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주의의 뿌리, 보수의 얼굴은 바뀌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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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훑어보는 국제정세] 7월 넷째주 목요일 리포트

Behind the Firing Line :

How William F. Buckley Reinvented Conservatism

[REVIEW ESSAY]

Buckley: The Life and the Revolution That Changed America

By Sam Tanenhaus. Random House, 2025, 1,040 pp.

Foreign Affairs (2025 May/Jun), Behind the Firing Line

Illustration by John Lee

🌁 어떤 배경이 있나요?

🔍 냉전의 종식, 보수주의의 중심을 잃다

1991년 소련의 붕괴는 냉전의 종식을 알리는 사건이자, 미국 보수주의의 방향을 송두리째 흔든 전환점이었습니다. 반공주의는 수십 년간 보수 진영을 하나로 묶는 정신적 구심점이자 정치적 도구였기에, 그것이 사라지자 보수는 내부에서 정체성의 균열을 겪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에 반대할 것인가’에서 ‘무엇을 지향할 것인가’로 초점이 이동하면서, 보수는 오히려 길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그 뒤를 이은 시대에는 ‘작은 정부’와 ‘문화 보수주의’, ‘민족 정체성’과 ‘시장 자유화’가 한 진영 내에서 충돌하기 시작했고, 티파티 운동이나 트럼프 시대를 거치며 ‘엘리트 보수’에서 ‘대중 포퓰리즘’으로 중심축이 이동했습니다. 이념보다 분노, 담론보다 자극이 강조되는 흐름 속에서 과거 보수주의의 철학은 점점 자취를 감췄습니다.

🧭 보수주의의 설계자, 그가 남긴 빛과 그림자

이 혼란의 시기를 이해하기 위해선, 미국 현대 보수주의의 토대를 닦은 윌리엄 F. 버클리(William F. Buckley Jr.)라는 인물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1955년 잡지 《National Review》를 창간하며 ‘융합 보수주의(fusionism)’를 통해 자유시장주의자, 전통주의자, 반공 세력을 하나의 정치 공동체로 묶었습니다. 이후 〈Firing Line〉이라는 TV 토론 프로그램을 통해 보수 담론을 대중적으로 확산시키며 ‘지적 보수주의’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나 그의 유산은 결코 순전한 영광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젊은 시절 버클리는 흑인 참정권을 제한하려는 남부 백인을 옹호했고,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인종차별 체제를 ‘질서 유지’라고 평가했습니다. 반공주의를 명분으로 매카시즘을 옹호하며 미국 내 자유주의를 위협한 점도 비판 대상입니다. 생애 말년 그는 자신의 과오를 일부 인정했지만, 그가 만든 ‘보수주의’는 처음부터 경계와 배제, 엘리트주의를 내포한 정치철학이기도 했습니다.

🌐 보수주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제 미국 보수주의는 과거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다층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습니다. 버클리가 중시한 ‘지적 정당성’은 반지성주의의 물결 속에서 설 자리를 잃었고, 융합 보수주의의 균형 감각은 문화전쟁과 음모론 정치 속에 균열되었습니다. 트럼프 이후의 공화당은 종교, 경제, 안보라는 3대 축이 분열된 채로 새로운 주류를 찾고 있지만, 그 방향은 여전히 유동적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혼란의 한복판에서 오히려 버클리의 이름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어떤 이는 그의 원칙주의와 지성주의를 복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또 다른 이는 애초에 버클리 보수주의가 오늘의 분열을 가능케 한 근원적 토대를 제공했다고 비판합니다. 그가 남긴 유산은 현재 보수주의 내부의 ‘전통으로의 회귀’와 ‘전통에 대한 거부’라는 상반된 흐름 모두에게 명분을 주고 있는 셈입니다.

📡 그리고 이제, 우리 앞의 질문

바로 이 지점에서, 이번 리뷰 에세이는 중요한 문제를 제기합니다. 윌리엄 F. 버클리는 과연 미국 보수주의의 영웅인가, 아니면 오늘의 혼란을 초래한 설계자인가? 그의 수많은 글과 말, 행동은 오늘날 보수주의를 어떻게 비추고 있는가?

지금 필요한 것은 ‘평가’가 아니라 ‘재해석’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그를 통해 보고 싶은 것은 보수의 과거가 아니라, 그것이 미래에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하는 물음이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제, 그 질문이 우리 앞에 다시 놓였습니다. 🎯

👨‍🏫 저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찰스 킹 (Charles King)

찰스 킹은 민족주의, 동유럽 정치, 도시사, 인류학의 지적 역사까지 아우르는 미국의 대표적인 국제정치학자이자 저술가입니다. 현재 조지타운대학교 국제관계 및 정치학 교수로 재직 중이며, 과거 해당 학과의 학과장을 역임했습니다. 옥스퍼드대학교에서 M.Phil.과 D.Phil.을 받았고, Marshall 장학생으로도 선발된 바 있습니다.

그의 대표작 『Gods of the Upper Air』는 프란츠 보아스와 그의 제자들—마거릿 미드, 루스 베네딕트, 조라 닐 허스턴, 엘라 데로리아—의 삶을 통해 20세기 미국 인류학의 혁신과 인종·젠더 개념의 재구성을 조명한 저서로, 프란시스 파크만상, 애니스필드-울프상 등을 수상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습니다. 또한 『Midnight at the Pera Palace』, 『Odessa』, 『The Ghost of Freedom』 등 도시와 지역의 정치·문화사를 세밀하게 서술한 저서들도 널리 읽히고 있습니다.

그는 CNN, BBC, NPR, The New York Times, Foreign Affairs 등 주요 언론과 학술지에서 활발히 논평과 기고를 이어가며, 학계뿐 아니라 대중 지식인으로도 왕성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인류학과 정치학, 역사학을 연결하며 오늘날 사회적 정체성과 권력 구조를 되짚는 그의 저작은, 현대 사회과학과 교양서 모두에 깊은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 그래서 3줄 요약은?

1️⃣ 윌리엄 F. 버클리는 냉전 이후 미국 보수주의를 재구성하며, 질서·위계·전통을 강조하는 새로운 보수 담론을 형성했고, 오늘날 트럼프주의의 문화적 기반을 놓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2️⃣ 그는 보수주의를 이념이 아닌 일종의 ‘태도’와 ‘공연’으로 만들어 대중에게 각인시켰고, 토론과 언론을 무대로 삼아 지적 보수주의의 위상을 세우는 동시에 반대 진영을 조롱하고 배제하는 수사를 퍼뜨렸다.

3️⃣ 저자는 트럼프 시대의 극단적 정치 스타일과 권위주의적 국정 운영이 결국 버클리가 만든 정치적 수사와 정서가 권력을 잡았을 때 어떤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 뭘 말하고 싶은 건데?

🎭 보수주의? 정치이념보다는 '스타일'!

이 글은 미국 보수주의의 ‘지적 기원’을 추적하며 윌리엄 F. 버클리를 중심적으로 조명합니다. 그는 단순한 평론가나 사상가가 아니었습니다. 저자 찰스 킹에 따르면, 버클리는 보수를 주장한 사람이 아니라 보수 그 자체를 ‘연기’한 사람이었습니다. 말투, 자세, 논점, 말장난, 예의 바른 조롱—모두가 정치적 언어이자 이미지였죠. 그는 단지 보수주의를 설파한 것이 아니라, 보수주의를 세련되고 매력적인 문화 코드로 ‘정치화’시킨 창작자였습니다.

그가 창간한 『National Review』는 “역사의 흐름을 막아서 ‘멈춰!’라고 외치겠다”는 선언으로 출발했고, 그가 진행한 TV 토론 프로그램 은 ‘문화가 정치 위에 있다’는 그의 직관을 실천한 무대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그 자체로 미국 정치의 시각 자료이자, 보수주의가 어떻게 이미지화되고 연극화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실험실이었습니다. 지금의 미국 우파 정치가 ‘감정’과 ‘퍼포먼스’ 중심으로 흘러가는 데에는 버클리의 스타일이 큰 원형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통찰입니다.

🔁 트럼프주의는 돌연변이가 아니다

많은 이들이 도널드 트럼프의 등장을 보수 정치의 일탈이자 돌연변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이 글은 오히려 반대로 트럼프가 보수주의의 유산을 파괴한 것이 아닌, 버클리의 유산을 물려받았다고 주장합니다.

버클리는 냉전기 미국 보수의 지적 아이콘이었지만, 그는 민주주의의 확장에 열광하지 않았습니다. 질서, 위계, 통제, 신념의 동질성을 중시했고, 정치란 ‘대중의 참여’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정제된 계층’이 주도하는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의 보수주의는 자유시장주의나 제한된 정부 같은 추상적 교리가 아니라, 누가 미국을 다스릴 자격이 있는지를 묻는 계급적 상상력에 가까웠습니다.

저자에 따르면, 버클리는 오히려 아이젠하워나 레이건 같은 ‘온건 보수’야말로 미국 우파의 이상에서 벗어난 존재로 봤습니다. 진짜 보수주의란, 정부를 ‘작게’ 만드는 게 아니라 ‘제대로 된 사람들’이 지배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비전이 그의 사상 중심에 있었던 셈입니다. 그리고 트럼프의 등장은 이 철학의 실현을 의미합니다. 멕시코, 남부 귀족, 반공주의, 권위주의적 기질이 결합된 ‘오래된 우파’의 복귀. 트럼프 시대의 기저엔 버클리가 처음 열었던 사상적 토대가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점을 이 글은 짚어냅니다.

📺 토론의 형식을 빌려온 무정부주의

버클리의 수사가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은 여러 장면에서 포착됩니다. 그는 언제나 정중했지만, 정중함은 곧 도발의 장치였습니다. 그는 상대의 논리를 반박하기보다는 논점을 비틀고, 맥락을 전환하고, ‘상대가 말할 수 있는 자격’을 공격하는 수사적 기술에 능했습니다. 이른바 “do your own research” 류의 수사학, 지금 인터넷 우파가 흔히 사용하는 “뭐가 진짜 팩트인지 누가 아냐”라는 회의주의적 언어의 기원이 그에게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그는 맥카시를 지지했고, 민권법을 반대했으며, HIV/AIDS 환자에 대한 차별적인 제안까지 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나는 단지 토론 중일 뿐’이라는 방식으로 포장됐습니다.

문제는, 이 전략이 한 세대를 거치며 ‘논쟁 기술’이 아니라 ‘진실 자체를 의심하는 문화’로 변질되었다는 점입니다. 버클리의 말재간은 인터넷 시대의 사이비 뉴스, 인포워즈, 선동가들, 마라라고의 트럼프 퍼포먼스까지, ‘토론 형식을 흉내 낸 몰이성’으로 이어졌습니다. 버클리는 늘 “나는 단지 당신의 주장을 묻는 것뿐”이라고 했지만, 실제로는 사실보다 스타일, 합리성보다 조롱, 이해보다 우열감을 전달한 셈입니다. 그리고 이 수사는 지금도 살아 있습니다.

🤝 버클리의 가장 큰 유산은 ‘민주주의에 대한 뿌리 깊은 의심’

이 글이 강조하는 또 하나의 포인트는, 버클리의 정치가 실은 민주주의에 대한 회의에서 출발했다는 점입니다. 그는 대중의 보통 감정이나, 평등주의, 다원주의를 신뢰하지 않았습니다. 그가 좋아한 건 ‘문명(civilization)’이었고, 문명이란 잘난 소수의 고상한 규범이 지켜지는 상태를 뜻했습니다. 그에겐 흑인의 참정권보다, 백인 중산층의 안녕이 중요했고, 이민자보다 예절 있는 부르주아의 질서가 우선이었으며, ‘진리’보다 ‘품위’가 가치 있었습니다.

그가 말한 ‘우파’는 경제 정책보다 정체성의 문제였고, 어떤 사람들이 정치에 발을 들일 수 있어야 하는가에 대한 철학이었습니다. 지금 트럼프의 미국이 보여주는 배제의 정서, 자기편 중심의 행정, 충성에 따른 보상과 응징의 정치는, 놀랍게도 그 핵심 윤리를 버클리로부터 물려받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버클리는 그걸 우아하게 말했고, 트럼프는 그걸 시끄럽게 했을 뿐 내용은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게 이 글의 핵심 주장입니다.

❓우리가 진짜 잃은 건 무엇일까?

버클리는 20세기 미국 보수주의의 설계자였고, 연출자였으며, 전략가였습니다. 그는 이념보다 이미지, 담론보다 전선, 공동선보다 적의 규정에 몰두했던 인물이었고, 그런 정치 문법은 이제 미국 우파의 표준이 되었습니다. 진지한 철학보다 날카로운 조롱, 타협보다 위계, 연대보다 경계선 긋기를 우선시하는 정치—그 출발점이 바로 그였다는 것이 이 글의 핵심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마주한 보수주의가 정말 그의 유산의 완성이라면, 묻게 됩니다. 애초부터 그가 품은 이상은 위험했던 건 아닐까요? 만약 정치가 계속해서 권위와 수행, 배제의 형식으로만 작동한다면, ‘정치는 시민 모두의 것’이라는 오래된 명제는 그저 낭만적 환상에 불과해지고 마는 건 아닐까요?

📖 읽은 티는 내보자!

아예 안 읽기는 애매하다고요? 기사의 중요 부분을 발췌해 드릴게요! 😆

🧭 보수의 길, 버클리에서 트럼프로 이어지다

“Buckley, who died in 2008, did not live to see the rise of Trumpism. But it is impossible to read Buckley, Sam Tanenhaus’s monumental, honest, fair-minded, and spectacularly enlightening biography—some 30 years in the making and undertaken with Buckley’s cooperation—without seeing in it the trailhead to our own time. Buckley was among the first to sense that American politics is downstream of culture, meaning that the drivers of political life are affect and positioning, not interests and policies. On the page and on the screen, Buckley didn’t so much articulate conservative ideas as perform them: a preference for order over voice, a desire to limit participation rather than enable it, a belief that public morality should have religion near its center, and a conviction that a new elite must remake the Republican Party as the first step toward retaking the United States.”

2008년에 세상을 떠난 윌리엄 F. 버클리는 트럼프주의의 등장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샘 태넌하우스가 30년에 걸쳐 집필하고, 버클리의 협조 아래 완성한 방대한 전기 《Buckley》를 읽다 보면, 오늘날 우리 시대의 출발점을 그 안에서 발견하지 않을 수 없다. 버클리는 ‘미국 정치가 문화의 하류’라는 사실을 가장 먼저 감지한 이들 중 하나였다. 다시 말해, 정치적 삶을 움직이는 동력은 이해관계나 정책이 아니라 정서와 정렬이라는 것이다. 글과 방송에서, 버클리는 보수주의 사상을 설명하기보다는 그것을 ‘실연’했다. 그는 목소리보다는 질서를, 참여 확대보다는 제한을, 공공 도덕성의 중심에는 종교가 있어야 한다는 믿음을, 그리고 새로운 엘리트 계층이 공화당을 재편하여 미국을 되찾는 첫걸음을 시작해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다.

🔁 트럼프주의는 새로운 것이 아니라, 미국 보수의 회귀다

“Today, listening to what Buckley had to say—and, crucially, how he said it—can hit like a revelation. Trumpism is often characterized as a fractious coalition of techno-libertarians and populists or a new American version of older European authoritarianism. But through the prism of Buckley’s life, it looks more like a radical return to something more recent and closer to home. What Buckley saw more clearly than any conservative thinker of the twentieth century was the degree to which figures such as U.S. Presidents Dwight Eisenhower and Ronald Reagan were not fulfillments of the American rightist tradition of Buckley’s youth but aberrations from it. Mainstream conservatism, such as it was, had evolved from old-style liberalism, with its conviction that a good society would magically emerge if government got out of the way. What conservatives lacked, Buckley felt, was both a program for a rightly ordered America—hierarchical, suspicious of opposition, and protective of a civilization under threat—and the will to achieve it.”

오늘날 버클리가 했던 말—그리고 그보다 더 중요하게, 그가 말했던 방식—을 다시 들으면 그것은 계시처럼 다가온다. 트럼프주의는 종종 기술자유주의자들과 포퓰리스트들이 뒤섞인 분열된 연합, 혹은 유럽식 권위주의의 미국 버전처럼 묘사된다. 그러나 버클리의 생애를 통해 보면, 그것은 오히려 훨씬 더 가까운 과거로의 급진적 회귀처럼 보인다. 버클리는 20세기 어떤 보수 지식인보다도 더 분명하게,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나 로널드 레이건 같은 대통령들이 버클리의 젊은 시절 보수 전통의 완성이 아니라 그 전통에서 벗어난 일탈이었다는 점을 보았다. 기존의 주류 보수주의는 ‘정부만 물러나면 좋은 사회가 저절로 생긴다’는 신념을 가진 구식 자유주의에서 진화한 것이었다. 버클리는 보수주의가 부족한 것은, 위계적이고 반대 의견에 의심이 많으며 문명이 위협받고 있다고 믿는 ‘질서 있는 미국’에 대한 청사진과 그것을 실현할 의지라고 보았다.

⚔️ 트럼프, 버클리가 꿈꿨던 ‘진짜 보수 혁명’을 실행 중?

“Buckley’s genius was to see that, from the New Deal to the Cold War, American conservatives had bent themselves into timid naysayers. They knew they were opposed to “big government,” but in all the great battles of the twentieth century—over everything from the social safety net to civil rights—they had been cowed into accepting a liberal understanding of the ends and means of governance itself. What they lacked was a dream for what their country could become once it was freed from the barbarians. Since returning to the White House, Trump has begun to implement a substantive program in ways Buckley could have only imagined a Republican president would. The executive branch has dismantled decades-old government programs inherited from liberal administrations; sought to control universities and silence the professional media; made common cause with repressive regimes abroad; denied due process to alleged radicals and noncitizens; suspended refugee admissions (except for white South Africans); and elevated loyalty and ‘national masculinity,’ as Buckley once put it, above competence and decency as political virtues.”

버클리의 천재성은, 뉴딜에서 냉전에 이르기까지 미국 보수주의자들이 결국 겁 많고 소극적인 반대론자들로 전락했다는 점을 꿰뚫어본 데 있었다. 그들은 ‘큰 정부’에 반대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사회보장망부터 민권운동까지 20세기 주요 전장에서는 결국 통치의 목적과 수단에 대한 자유주의적 해석을 수용하게 되었다. 그들에게 부족했던 것은 ‘야만인’들로부터 해방된 이후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꿈이었다. 트럼프는 백악관에 복귀한 이후, 공화당 대통령이라면 버클리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다고 여겼을 법한 방식으로 실제적인 프로그램을 실행해 왔다. 행정부는 자유주의 정권들이 남긴 수십 년 된 정부 프로그램들을 해체했고, 대학을 통제하며 직업 언론을 침묵시키려 했으며, 해외의 억압 정권들과 협력했고, 급진주의자로 지목된 이들과 비시민권자들에게는 적법 절차를 부정했으며, 난민 수용을 중단했다(백인 남아프리카인을 제외하고). 또 정치적 미덕으로서의 역량과 품위보다 ‘충성’과 ‘국가적 남성성’을 더 중시했다. 이는 바로 버클리가 말했던 가치였다.

😃 이 기사, 더 알고 싶다!

기사에 대한 간단한 뒷 이야기와 해볼 수 있는 질문들을 살펴봐요!

🎬 이 에세이의 시작 : 『Buckley: The Life and the Revolution That Changed America』

이 에세이의 배경이 된 책은 바로 Sam Tanenhaus의 『Buckley: The Life and the Revolution That Changed America』입니다.

보수주의는 언제, 어떻게 미국 정치를 움직이는 거대한 흐름이 되었을까요? 그 중심에는 윌리엄 버클리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Tanenhaus는 이 방대한 전기를 통해, 한 인물의 생애를 따라가며 현대 미국 보수주의의 탄생과 진화를 입체적으로 조망합니다. 단순한 개인 전기를 넘어, 보수 운동의 ‘정신적 설계도’를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이죠.

버클리는 예일대 출신의 수재이자, 『National Review』의 창간자이며, 30년 넘게 토론 프로그램 『Firing Line』을 진행한 미국 보수주의의 대표 아이콘입니다. 하지만 Tanenhaus는 그의 찬란한 커리어 뒤에 숨어 있던 복잡다단한 면모들을 피하지 않습니다. 예일 시절의 반(反)자유주의적 문제의식, CIA 비밀 요원으로서의 활동, 그리고 흑인 참정권을 반대했던 초창기 칼럼들까지—모두를 정면으로 다루며, 버클리라는 인물이 어떻게 변화하고, 또 어떤 한계를 지녔는지를 균형 있게 보여줍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에피소드 중 하나는 버클리가 오랜 시간 동안 무죄를 확신했던 살인범 Edgar Smith 사건입니다. 1957년, 15세 소녀를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은 Smith는 이후 수십 년간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고, 버클리는 그의 무죄를 굳게 믿으며 법적 지원과 여론전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National Review』 지면을 통해 그를 적극 옹호했고, 책 출간도 도왔습니다. 그러나 1976년, Smith가 가석방 후 또 다른 여성을 공격하면서 진실이 드러났고, 버클리는 큰 충격과 함께 자신의 판단 실수를 공개적으로 인정해야 했습니다. 이 사건은 그가 보수의 도덕적 대변인으로 불리던 시절에도, 인간적인 한계와 판단의 취약성을 피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또한 Howard Hunt와의 관계도 이 책에서 깊이 있게 다뤄집니다. Hunt는 CIA 출신으로, 훗날 워터게이트 사건의 핵심 인물이 된 인물입니다. 버클리와 Hunt는 CIA 시절부터 인연을 맺은 가까운 사이였고, 워터게이트 사건이 터진 이후에도 버클리는 친구를 변호하며 그의 명예를 지키려 했습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버클리 역시 정치적 편향성과 도덕적 판단력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었죠. Tanenhaus는 이 두 사건을 통해, 버클리가 단지 사상가나 언론인에 그치지 않고, 자신의 관계와 신념을 정치적 행동으로 연결시키는 데서 얼마나 복잡한 인간적 딜레마를 겪었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Sam Tanenhaus는 『The New York Times Book Review』의 전 편집장이자, 깊이 있는 전기 작업으로 잘 알려진 저널리스트입니다. 이 책은 버클리 본인이 그를 공식 전기 작가로 지목한 지 20년 만에 완성된 결과물로, 그 시간의 무게만큼이나 풍부하고 세밀한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오늘날의 미국 보수주의, 특히 엘리트주의에서 포퓰리즘으로 옮겨간 흐름을 이해하고 싶다면—그 출발점은 바로 이 책에 있습니다. 『Buckley』는 단지 한 지식인의 삶이 아니라, 20세기 후반 미국 정치의 심층 지도를 제공하는 책입니다. 깊이 있는 정치와 사상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들

1️⃣ 보수주의의 유산, 민주주의의 후퇴에 어떤 책임이 있는가?

기사는 트럼프주의가 버클리의 보수주의적 유산에서 비롯됐다고 진단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미국 보수주의는 자유와 질서 사이에서 균형을 추구하기보다, 오히려 ‘참여를 제한하고 위계질서를 옹호하는 정치’로 민주주의의 정체성을 약화시킨 건 아닐까요?

2️⃣ 엘리트적 보수주의가 극우 포퓰리즘으로 이어지는 건 필연인가?

버클리의 정치 스타일은 냉소, 조롱, 배타적 교양을 무기로 삼아 ‘말 잘하는 지배층’의 형식을 고수했습니다. 이 엘리트주의가 트럼프식 대중 권위주의로 전환된 현상은, 유럽 극우의 성장 과정과 어떤 점에서 닮아 있는 건 아닐까요?

3️⃣ 정치가 ‘퍼포먼스’가 될 때, 민주주의는 설 자리를 잃는 건 아닐까?

버클리는 사상가이기보다 연출가에 가까웠고, 정치적 논리는 점점 ‘정서’와 ‘태도’로 대체되었습니다. 오늘날 정치가 신념이 아니라 감정적 충동의 무대로 재편되고 있다면, 이런 정치의 현장이 민주주의 담론 형성의 장으로서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까요?

😊 함께 읽으면 좋겠다!

Looking at Trumpism as the ‘greatest show on Earth’: Understanding what makes up the Trump phenomenon (Modern Diplomacy, Jan 30, 2025)

트럼프주의(Trumpism)는 단순한 인기 정치인 도널드 트럼프의 연출이 아니라, 기업가적 본능과 국민적 정서, 그리고 자기신화화가 결합된 복합적 정치 현상입니다. 트럼프는 자신을 ‘세계 최대 기업’처럼 미국을 경영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로 인식하며, 본인의 유산을 ‘트럼프주의’라는 이름으로 역사에 남기길 원합니다. 그는 잭슨주의, 기독교 신념, 실용주의 연방주의, 그리고 기업 경영의 효율성을 정부 운영에 적용하고자 하며, ‘상식(common sense)’과 대중 감정을 기반으로 정치적 지지를 얻고 있습니다. 그의 대중 집회는 일종의 집단 심리 치료로 기능하며, 지지자들의 감정을 반영하고 되돌려주는 ‘거울 정치’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1기와 달리 충성심과 행동력을 중심으로 구성되고 있습니다. 그가 임명한 각료들은 기득권층보다 MAGA 운동에 대한 헌신과 실천 의지를 갖춘 인물들입니다. 정부는 경영적 목표관리(MBO)에 기반한 효율성 중심 체계로 운영되며, ‘정부 효율성부(DOGE)’라는 새 조직은 엘론 머스크 주도로 연방 지출 삭감과 기술 현대화를 추진합니다. 동시에 규제는 대폭 정리되고, 다양성·형평성·포용(DEI) 정책은 해체되며, ‘딥스테이트’와의 전면전을 위한 조치들도 시행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감시보다는 성과를 강조하는 조직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첫 주부터 우크라이나 군사지원 중단, WHO 탈퇴, 남성·여성 성구분 복원 등 과감한 조치들이 쏟아졌습니다.

그러나 트럼프의 비전은 현실적 제약에 직면해 있습니다. 미국 경제는 구조적으로 변화했고, 국민 다수는 경제적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36조 달러에 이르는 국가 부채, 불확실한 정보 전달 체계, 불안정한 의회 협조 등은 그의 통치력에 큰 도전이 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2.0은 반격과 복수보다 실용주의와 실행 중심의 접근을 추구하고 있지만, 정치적 반발과 구조적 한계를 넘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그가 예고한 ‘지구상 가장 위대한 쇼’는 단순한 퍼포먼스가 아닌, 진짜 행정 개혁과 외교 전략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이제 세계는 지켜보고 있습니다. 🎭🇺🇸📉

Culture wars, political polarization and deepening inequality: the roots of Trumpism (The Conversation, May 7, 2025)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집권 100일을 넘긴 현재, 과거보다 더욱 권위주의적이고 제도적 제약에서 벗어난 통치를 하고 있습니다. 그는 경제를 제국적 시각으로 접근하며, 협력보다 지배를 강조하는 세계관을 갖고 있습니다. 통치 방식의 핵심은 단일행정부 이론에 기반한 권력 집중, 법무부의 정치적 활용, 연방 권한을 통한 문화·언론·교육기관 공격입니다. 트럼프는 폭스뉴스나 자신의 SNS 플랫폼 ‘트루스 소셜’의 여론에 즉각 반응하며, 혼란과 불확실성을 전략적 수단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주의는 돌연히 출현한 현상이 아닙니다. 이는 냉전 이후 미국의 정치·사회 변화를 반영하는 산물입니다. 외부의 적이 사라진 이후, 미국 보수 세력은 내부의 적으로 시선을 돌렸고, ‘문화 전쟁’이 그 중심에 자리 잡았습니다. 종교 근본주의와 백인 중심 정체성 불안은 미국 내 이념적 대결 구도를 강화했고,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이 주도한 공격적 언어 전략은 정적을 적으로 규정하는 정치 문법을 고착시켰습니다. 여기에 폭스뉴스와 소셜미디어의 등장은 정보의 파편화와 진영 간 극단화를 심화시켰습니다.

이념적 양극화와 더불어 경제적 불평등, 탈산업화, 잇따른 외교·경제 충격은 기성 엘리트에 대한 대중의 불신을 키웠습니다. 트럼프는 이 분노를 감정적 언어와 대중적 상징을 통해 정치적 에너지로 전환시켰습니다. 그의 트럼프주의는 정통 정치가 아닌 정체성 회복과 체제 전복의 서사로서, 좌절과 모멸을 공유하는 지지층의 정서를 대변합니다. 이 흐름은 이제 일론 머스크 등 신보수 성향의 경제·기술 엘리트들과 결합하며, 권위주의적 디지털 권력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미국 유권자들은 한 사람만이 아니라, 지배와 혼란, 규범 파괴를 특징으로 하는 하나의 시대와 세계관을 다시 선택한 셈입니다. 🧩📉🇺🇸

지금까지 트럼프와 보수주의의 뿌리에 대해 다룬 Foreign Affairs 2025 Jul/Aug 호의 Behind the Firing Line 를 살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