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마토입니다.
저는 좀 말을 끊어서 하는 편입니다. 방금 연근 이야기를 하다가 지금 빵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삼십 분 전에 하던 연근 이야기를 다시 이어서 "그러니까 ..." 하고 말하기도 해요. 그래서 저랑 대화할 때는 잘 기억하는 게 중요하다고,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또 어느 시점엔 아무거나 잘 기억하기도 합니다. "그 때 그랬잖아, 저번에 말해줬잖아." 주로 오랜 시간이 지난 이야기들이요.
이쯤 되면 아시겠나요, 저는 참. 말이 많습니다.
말 많은 이들은 무언가를 기억하는 것보다 잊어버리는 데에 더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주변의 말 많은 사람들을 보면 그렇습니다. 일례로, 지난 메일에 인삿말을 쓴 딤섬 언니는 참 말이 없는 편이에요. 제 생각엔 그렇습니다.
그래서 그 언니는 뭐든 잘 잊어버리잖아요. 저도 말을 좀 줄일 줄 알아야 할 것 같은데, 좋은 사람들과 있으면 입이 막 무엇이든 잊어버리라고 마구 움직이는 걸 어떡해요.
그런데 잊어버리는 것도,
이 자발적 망각도 참.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잘 잊어버리고 시간이 지나면 다시 떠오르겠죠?
언니들이 잊어버린 걸 제가 또 기억하겠죠.
봄소풍을 떠나보신 적 있나요?
(마지막 봄 이야깁니다. 조금만 견뎌주세요.)
저는 어린 시절 보물찾기를 할 때면, 하나도 못 찾고 그냥 울어버리는 '금쪽이'였습니다.
불쌍해서 노트나 연필 같은 보물들을 하나씩 손에 쥐어주게, 그런 불쌍함을 자처하는 어린 아이였어요. 그런데 저는 보물찾기를 싫어했습니다. 봄에는 유독 잃어버리고 실패하고, 그런 것들이 많습니다. 잊어버리고 망각한다는 건 곧 봄이라는 증거 같아서 싫기도 할 때,
여름이 오는 지금이라면, 지금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봄을 잊어버리고 있는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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