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 오랜만에 인사드리는 것 같네요.
열여섯 살 겨울, 혼자 강릉으로 떠난 적이 있어요. 기차를 타고 모르는 도시로 가서 느린 버스를 타고, 아무 곳에나 내렸어요. 유명한 집에 가서 기대보단 못했던 짬뽕순두부도 먹었고 해변으로 가서 흔들그네에 앉아 두 시간 동안 평화를 즐기기도 했죠. 저녁으로 퍽퍽한 수제버거를 먹고,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다시 집으로 오는 기차에 몸을 실었어요. 기차에서 받은 메시지,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친구들이 했던 말이 떠올라요. ‘그 나이에 혼자 어디를 가는 게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 라는데, 글쎄요. 제 주변에 용기 없는 사람들이 많은 건지 저는 용기 있다는 말을 많이 듣는 편입니다.
얼마 전 병원에서 선생님이, 여행이라는 게 특별한 게 아니고, 지하철을 타다가 모르는 곳에 다다르는 것도 여행일 수 있다는 말을 하셨어요. 그러니까 저희는, 저는, 매일 목적지를 정해두고 여행을 계속하고 있는 거죠.
저는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참 좋아요. 아, 오늘도 정말 잘 걸어다녔다, 열심히 떠났다, 하고 몸을 뉘이고 정신없이 잠에 드는 저녁. 여기까지 생각하니 어쩌면, 새로운 경험이나 모르는 장소, 익숙하지 않은 감각의 체험보다는 돌아오는 길에 여행의 본질이 있는 것 같아요.
돌아오는 길을 즐기기 위해 떠나는 이상한….
다들 어딜 향해 여행을 떠나는 중이신가요?
오늘 초광 언니랑 시간이 너무 빠르단 연락을 주고 받았는데요,
비밀인데요, 사실 전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게 영 싫지만은 않아요.
다들 보고 싶거든요.
(이번 메일 제목은 페퍼톤스의 '긴 여행의 끝'이라는 노래 가사를 가져왔어요. 내일 여행길에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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