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항상 불을 켜놓고 살아요. 무드등 하나로 지내는 법 같은 건 모릅니다. 형광등도 모자라 조명등까지 다 켜두죠. 화장실 불도 잘 안 끄고 다녀서 엄마에게 항상 혼나곤 해요. 왜 그럴까 생각했는데, 어떤 두려움 때문인 것 같아요. 눈이 조금이라도 침침해지면 괜히 불안한 거 있죠. 눈이 더 나빠지면 어떡하지. 나는 아직 못 읽은 책이 많은데. 봐야 하는 얼굴도 많고, 느껴야 할 경치도 많아요.
“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아. 여름엔 수박도 달고, 봄에는 참외도 있고, 목마를 땐 물도 달지 않나. 그런 것 다 맛보게 해주고 싶지 않아? 빗소리도 듣게 하고, 눈 오는 것도 보게 해주고 싶지 않냐.”
최근 노벨 문학상을 타신 한강 작가님의 오래전 산문이 인기가 있더라고요. (일단 작가님 압도적 축하) 작가님은 어두운 터널 같은 삶을 견뎌야 할 미래의 아이를 걱정했지만, 남편분은 아이가 겪게 될 삶의 분명하게 좋은 부분들을 이야기해주는 그런 글이었어요. 빛이 아니더라도 여러 감각을 통해 세상의 있는 것들의 윤곽을 확인할 수 있는 이상, 삶은 계속 살만한 것 같아요. 괜히 여름에 수박을 못 먹은 게 좀 아쉬워지네요. 사실 제가 과일을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서요.
그래서 그런지 계절마다 과일을 챙겨 드시는 우리 동네 마토님이 조금 부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대신 제철 생선회는 찾아서 먹는 편이니까요. 빨리 방어의 철이 오면 좋겠습니다. 사케 한 잔에 방어 한 점 딱 먹으면 그게 천국인데 말이죠.
뭔가... 인사말 엔딩이 이상해졌네요? 아무튼! 각자의 빛을 찾아봅시다, 우리.
저는 주에 세 번 수영을 하는데요, 오늘 이 메일을 편집하기 전에 수영을 다녀왔거든요.
사실은 말이에요, 지금까지 한 번도 물에서 눈 뜨는 법 같은 걸 익혀본 적이 없어 늘 눈을 꼭 감았는데, 오늘 처음으로 발차기를 하다가 눈을 떠 봤어요.
수영장엔 빛이 참 많더라고요. 사람 숨소리에도 물방울이 있고,
물방울에도 빛이 스며들 수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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