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힘

2021.08.16 | 조회 57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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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겹의 음악

일상의 여러 순간에 깊이를 더해줄 음악을 소개합니다.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분명할수록, 혹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분명하다고 느낄수록, 어쩌면 그렇게 자신을 오해할수록, 가끔 앞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톱니처럼 짜 맞춰진 수많은 것들이 자신을 설명한다고 믿지만 어떨 때는 세상과 나의 모든 것이 지독히도 어긋나있는 것만 같다. 내가 보고자 하는 것들이 보이지 않을 때면 이전까지의 모든 기쁨은 잊어버린 채 깊은 구덩이에 빠진 듯 발버둥 치는 나를 발견한다. 모든 것은 매 순간 변하는데도 나는 나 자신의 증거가 되려 애쓰는 것이다.

 알 수 없는 슬픔이 닥쳐올 때 마음 놓고 무너지는 건 생각보다 커다란 용기를 필요로 한다. 눈을 감고 뒤로 쓰러지듯, 어디에 얼마나 세게 부딪힐지 가늠할 수도 없고 이번의 얕은 추락이 삶에 어떤 사소한 고장을 일으킬지 걱정하게도 된다. 그렇지만 알맞은 시간에 알맞은 마음으로 무너지지 않으면 언젠가는 부러져버릴지도 모른다.

 마음을 직면할 때, 무너지는 힘은 회복하는 힘이 된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잿빛 어둠 속으로 들어갈 때, 그제야 우울은 몸처럼 담담하다. 몰라서 두려운 것이 아니라 알고 싶지 않아 두려운 것들은 알고 나면 참 사소하기도, 울고 나면 참 고맙기도 하다.


  • Boards of Canada - Everything You Do Is a Balloon (1996)
  • Stephan Mathieu - Dawn (2011)
  • 조월 - 기록 (2009)
  • 이승열 - Fear (Don't Let It Get The Best Of You Darling) [2013]
  • ent - waltz #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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