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다. 너무 덥다. '지나치게 덥다'는 이유로 여름을 좋아할 수가 없었다. 겨울이면 온몸이 아플 정도로 심하게 추위를 탔지만 그래도 여름보다는 겨울이 좋았다. 나에게 여름은 도저히 사랑할 수가 없는 계절이었고, 밝고 긍정적인 사람들만의 특권 같은 것으로 여겨졌다. 그래서 여름을 힘들어하면서도 동시에 여름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여름을 좋아하게 된 순간을 기억한다. 5년 전 여름, 부산에서 음악을 틀고 다음 날 송정 바다에 뛰어들었던 때다. 그전까지는 여름 바다엔 가 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바다가 보고 싶으면 으레 여름만은 피했다. 너무 북적일 거라는 게, 그 인파 틈에 끼일 생각만 해도 힘들다는 게 유일한 이유였다.
그날 송정 바다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고 파도는 높고 고왔다. 보기 좋게 그을린 사람들이 서프보드를 들고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여름을 쫓아 여기까지 온 수많은 이들의 마음이 단숨에 이해되는 느낌이었다. 여름의 모든 좋은 것들을 한데 모아놓은 듯한 그 바다에서, 나는 생전 처음으로 바다에 들어가 보는 사람처럼 온종일 첨벙거렸다.
그 뒤로 나는 확실히 여름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물론 더운 건 여전히 싫고 땡볕 아래에 있을 때면 심하게 짜증이 솟긴 하지만 더위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 또 그게 아주 즐겁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 나에게 여름은 충분히 사랑스럽다.
해마다 여름이 돌아오면 바다에 갈 방법들을 생각해본다. 올해 여름에도 바다에 들어갈, 아니 바다로 도망칠 수 있을까? 앞으로도 계속 여름을 사랑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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