잘 하는 마토. 제가 경험하는 것과는 너무 다른 저를 재단하는 기분. (제 자랑은 아니고요.) 저는 체크무늬를 좋아합니다.
선과 선이 겹쳐져 한 곳에서 만날 때, 좋은 점과 나쁜 점이 만나 애매모해지는 모양. 당신과 내가 만나 서로에게 기다 무늬가 만들어지는 순간 같아서요. 저는 어색하게 ‘제가 가위질을 잘 못하는데…’하고 말을 얼버무렸지만, 저는 종이를 잘 잘랐다는 칭찬으로 작년 한 해 마지막을 견뎠습니다.
선생님께는 비밀이지만요.
이렇게 쓰고 보니 그 날 체크무늬 모자를 쓰고 있었네요.
우연찮은 마음으로,
마토 드림.
지난주에 메일을 보내고, 저희는 오랜만에 만났어요.
화요일에 같이 책 포장을 하는데, 우당탕탕 이 책을 만들면서도 좋은 사람들을, 내가 기댈 사람들을 만든다는 게 좋아서 글을 쓰고 책을 만든다는 생각이 문득 들더라고요.
이렇게 힘든 일을 사랑하면 안 되는데.
이미 벌어진 일이지만요.
어떻게 흘러갈지 모를 앞으로, 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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