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초장레터의 열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 초장레터는 매월 셋째 수요일에 [지구가 보내는 SOS]와 [지구를 구하는 히든 히어로들]이라는 주제로 뉴스 한 조각과 영감 한 스푼을 전해드립니다. 오늘은 지난 호에 이어 플라스틱 시대의 탄생 2편을 준비했어요. 함께 읽으며 지구를 위해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작은 변화를 고민해 보면 어떨까요?
초장레터#10
불멸을 꿈꾼 재료, 베이클라이트 혁명
1편에서 코끼리의 눈물로 시작된 최초의 플라스틱, 셀룰로이드 이야기 기억나시나요? 상아를 대신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지만, 부딪힐 때마다 불꽃 튀는 당구공이나 시간이 지나면 누렇게 변하는 단점도 있었죠. 사람들은 슬슬 ‘좀 더 완벽한 재료는 없을까?’ 하고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과연 인류는 여기서 만족했을까요?
이 질문의 답을 찾으려면, 당시 산업계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던 ‘셸락(Shellac)’이라는 친구를 먼저 만나봐야 해요.
왜 ‘셸락’을 대체해야만 했을까요?
셸락은 인도나 태국 같은 곳에 사는 아주 작은 ‘락(lac) 벌레’가 나무에 남긴 분비물로 만든 천연 수지예요. 이 끈적한 수지를 깨끗하게 만들어서, 전기가 통하지 않게 하는 절연체나 옛날 레코드판, 가구 광택제 같은 곳에 아주 중요하게 썼답니다. 전기가 우리 삶에 막 들어오던 시기에는 정말 보물 같은 존재였죠.
하지만 이 고마운 셸락에게도 어쩔 수 없는 약점이 있었어요.
- 변덕스러운 공급량: 특정 지역의 벌레 친구들에게만 의존해야 해서, 날씨라도 안 좋으면 생산량이 뚝 떨어졌어요.
- 치솟는 가격: 필요한 곳은 점점 많아지는데 공급이 불안정하니, 가격이 계속 오를 수밖에 없었죠.
이제 산업계는 변덕쟁이 자연에만 기댈 수 없었어요. 언제든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값싸고 성능 좋은 새로운 재료가 간절히 필요해졌답니다.
플라스틱의 아버지가 된 과학자, 레오 베이클랜드
바로 이때, 이 모든 고민을 해결해 줄 영웅이 등장합니다. 벨기에에서 온 화학자, 레오 헨드릭 베이클랜드(Leo Hendrik Baekeland, 1863-1944) 박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어요. 구두 수선공의 아들이었지만, 뛰어난 머리로 21살에 박사가 되고 더 큰 꿈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온 열정 넘치는 사람이었죠.
베이클랜드 박사는 이미 어두운 방(암실) 없이도 사진을 인화할 수 있는 ‘벨록스(Velox)’라는 신기한 인화지를 발명해서 ‘코닥’ 회사에 팔아 큰돈을 번 상태였어요. 덕분에 돈 걱정 없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 그는, 뉴욕 자기 집에 멋진 개인 실험실을 차리고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했답니다. 바로 ‘완벽한 인공 재료’를 만드는 것이었죠.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석탄에서 얻는 ‘페놀(Phenol)’과 방부제로 쓰이던 ‘포름알데히드(Formaldehyde)’였어요. 이 둘을 잘 섞어서 반응시키니 끈적한 덩어리가 만들어졌는데, 신기하게도 열을 가할수록 녹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단단해지는 게 아니겠어요? 수많은 실험을 거듭한 끝에, 1907년 드디어 인류 최초의 완전 합성 플라스틱, ‘베이클라이트(Bakelite)’가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베이클라이트는 어떻게 우리 삶을 바꿨을까요?
베이클라이트는 셀룰로이드와는 차원이 다른 친구였어요. 열을 받으면 흐물흐물해지는 셀룰로이드와 달리, 한번 모양이 잡히면 절대 녹지 않는 ‘열경화성’ 플라스틱이었거든요. 이 놀라운 특징 하나가 우리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답니다.
- 안전한 전기를 선물하다: 열에도 강하고 전기도 막아주니, 전기 스위치나 소켓 같은 부품에 딱이었어요. 덕분에 전기 화재의 위험이 크게 줄어들었죠.
- 라디오와 전화기를 우리 집 거실로: 1920년대에 라디오와 전화기가 많은 가정에 보급될 수 있었던 비밀도 바로 베이클라이트예요. 무겁고 비싼 나무나 금속 대신 가볍고 싼 베이클라이트로 케이스를 만드니, 가격도 저렴해지고 디자인도 예뻐졌어요. 덕분에 라디오는 더 이상 부자들만의 물건이 아니라, 온 가족이 함께 듣는 다정한 친구가 될 수 있었죠.
- 자동차의 심장을 더 뜨겁게: 롤스로이스 같은 멋진 자동차의 엔진 속 부품에도 베이클라이트가 쓰였을 정도니, 얼마나 튼튼하고 열에 강했는지 짐작이 가시죠? 자동차가 더 안전하고 힘차게 달릴 수 있도록 도와준 셈이에요.
- 우리의 모든 일상 속으로: ‘천 가지 얼굴을 가진 재료’라는 별명처럼, 베이클라이트는 재떨이, 주방용품 손잡이는 물론이고 예쁜 단추나 팔찌 같은 액세서리로도 변신하며 우리 삶 구석구석을 채워나갔어요.
혁신의 그림자, 우리가 보지 못했던 대가
물론 이렇게 대단한 베이클라이트에게도 작은 아쉬움은 있었어요. 당시 사람들이 이야기하던 아쉬움은 강한 충격에 깨지기 쉽고, 색깔이 주로 어두운 톤이라 알록달록 예쁜 색을 내기는 어렵다는 점들이었죠.
하지만 진짜 문제는, 당시에는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던 곳에 숨어 있었답니다. 바로 그 ‘불멸성’에 말이에요. 한번 만들어지면 자연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 당시에는 최고의 장점이었던 바로 그 특징이 먼 훗날 우리에게 어떤 청구서를 내밀게 될지, 그때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죠.
인류는 이제 자연을 흉내 내는 것을 넘어, 아예 새로운 물질을 마음대로 창조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휩싸였어요. 하지만 그 자신감 뒤에는 ‘이걸 어떻게 책임져야 할까?’ 하는 질문이 쏙 빠져 있었죠.
베이클라이트의 성공은 더 값싸고, 더 편리한 플라스틱을 향한 끝없는 경쟁의 신호탄이 되었어요. 곧이어 나일론, 폴리에틸렌처럼 우리에게 익숙한 플라스틱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우리는 돌이킬 수 없는 ‘플라스틱 시대’의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가게 됩니다.
다음 3편에서는 이 새로운 플라스틱들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편리하게 만드는 동시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부터 서서히 우리의 환경과 건강을 위협하는 ‘적이 되어 가는지’ 그 위험한 여정을 함께 추적해 볼게요.
참고 문헌
- Britannica, The Editors of Encyclopaedia. "Bakelite". Encyclopædia Britannica.
- Science History Institute. "Leo Hendrik Baekeland".
- Plastics Engineering. "A Century of Bakelite: 1909-2009".
- Helmenstine, Anne Marie. "What Is Bakelite? Composition and Properties". ThoughtCo.
- Wikipedia. "Leo Baekeland".
- The Yonkers Ledger. "The Bakelite Company of Yonkers, NY".
- Southern Culture Collective. "The Story of Shellac".
- Building Conservation Directory. "The Use of Shellac".
- EngineerCalculator.com
- Collegedunia. "Bakelite: Properties, Preparation, and Uses".
🌎 함께 쓰는 지구 일기
함께 쓰는 지구 일기의 네 번째 주인공은 별달 님 @byeolhanadalhana 이에요. 별달 님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올라오는 출근길 플로깅 인증샷을 보면서 늘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벌써 6년이나 되었다고 해요. 초장레터에 꼭 한 번 소개하고 싶었던 별달 님의 이야기 함께 나눌게요. 😊
🍀자연이 주는 선물🐦
폭우가 내리던 퇴근길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외상 후 스트레스와 공황장애가 생겼답니다. 사고가 있던 날부터 7개월이 지났을 때 여전히 두통과 어지러움, 자동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제가 힘들어서 다른 행동을 하면 잊지 않을까 하고 짧은 산책을 했어요.
나의 몸이 아닌 자연을 보면서 꽃의 모양과 잎의 모양, 나무를 자세히 보려고 했지요, 그러다 쓰레기 더미를 보고 '자연도 인간에게 당하고 있구나, 나도 인간에게 당했는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마침 관심있게 보고 있던 블로그에서 같이 쓰레기 줍기를 해보자는 글도 있었고 환경의 날도 알게 됐어요. 그래서 그냥 맨손으로 출근길에 쓰레기를 주웠어요.
인스타그램에 인증 사진만 올리던 어느 날 지금의 닦장 님(지구 닦는 사람들)에게 디엠이 왔어요. 앞으로 플로깅 모임을 만들 예정인데 같이 해보면 좋겠다고. 혼자하는 것도 좋지만 같이 하는 활동이 재밌다는 걸 느꼈고 지금까지 하고 있어요. 😄
뜻을 함께하는 사람들과 각자의 위치에서 자연을 지키고 있는 모습을 보며 힘도 얻고 위로도 많이 받았어요. 꾸준하게 할 수 있었던 건 쓰레기를 주울 때 만큼은 통증을 잊을 수 있어서요, 또 칭찬을 받으니 기분이 좋아서 하게 됐어요. 나라는 존재도 좋은 일 하나쯤 할 수 있다는 게 자존감도 높아졌구요. 함께 하는 사람들 덕분이죠~💖
앞으로의 바람은 나도 자연도 건강해지면 좋겠어요! 😄
🌿 환경을 생각하는 진솔한 이야기 나눠주신 별달 님께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함께 쓰는 지구 일기는 이렇게 스스로는 특별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꾸준히 일상에서 작은 실천을 이어가는 분들의 이야기입니다. 이런 소소한 노력들이 모여 우리 모두가 조금이나마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요. 다음 주인공은 구독자님이 되시길 바라며, 여러분의 이야기도 기다리고 있을게요. 💚
🌱 오래되고 아름다운 것
오래되고 아름다운 것의 네 번째 주인공은 @b_kind2_earth 님이에요. 지구에게 다정하게라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고 계신 이번 주인공은 21년 째 사용하고 계신 백팩을 소개해주셨어요. 이 백팩뿐만 아니라 헤진 곳을 직접 수선해서 고쳐 쓰며 물건을 오래동안 쓰고 계시더라고요. 물건을 애정하는 마음씨가 느껴져서 감동적이었어요. 그럼 21년이나 함께 한 백팩 이야기도 한 번 들어볼까요? 😊
유행은 돌아오는거야!
저의 오래된 잔스포츠 백팩은 20대 초반 핑크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 샀던 저의 첫 자발적 분홍 아이템입니다. 사용한지는 이제 21년이 되었어요!
어릴적부터 파랑색을 좋아했던 저는 여자 아이라고 핑크색을 강요받는 것이 싫어서 점점 핑크를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20살 때 즈음 문득 핑크색 자체는 잘못(?)이 없단 생각이 들어 핑크를 받아들이기로 하고 제 의지로 처음 핑크색 아이템을 산 것이 바로 이 잔스포츠 가방입니다!
주머니가 많고 텀블러, 우산도 넣을 수 있어서 학생이던 저에게 딱이었던 가방이었어요. 오래 메다 보니 어깨끈 쪽이 닳아서 최근에 바느질로 수선해주어 더욱 멋스러운(?) 가방이 되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아직도 잔스포츠를 메고 다니냐고 친구들에게 얘길 듣기도 했는데 유행이 돌고돌고 다시 잔스포츠가 유행을 하니 넘 재밌고 뿌듯합니다!
20대 초반은 나에 대해서 생각이 많은 시점이었어요.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문득 핑크색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나에 대해 많은 것들을 이해하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핑크색에 대한 편견을 없애자- 라고 생각하고 처음 구입한 핑크 아이템이라 저에겐 더 특별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저 가방을 보면 치열하게 고민하며 살았던 20대의 제가 생각납니다.
아직도 짐이 많을 때면 아주 잘 사용하고 있어요. 물건도 많이 들어가고 다른 가방에 비해 덜 무겁게 느껴져서 좋아요! 텀블러도 바로 꺼내서 사용할 수 있구요~ 오래쓰니 유행이 돌아온다는 말을 경험할 수 있어 재밌더라구요.
나의 핑크색 잔스포츠 백팩! 오래 오래 함께 하자! 앞으로도 잘 부탁해^^
[오래되고 아름다운 것]은 여러분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물건의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어요. 우리의 오랜 시간이 담긴 물건의 이야기를 나누며, 물건을 애정하는 방법을 함께 배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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