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력 사용, 이제는 정당한 수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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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훑어보는 국제정세] 8월 둘째주 목요일 리포트

Might Unmakes Right :

The Catastrophic Collapse of Norms Against the Use of Force

Foreign Affairs (2025 Jul/Aug), Might Unmakes Right

🌁 어떤 배경이 있나요?

🔍 힘의 논리를 넘어선 국제 규범의 탄생

20세기 전까지 국제정치에서 전쟁은 합법적이고 흔한 수단이었습니다. 영토 확장, 무역 갈등, 심지어 채무 문제까지 무력 사용의 명분이 되었고, ‘정복의 권리’는 국제법적으로도 인정받았습니다. 그러나 두 차례 세계대전의 참혹한 대가 앞에서 세계는 기존 질서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했습니다. 그 결과 1928년 켈로그-브리앙 조약이 전쟁 포기를 선언했고, 1945년 유엔헌장은 무력 사용과 그 위협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조항(제2조 4항)을 명문화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대규모 무력 분쟁을 예외적 상황으로만 제한하겠다는 국제사회의 첫 집단적 합의였습니다.

이 새로운 질서에서는 국경 변경이나 대국 간 전쟁이 크게 줄어들었고, 국제 교역과 외교가 안보 수단의 핵심으로 부상했습니다. 전쟁 대신 제재·중재·집단안보가 주요 해결 방식이 되었으며, 국가들은 장기적 계획과 투자, 협력을 가능케 하는 ‘예측 가능한 환경’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 미국, 집행자로서의 시대

이 규범을 실질적으로 작동시킨 핵심 축 중 하나가 미국이었습니다. 특히 냉전 종식 이후, 미국은 세계 질서의 ‘집행자’이자 ‘심판’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걸프전은 그 상징적인 장면입니다.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응해 미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기반으로 다국적 연합을 조직했고, 국제법적 정당성을 갖춘 채 무력을 사용했습니다. 이는 침략에는 반드시 대가가 따른다는 경고이자, 무력 사용 금지 원칙이 실제로 집행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사례였습니다.

물론 미국의 개입이 항상 규범적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베트남 전쟁이나 이라크 전쟁처럼 논란이 큰 개입도 있었지만, 적어도 ‘규칙을 지키는 미국’이라는 전제는 국제사회의 기본 설정으로 작동했습니다. 이 전제가 있었기에 많은 국가들이 불완전한 질서라도 의지할 수 있었습니다.

🌐 다자주의에서 일방주의로의 전환

그러나 21세기 들어 미국의 대외전략은 서서히 변화를 맞았습니다. 전통적인 다자주의와 집단안보 중심의 접근이 약화되고, 국가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일방주의적 경향이 강화된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유엔을 통한 합법성 확보보다 미국 단독의 판단과 행동이 중시되는 장면이 늘어났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나 동맹국에 대한 강압적 제재 위협, 외교 수단으로서의 무력 시사 등은 무력 사용 금지 원칙의 권위에 작은 균열을 만들었습니다.

이 변화는 단순한 전략 수정이 아니라, 규범의 집행자가 규범의 조건부 참여자로 바뀌는 구조적 변화를 의미합니다. 그 결과, 규칙의 존속은 미국의 의지에 좌우되는 불안정한 상태로 완전히 뒤바뀌게 된 것이죠.

⏳ 규범의 시험대에 선 국제사회

무력 사용 금지 원칙은 인류가 어렵게 쌓아올린 제도적 성취이지만, 그것이 유지되려면 강대국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집행자의 역할을 맡았던 미국이 그 자리에서 물러나거나 규칙을 선택적으로 적용한다면, 다른 국가들도 이를 새로운 표준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경우 국제사회는 다시 힘의 논리가 지배하던 시대로 후퇴할 위험에 직면하게 됩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번 기사는 미국의 태도 변화가 가져올 규범 붕괴의 현실적 위험과 그 파장을 짚어봅니다. 규칙이 약해진 세계에서 약자는 무엇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대답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나 남아 있을까요?

👨‍🏫 저자는 어떤 사람인가요?

우나 A. 해서웨이 (Oona A. Hathaway)

우나 해서웨이는 국제법과 미국 대외관계법 분야의 세계적 석학으로, 예일로스쿨에서 제러드 C.·버니스 라트로브 스미스 국제법 교수를 맡고 있습니다. 예일 정치학과와 잭슨 글로벌행정대학원에서도 교수로 재직하며, 자신이 설립한 국제법·국가안보 연구센터(Center for Global Legal Challenges) 소장을 겸하고 있습니다.

카네기국제평화재단 비상주 연구원, 미국외교협회(CFR)와 미국예술과학아카데미 회원이며, 2014~2015년에는 미국 국방부 국가안보법 특별자문으로 파견되어 국방장관 우수상(Office of the Secretary of Defense Award for Excellence)을 수상했습니다. 하버드대(학사, 우등)와 예일로스쿨(J.D.)을 졸업했으며, 미 연방대법원에서 샌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 서기를 지냈습니다.

연구 분야는 현대 국제법의 기초, 무력분쟁법, 미국 헌법과 국제법의 교차 영역이며, 2025년에는 미국국제법학회(ASIL) 차기 회장으로 선출되고 구겐하임 펠로십과 베를린상(Berlin Prize)을 수상했습니다.

스콧 J. 샤피로 (Scott J. Shapiro)

스콧 샤피로는 예일로스쿨의 찰스 F. 사우스메이드 법학·철학 교수이자 법철학센터와 사이버보안연구소 소장입니다. 법철학, 헌법, 사이버법·사이버보안, 실험적 법이론 분야의 권위자로, ‘계획이론(planning theory)’, ‘실험적 법학’ 접근법을 개척했습니다.

콜롬비아대(철학 B.A.·Ph.D.)와 예일로스쿨(J.D.)을 졸업했으며, 연방판사 피에르 르발의 서기를 거쳐 미시간대 로스쿨과 카르도조 로스쿨 교수로 재직했습니다. 주요 저서로 Legality(2011), Fancy Bear Goes Phishing(2023) 등이 있으며, 해서웨이와 함께 쓴 The Internationalists(2017)은 1928년 켈로그-브리앙 조약의 역사와 현대 국제질서에 미친 영향을 재조명한 책으로, “국제법에서의 아웃캐스팅(outcasting)” 개념을 제시했습니다.

학술지 Legal Theory와 옥스퍼드 법철학 핸드북 공동편집자이며, 스탠퍼드 철학백과 법학 분야 편집도 맡고 있습니다.

✅ 그래서 3줄 요약은?

1️⃣ 트럼프 행정부는 군사력으로 영토를 획득하거나 위협하는 발언과 행동을 서슴지 않으며, 미국이 80여 년간 지켜온 ‘무력 사용 금지’ 국제 규범을 근본적으로 훼손하고 있다.

2️⃣ 이 규범은 켈로그-브리앙 조약과 UN 헌장을 거쳐 형성된 전후 국제질서의 핵심으로, 전쟁 억제·경제 성장·국제 협력의 기반이었지만, 미국의 이탈은 다른 강대국들의 규범 위반을 부추기고 있다.

3️⃣ 저자들은 미국이 빠진 공백을 메우기 위해 중견·소국들이 연대하고, UN 총회와 지역·이슈별 연합이 제재·외교·경제 수단을 결집해 무력 사용 금지를 방어하는 새로운 국제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 뭘 말하고 싶은 건데?

🤔 규칙을 지켜온 경찰이 범죄자가 된다면

저자들은 한 가지 질문에서 출발합니다. “만약 미국이 더 이상 전쟁과 무력 사용을 금지하는 규범의 수호자가 아니라, 그 규범을 무너뜨리는 장본인이 된다면 세계는 어떻게 변할까?”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초기 몇 달은 그 답을 보여주는 장면들로 가득합니다.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 무력 점령 위협, 가자지구 영유권 주장, 우크라이나 영토를 러시아에 넘기라는 압박까지, 모두가 단순한 정치적 과장이 아니라 국제법의 핵심 원칙—무력 위협과 침략의 불법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신호입니다. 저자들은 이를 “전후 질서를 지탱해온 억제 규범의 붕괴”라고 규정합니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켈로그-브리앙 조약과 유엔 헌장을 통해 전쟁을 불법화하고 영토 정복을 금지한 원칙은 불완전하지만 작동해왔습니다. 미국은 때때로 위선을 보였지만, 대체로 이 규범의 집행자로서 다른 국가가 침략에 나설 경우 제재, 외교적 고립, 심지어 무력 개입까지도 감행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미국이 그 역할을 포기하고 오히려 무력 사용을 정상화하려 한다면, 다른 국가들도 이를 새로운 규칙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그 결과는 뻔합니다. 무력 경쟁과 영토 전쟁이 부활하고, 무역과 협력이 줄어들며, 기후변화나 팬데믹 같은 공동 과제 해결 능력도 급격히 약화될 것입니다.

📜 힘이 모든 것을 결정하던, 잊고 싶은 과거

20세기 전까지 전쟁은 국제질서의 일부였습니다. 영토 확장이나 채무 불이행, 조약 위반, 심지어 무역 분쟁도 전쟁의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있었고, ‘정복의 권리’는 국제법에 의해 인정되었습니다. 미국이 1846년 멕시코를 침공해 광대한 영토를 빼앗은 사건, 1854년 페리가 일본에 개항을 강요한 사례는 모두 ‘힘의 논리’가 합법이던 시대를 보여줍니다. 중립국이 전쟁 당사자에게 경제 제재를 가하는 것조차 불법이었고, 국경은 폭력으로 자주 바뀌었으며, 제국은 무력으로 팽창했습니다.

이 질서는 1차 세계대전이라는 참혹한 대가를 치른 뒤 서서히 무너집니다. 전쟁을 불법화하려는 발상은 켈로그-브리앙 조약으로 구체화되었고, 비록 2차 대전을 막지는 못했지만 ‘정복 불인정’과 ‘강제 조약 무효’라는 원칙을 확립했습니다. 전쟁 지도자들은 처음으로 전범 재판에 회부되었고, 중립국은 침략국에 불이익을 줄 수 있게 되었으며, 이후 유엔 헌장은 무력 위협과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했습니다. 그 결과, 1945년 이후 대국 간 전쟁과 영토 합병은 극히 드물어졌고, 국경은 안정되었으며, 경제 성장은 무역과 협력에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 규범이 만든 번영, 그리고 미국의 ‘조건부’ 역할

전후 질서는 단순한 이상이 아니라 실질적인 제도였습니다. 무력 대신 경제 제재 등이 국제법 집행의 주된 수단이 되었고, 세계 교역 비중은 급격히 늘어났습니다. 미국은 세계 GDP와 달러 패권을 바탕으로 이 질서를 유지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걸프전에서 쿠웨이트를 지킨 사례처럼, 비록 모든 경우에 개입하지는 않았지만, 침략에는 대가가 따른다는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이 체제는 완벽하지 않았지만, 약소국이 장기 계획을 세우고, 투자자가 국경을 넘어 자본을 투입하며, 국가들이 협력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신뢰를 제공했습니다.

하지만 이 규범의 유지에는 ‘미국의 집행 의지’라는 조건이 붙어 있었습니다. 미국이 규칙을 어겨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점은 특히 글로벌 사우스의 불신을 키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규범의 집행자라는 기본 전제는 유지되었기에, 세계는 불완전한 질서라도 의존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전제가 지금 무너지고 있는 것입니다.

🛠 규칙이 사라지면 남는 건 힘의 논리뿐

트럼프 행정부의 변화는 단순히 수사나 정책의 문제가 아닙니다. 무력 위협을 통한 조약 체결, 제재 남발로 법 집행 수단의 신뢰성 훼손, 국제형사재판소를 겨냥한 제재 위협까지—모두 규범의 토대를 약화시키는 행위입니다. 경제적 상호의존을 끊는 고립주의 정책은 제재의 효과를 떨어뜨리고, 불법 행위를 억제하는 유일한 수단으로 다시 무력을 떠올리게 만듭니다. 그 결과, 국제사회는 위반을 막지 못하거나, 무력으로 맞서거나, 두 가지 모두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몰립니다.

저자들은 이 규범 붕괴가 특히 위험한 이유를 ‘미국이 가담자’가 되었다는 데서 찾습니다. 세계 최강국이 규칙을 어겨도 아무 대가를 치르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들이 규칙을 지킬 이유는 없습니다. 규범은 갑자기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기대와 신뢰가 하나씩 사라지며 조용히 붕괴합니다.

🌐 미국 빠진 세계 규범, 누가 지킬 것인가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요? 저자들은 중견국과 소국의 연대, 그리고 새로운 제도의 창설을 강조합니다. 유엔 총회가 안전보장이사회 거부권을 우회하는 ‘거부권 이니셔티브’처럼, 다수 국가가 합의해 자동적·집단적 제재를 가하는 체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 아프리카연합, 헤이그 그룹 등은 이미 지역·사안별 연대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핵심은 ‘한 강대국’이 아니라 ‘다수 국가’가 규범 집행의 주체가 되는 구조입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규범의 역사와 가치를 재인식하는 일입니다. 전후 질서의 결함과 위선을 인정하되, 그것이 만든 평화와 번영이 우연이 아니었음을 설득해야 합니다. 미국의 공백을 메우려면 단순히 다른 패권국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제도 자체를 다원화하고 회복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재설계해야 합니다.

💥 규칙 없는 세상에서 약자는 어떻게 살아남나

이 글은 결국 한 가지 질문으로 귀결됩니다. “규칙이 사라진 세계에서, 약자는 무엇으로 자신을 지킬 수 있는가?” 트럼프, 푸틴, 시진핑이 영향권을 나눠 가진 세계는 잠시 조용할지 몰라도, 자유롭지 않을 것입니다. 더 가능성 높은 미래는 ‘강자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약자는 감당해야 하는’ 과거로의 회귀입니다. 우리는 지금, 그 시계를 되돌릴지 멈출지 선택해야 하는 기로에 서 있습니다. 그 선택은 강대국만의 몫이 아닙니다. 모든 국가가 이 규범이 사라졌을 때 무엇을 잃게 될지, 그리고 그 대가를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스스로 답해야 합니다! 🔥🌎

📖 읽은 티는 내보자!

아예 안 읽기는 애매하다고요? 기사의 중요 부분을 발췌해 드릴게요! 😆

⚔️ ‘정복의 권리’가 국제법이었던 시절

"Because war was conceived as a means of enforcing rights, international law recognized the right of conquest. Land and property could be seized to remedy the wrongs that had triggered the conflict. “In seizing prize or booty,” Grotius explained, states attain “through war that which is rightfully [theirs].” To be sure, powers often claimed what was not rightfully theirs. But because no supreme authority existed to judge the legality of wars, the international system effectively presumed that every conquest was just. Might made right. When the United States launched a war against Mexico in 1846, for example, a main legal justification was Mexico’s unpaid debts. In return for stopping the military campaign, the United States forced Mexico to sign a treaty ceding 525,000 square miles of territory that became the American Southwest in exchange for $15 million and forgiving the debts."

전쟁이 권리를 집행하는 수단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국제법은 ‘정복의 권리’를 인정했다. 분쟁을 촉발한 잘못을 시정하기 위해 영토와 재산을 빼앗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로티우스는 “전리품이나 약탈품을 취함으로써 국가들은 전쟁을 통해 자신들에게 정당하게 속한 것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물론 강대국들이 정당하지 않은 것을 차지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전쟁의 합법성을 판단할 최고 권위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국제 체제는 사실상 모든 정복이 정당하다고 간주했다. 힘이 정의였던 셈이다. 1846년 미국이 멕시코와 전쟁을 벌였을 때, 주요 법적 근거는 멕시코의 미지급 부채였다. 미국은 군사 작전을 중단하는 대가로 멕시코에 52만5천 평방마일(오늘날 미국 남서부)을 할양하게 하는 조약에 서명하도록 강요했고, 그 대가로 1,500만 달러와 부채 탕감을 제공했다.

📈 ‘정복 금지’가 경제 패러다임까지 바꿨다

"The prohibition on territorial conquest also altered how countries could acquire wealth. Before this rule was established, states’ ability to accumulate wealth often depended on how much territory, resources, and concessions they could capture from other countries. War and conquest were recognized paths to prosperity. By eliminating the right to conquest, the postwar legal order forced states to seek economic growth through peaceful means, primarily trade. The expansion of trade and the prohibition of war went hand in hand, as states could no longer enrich themselves through conquest. Instead, they had to rely on economic cooperation, market competition, and the free flow of goods and capital."

영토 정복 금지는 국가들이 부를 획득하는 방식도 바꿨다. 이 규칙이 확립되기 전에는, 국가가 부를 축적하는 능력은 다른 나라로부터 얼마나 많은 영토·자원·양보를 빼앗을 수 있는지에 달려 있었다. 전쟁과 정복은 번영으로 가는 공인된 길이었다. 그러나 정복의 권리를 없앤 전후 법질서는 국가들이 평화적 수단, 특히 무역을 통해 경제 성장을 추구하도록 강제했다. 무역 확대와 전쟁 금지는 맞물려 진행됐으며, 국가들은 더 이상 정복을 통해 부유해질 수 없었다. 대신 경제 협력, 시장 경쟁, 상품과 자본의 자유로운 흐름에 의존해야 했다.

🇺🇸 트럼프의 위협, 체제를 허물다

"Trump’s various rhetorical salvos and policy shifts may seem chaotic. But they all form part of a wider attempt to dismantle the postwar legal order. This assault is especially dangerous because it is being carried out by the country that built and, albeit imperfectly, maintained that system. Trump may not follow through on all his threats: some may be blocked by the courts or by domestic political opposition, and other leaders may not immediately mimic him. But his threats alone dangerously erode the set of assumptions about behavior, restraint, and consequences that uphold the prohibition on conquest."

트럼프의 각종 수사적 공격과 정책 변화는 혼란스러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전후 법질서를 해체하려는 더 광범위한 시도의 일부다. 특히 위험한 점은, 이 공격이 그 체제를 만들고 비록 불완전했지만 유지해온 나라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가 모든 위협을 실행에 옮기지는 않을 수도 있다. 일부는 법원이나 국내 정치적 반대에 막힐 수 있고, 다른 지도자들이 곧바로 그를 따라 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의 위협만으로도 정복 금지를 떠받치는 행동·자제·결과에 관한 일련의 전제들을 위험하게 침식시킨다.

🕊️ 위기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The system that preserved relative peace and prosperity for nearly eight decades is not self-sustaining. It must be vigorously defended. After World War II broke out, U.S. policymakers realized that the failure to establish a durable postwar order following World War I had sown the seeds of future chaos. History’s lesson is that waiting until a moment of crisis has passed to begin planning for what comes next is a recipe for failure. Just as policymakers in the 1940s sought to establish lasting peace out of the disorder of war, today’s leaders must design institutions, alliances, and strategies to secure peace rather than sit and watch as Trump rewinds the clock."

거의 80년 동안 상대적 평화와 번영을 지켜온 체제는 스스로 유지되지 않는다. 반드시 적극적으로 방어해야 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후, 미국 정책 입안자들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지속 가능한 전후 질서를 구축하지 못한 것이 미래 혼란의 씨앗을 뿌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역사의 교훈은, 위기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가 다음 단계를 계획하는 것은 실패의 처방전이라는 것이다. 1940년대 정책 입안자들이 전쟁의 혼란 속에서 지속적인 평화를 세우려 했던 것처럼, 오늘날의 지도자들도 트럼프가 시계를 되돌리는 것을 지켜만 보지 말고 평화를 확보할 제도·동맹·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 이대로 믿어도 될까?

1️⃣ ‘규범 기반 질서’의 불공정 구조, 평화를 지킨 걸까 위선을 드러낸 걸까?

미국의 거부권 독점과 국제법에 대한 이중잣대는 오래전부터 지적돼 왔습니다. 이런 특권이 질서를 지켜온 걸까요, 아니면 규범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걸까요?

2️⃣ 국제법은 어떻게 해야 선언이 아닌 규범이 될 수 있을까?

저자는 규범이 예측 가능한 반응에서 힘을 얻는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제재와 감시 같은 장치 없이는 국제법이 그냥 선언에 그치는 건 아닐까요? 앞으로 국제법은 어떻게 하여야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3️⃣ 힘의 정치와 규범 기반 정치는 양립할 수 있을까?

앞으로 펼쳐질 세상에서 강대국의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규범을 지키는 데 쓰일 수 있을까요, 아니면 결국 규범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을까요?

4️⃣ 트럼프의 질서 해체, 일시적일까 구조적일까?

트럼프의 고립주의와 거래주의는 미국 외교의 장기적인 방향의 변화일까요, 아니면 한 시기의 일탈에 불과한 것일까요?

😊 함께 읽으면 좋겠다!

Are we witnessing the death of international law? (The Guardian, 26 Jun 2025)

카슈미르 파할감에서 발생한 테러와 인도의 보복 미사일 공격, 인더스 수자원 조약 중단 선언은 국제법의 무력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전직 파키스탄 법무·수자원 장관 아흐마드 이르판 아슬람은 “국제법은 국가들의 ‘선의’에 의존해왔는데, 그 선의가 사라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스라엘의 불법 점령, 미국과 동맹국의 제재·탈퇴로 인한 국제기구의 약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마비, 국제형사재판소(ICC)의 한계 등은 모두 국제질서의 붕괴를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ICC는 상징적 기소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집행력이 부재해 ‘죽어가는 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비판자들은 국제법이 전쟁을 막지 못할 뿐 아니라 국가들이 무력 사용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2006년 레바논 전쟁 당시 이스라엘의 ‘다히야 독트린’은 비례성 원칙을 훼손했고, 러시아·하마스·이스라엘 등은 각자의 무력행위를 국제법으로 포장했습니다. 학계에서는 국제법이 본래의 평화·정의라는 목적에서 멀어져 권력 정치에 종속되고 있다고 진단하며, 일부는 이를 국제정치 실패의 반영으로 봅니다. 그럼에도 팔레스타인 인권단체나 일부 법률가들은 국제법이 여전히 정의와 인권 수호의 틀임을 강조하며, 선택적 적용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향후 국제법의 미래는 미·중 패권 변화, 기후변화 대응, 다자기구 재편 여부에 달려 있습니다. 미국의 후퇴 속에 중국이 주도하는 국제법 질서가 부상할 가능성이 있지만, 인권 보호보다 국경 불가침과 주권 절대시로 무게중심이 이동할 수 있습니다. 인더스 조약 폐기 선언 등 조약 체계의 붕괴는 가속화될 전망이지만, 기후위기 같은 전 지구적 재난이 새로운 국제협력과 제도 개혁을 촉발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존재합니다. 결국 국제법은 세계 질서를 반영하며 진화할 것이며, 문제는 ‘미래의 세계가 어떤 모습일지’라는 점입니다. ⚖️🌍⏳

Is Trump the end of the international rules-based order? (Al Jazeera, 16 Mar 2025)

가자전쟁에서 수만 명의 민간인이 사망하고 인도적 위기가 심화되자 유엔총회는 즉각 휴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지만, 미국은 이스라엘을 지지하며 반대표를 던졌습니다. 이는 미국이 스스로 주장해온 ‘국제 규범에 기반한 질서’보다 동맹인 이스라엘을 우선시했음을 보여줍니다.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이러한 경향은 더욱 노골화되었으며, 우크라이나 지원 축소, 동맹국 대상 고율 관세 부과, 그린란드·파나마·캐나다 등 영토적 야심을 드러내는 발언은 미국이 다자주의와 협력보다는 ‘미국 우선’과 힘의 논리를 중시하고 있음을 반영합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움직임이 2차 대전 이후 유지되어 온 규범 질서를 19세기식 제국주의와 패권정치로 되돌릴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규범 기반 질서’는 주권, 자결권, 영토 보전, 외교적 분쟁 해결 등을 핵심 원칙으로 삼아 평화와 안정, 인권 보호를 지향해왔습니다. 그러나 그 적용은 선택적이었고, 특히 미국과 그 동맹국에게는 관대하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가자전쟁에서 ICC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기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뿐 아니라 프랑스, 헝가리, 이탈리아, 독일 등 다수 서방국가가 체포 불이행 의사를 밝힌 것은 이런 이중잣대를 여실히 드러냈습니다. 이는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러시아를 강하게 비판하며 규범 질서를 옹호한 것과 극명한 대비를 이루며, 요르단 외무장관의 말처럼 가자가 “국제법과 국제질서의 무덤”이 되고 있다는 평가로 이어집니다.

전문가들은 다자주의의 붕괴가 소국과 글로벌 사우스에 특히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규범 체계가 약화되면 대만은 중국의 위협에 더 취약해지고, 보스니아 전쟁 종식의 기반이었던 데이턴 협정 같은 불완전한 합의들이 무너질 수 있으며, 위구르 등 소수민족의 인권 보호 가능성도 줄어듭니다. 가자전쟁 이후 규범 질서가 부활할 가능성은 낮으며, 세계는 미국·러시아·중국·유럽 간 경쟁 구도 속에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다극 체제로 재편될 위험이 큽니다. 동시에 서방 민주주의 국가 내부에서도 ‘비자유주의 민주주의’와 소수 엘리트 중심의 과두적 정치가 확산되고 있어, 국제·국내 정치 모두에서 견제와 균형이 약화되는 추세입니다. ⚖️🌍💥

지금까지 무력 사용에 대한 국제적 원칙의 변화 양상을 다룬 Foreign Affairs 2025 Jul/Aug 호의 Might Unmakes Right 를 살펴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