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십 년 이상 지난 일인데, 어릴 때 식목원을 많이 다녔어요. 숲과 친한 어린이였죠.
어린 제가 소중하게 생각했던 몇 가지 물건 중 하나는 나뭇가지로 만든 연필이었어요. 식목원에서 기념품으로 파는 것을 아는 삼촌이 잘 조각해서 꽃무늬를 새겨 특별하게 만들어주셨어요. 연필심이 끝까지 들어 연필이 아니라 흑연을 아껴 써야 했지만 저는 그 울퉁불퉁한 연필이 너무 좋았어요. 삼촌이 조심스럽게 사각, 사각 깎아주신 연필과 그 아래로 쌓이는 잘 밀려난 연필밥들이 좋았거든요.
이후에 칼로 연필 깎는 일을 많이 연습해봤는데 잘 안되더라고요. 한 번에 너무 많은 살이 베어나가서 못나게 되거나 이전에 냈던 상처들을 한 번 더 건드려서 중앙에 박힌 흑연이 드러나기도 했어요. 삼촌이 손에 힘을 빼고 칼질을 하라고 알려주셨어요. 말처럼 쉽지 않았어요.
때로는 말이 사람을 칼질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필처럼 사람을 쓸모있게 만들기도 하지만 둥근 모양으로 사람을 상처내기도 하고요.
손에 힘을 푸는 일은 쉽지 않아요. 그게 맞잡은 손이라도요. 칼질이든 마음이든 다 어려워서 포기하고 싶어지는데, 연필밥처럼 쌓이는 기억들이 좋아서 쉽게 놓을 수가 없어요. 전 욕심이 많거든요.
그냥 최근에 든 생각이 그렇습니다.
이번주에도 부는 칼바람에, 추워서 맞잡은 손에 조심하시길.
감사합니다.
마토
무슨 이유에선지 저는 작년부터 추위를 엄청 많이 타게 되었는데요,
원래 저에게 산책이라 함은 겨울 산책이었는데 요즘은 산책 하기에 너무 춥죠. 그래서 저는 겨울을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산책을 마무리짓는 게 추위 때문이라니. 고작 겨울 때문이라니.
닫는 글을 쓰는 지금, 손이 시려워요. 방금 들어왔거든요. 사람들 얼굴 보려고 하는 산책이 아니라서 다시 나가고 싶어지는 이 마음... 어떻게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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