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숨 그리고 쉼

21번_ 오르막과 내리막길 위에서(9)

(수련꽃처럼, 내 삶의 결대로 걷는 법)

2026.08.06 | 조회 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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海印(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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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매주 서너 번, 새벽 첫 지하철을 타고 관곡지로 출사를 나선다.

택지개발로 오래 다니던 샛길이 막혔다. 이제는 큰길로 돌아가야 해서 예전보다 3분쯤 더 걸린다.

 

아침은 늘 마음이 바쁘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고 싶어 새로운 샛길을 작은 언덕의 산길을 걷는다. 잘하면 30~40초를 줄일 수 있다.

 

처음에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그 길이 힘들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그 길이 좋아졌다. 특히 무더운 날에는 나무가 많은 언덕길이 시원하다. 걸음을 조금 늦추면 바람도 느껴지고, 잠시 나 자신을 돌아볼 여유도 생긴다.

 

아직 어둠이 남아 있는 새벽길.

나는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발바닥이 땅에 닿는 감각을 느낀다.

 

빨리 가는 것보다 지금 내가 어디를 딛고 있는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운다.

 

오르막에서는 용기가 필요하고, 내리막에서는 겸손이 필요하다.

그리고 샛길에서는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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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길의 샛길은 시간을 줄여주기도 한다. 때로는 사람의 발길이 적어 뜻밖의 풍경을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샛길일수록 더 살펴야 한다. 길이 어디로 이어지는지, 내 발이 안전하게 디딜 수 있는지 천천히 확인해야 한다.

 

삶의 샛길도 다르지 않다.

우리는 때때로 조금이라도 빨리 가고 싶어 지름길을 찾는다.

 

하지만 새로운 길과 편한 길은 다르다.

지름길과 편법도 다르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원칙을 지키는 길이라면, 나는 기꺼이 그 길을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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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는 일도 삶과 닮았다.

 

같은 꽃도 어디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때로는 몸을 낮추고, 때로는 한 걸음 물러선다. 시선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보이지 않던 아름다움이 보인다.

 

그러나 좋은 장면을 얻겠다는 욕심으로 꽃에 억지로 물을 뿌리거나 줄기를 꺾어서는 안 된다.

 

시선을 바꾸는 것과 대상을 바꾸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사진도 삶도 그렇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바꾸되, 결과를 위해 원칙까지 바꾸지는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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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연꽃을 바라본다.

 

연꽃은 진흙을 탓하지 않는다. 서두르지도 않는다.

진흙 속에 뿌리를 내리고 빛과 바람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때를 기다린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의 결대로 꽃을 피운다.

 

우리의 삶도 그러했으면 한다.

 

조금 늦어도 괜찮다. 조금 돌아가도 괜찮다.

남보다 빨리 도착하는 것보다 내가 걸어온 길을 부끄럽지 않게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오늘도 나는 오르막을 걷고, 다시 내리막을 걷는다.

오르막에서는 쉽게 포기하지 않고, 내리막에서는 방심하지 않는다.

샛길을 만나면 잠시 걸음을 늦춘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길이 정말 내가 가야 할 길인가.

 

서두르지 말자. 그렇다고 멈추지도 말자.

내 숨과 내 걸음에 맞춰 내가 선택한 길을 묵묵히 걸어가자.

 

오르막에서는 용기를,

내리막에서는 겸손을,

샛길에서는 신중함을,

그리고 모든 길에서는 원칙을.

 

연꽃처럼.

 

진흙 속에서도 자신의 때를 기다리며 자신의 결대로 꽃을 피우듯,

나 역시 내 삶의 결대로 걸어가고 싶다.

 

언젠가 뒤돌아보는 날,

지나온 오르막도, 내리막도, 잠시 머물렀던 샛길도

돌이켜보면 결국 하나의 길이 되어 있었음을 알게 되기를.

 

글의 울림과 사진의 잔상 사이, 당신의 마음이 멈춰 선 곳은 어디인가요?”

 

 

#오르막과내리막길 #연꽃이야기 #사진명상 #빛과숨그리고쉼 #명상하는사진사해인

 

<海印의 사진 명상 편지>

 

빛은 마음을 밝히고,

숨은 몸을 깨우며,

쉼은 나를 본래의 자리로 이끈다.

 

이 편지에 답장하시면

작가가 직접 읽고 함께하겠습니다.

 

오늘도 당신의 마음에

고요한 빛 한 줄기 머물기를.

 

海印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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