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에서의 밤산책

2021.06.14 | 조회 1.02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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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겹의 음악

일상의 여러 순간에 깊이를 더해줄 음악을 소개합니다.

내가 밤산책에서 본 것: 숲, 간판들, 거리, 불빛, 노란, 한강, 고양이, 철교, 아직 자기들이 연인들인지 모르는 연인들, 빈 도로, 이제 막 문을 닫은 상점들, 흰 집, 술에 취한 사람들, 즐거워서 부푼 담배 연기, 달리는 사람, 횡단보도, 이제는 바닥이 빛나는 신호등, 다시 익숙한 골목, 꺾어지면 나오는 집

 뛰는 건 질색이고 천천히 걷는 게 좋다. 길을 지나며 마주치는 온갖 것들을 구경하는 게 좋아서다. 그러다 보니 언제나 뭔갈 찾고 있는 사람 마냥 두리번거리며 걷게 된다. 

 얼마 전 이사를 했다. 5년간 살던 동네를 떠나 모르는 곳으로 왔다. 너무 오랜만인 탓인지 내게 이사는 그저 불편한 변화로만 다가왔다. 새로운 동네로 간다는 사실에 대한 설렘 따위도 없었다.  

 그렇게 이사를 마치고 첫 일주일 정도는 집에 틀어박혀 정리에만 몰두했다. 그렇게 집이 어느 정도 '집' 같아지자 신기하게도 안도감이 느껴졌고, 그제서야 처음으로 동네 산책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 10시가 가까워져 오는 시간. 

 집을 나와 일단 근처의 공원으로 향했다. 공원의 입구를 지나 어둑한 실루엣만 남은 나무들이 눈에 들어오자 갑자기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다. 그곳의 사람들과 오늘의 풍경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싶어졌다. 아무런 기대도 않던 나에겐 반전 같은 느낌이었다. 

 갈래길이 나오면 모르는 길만 따라 들어갔다. 앞으로 나아갈수록 모든 게 처음 보는 것들뿐이어서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은 걸 좇아 그저 마음 가는 대로 걸었다.

 불빛만 가득 찬 텅 빈 골목에서 꼭 시간이 멈춘 것 같다고 생각하다가 순간 익숙한 느낌이 나를 스쳤다. 이건 내가 여행지에서 여행을 하는 방식이었다. 새로움 속에 나를 던져 넣고 마음껏 이끌리는 대로 움직이는.

 즐거웠다. 이사 때문에 받았던 스트레스가 무색할 정도로 새로운 동네에서의 밤산책은 낯섦을 새로움으로 바꾸는 즐거움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내가 모르는 곳에 가보는 게 여행이라면 이사는 참 들고 갈 게 많은 여행인 셈이었다. 


  • Delayde & Harris Cole - Outside (2018)
  • Yu Su - Gleam (2021)
  • Matt Johnson - New Terrain (2020)
  • Kaidi Tatham - I'm High (2008)
  • Kaidi Tatham - It's About Who You Know (2018)
  • Garrett - Gotta Get Thru It (2018)

*이 주의 코멘트

 안녕하세요! 드디어 첫 번째 편지네요. 먼저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시작도 전에 구독해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번 주에 글을 쓰며 어떻게 하면 '한 겹의 음악'을 지속 가능한 프로젝트로 만들까를 고민해보다 결정한 것 몇 가지를 전달 드립니다.

- (자신만만하게 매주 믹스를 보내드리려 했지만...) 퀄리티 유지를 위해 한 주는 믹스로, 한 주는 보다 자유로운 형식으로 음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 아직 방식에 있어 확실히 정해진 건 없지만 추후엔 유료 멤버십 구독제 역시 고려 중입니다. 또 아래의 초대하기 링크를 통해 주변에 이 프로젝트를 알려주신 분들을 위한 이벤트도 구상 중입니다.

- 그 무엇보다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을 영순위 목표로 여러가지 연습과 실험을 해보려합니다. 그러니 건의사항이나 궁금하신 점, 자유로운 의견 등은 메일(glamgould@gmail.com)이나 댓글로 마음껏 알려주세요! :) 

 다음 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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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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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mi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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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lmost 3 years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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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의 구독자

    0
    almost 3 years 전

    비공개 댓글 입니다. (메일러와 댓글을 남긴이만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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