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1월 셋째 주 음악무용 공연 소식으로 돌아온 위클리 허시어터입니다. 주간 발행으로 전환한 뒤 셋째 주 레터는 클래식, 오페라, 국악, 무용 등의 공연들을 모아 소개하며 각각의 장르를 따로 라벨링했었는데요, 올해부터는 이를 간명하게 음악과 무용으로 나누고 음악 안에서 서양음악인 클래식과 오페라를, 한국음악인 판소리와 국악을 묶어 소개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다섯 편의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음악 공연으로는 클래식 작곡가 오예승 씨의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선정작인 <크로스 콘체르토 프로젝트>, 역시 창작산실 신작인 여성 타악 앙상블 groove&의 <물의 놀이>, 김정민 명창의 완창판소리 무대 <박록주제 박송희류 흥보가>를 소개하고요, 무용 공연으로는 ‘원의 안과 밖’에서 두산아트랩 신작으로 선보이는 신체극 <산호초를 그린 자국>, 유니버설발레단의 시즌 개막작 <코리아 이모션 情>을 준비했습니다.
올해도 장르를 불문하고 흥미로운 신작들은 물론 객석의 찬사와 함께 돌아오는 레퍼토리 작품들이 벌써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데요, 허시어터에서도 관극이 더욱 즐거워질 공연 소식들로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편집장 윤단우 드림
클래식 작곡가 오예승 씨가 재즈피아니스트 조윤성 씨를 만나 클래식과 재즈의 경계를 넘는 <크로스 콘체르토 프로젝트>를 선보입니다. 이번 공연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음악 부문 선정작으로 선보이는 무대로, 오예승 씨는 지난해 현대음악앙상블 소리에서 젊은 작곡가들의 음악을 조명하기 위해 마련한 <동방신곡 프로젝트>로 소개해드린 바 있었습니다. 오예승 씨는 연세대와 뉴욕대, UCLA에서 작곡을 공부하고 임지선, 이안 크라우스, 폴 치하라 등의 음악가를 사사했으며, 대표작으로는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재해석한 2020년 작 오페라 <김부장의 죽음>이 있습니다. 이번 공연을 통해 ‘클래식 음악계’ 혹은 ‘재즈 음악계’ 등과 같이 특정 음악‘계’ 안에서만 폐쇄적으로 순환하는 창작과 연주를 지양하고, 이 경계로 인해 놓칠 수 있었던 작업들과 창작 방식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상경, 손민주, 김하경 세 연주자로 구성된 전통음악 기반 여성 타악 앙상블 groove&은 ‘흐르는 장단 위의 물의 놀이’라는 주제로 한 네 번째 레퍼토리 공연 <물의 놀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공연예술창작산실 올해의 신작 전통예술 부문 선정작으로 올려지는 공연으로, groove&은 전통 장단이 원의 호흡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 호흡이 물이 흘러가듯 끊이지 않는다는 데 착안해 둥근 호흡으로 이어지는 전통 장단을 순환하며 흐르는 물에 빗대어 공연을 기획했습니다. 물이라는 일상적이고 단순한 소재가 국악의 타악 리듬과 만나 어떤 음악을 만들어낼지 기대가 됩니다.
김정민 명창이 <박록주제 박송희류 흥보가>를 완창으로 선보입니다. 김정민 명창의 스물세 번째 판소리 완창 무대로, 이번 공연에서는 조선 후기 판소리의 중시조로 꼽히는 송흥록 명창의 <동편제 홍보가>를 들려줄 예정인데요, 통성으로 힘 있게 내지르는 소리가 특징인 동편제는 말의 끝이 분명하고 강하며, 사설의 부침새는 장단과 사설이 정박에 맞추어 부르는 ‘대마디 대장단’을 기본으로 합니다. 계보를 살펴보자면 송흥록-송만갑-김정문-박록주-박송희-김정민으로 이어지는 소리제로, 김정민 명창은 박송희 명창의 제자이자 박록주 명창의 손제자(孫弟子)가 됩니다. 김 명창은 박송희 명창에게서 <흥보가>와 <적벽가>를 사사했고, 영화 <휘모리>의 주연을 맡아 대종상영화제 신인여우상을 수상한 경력도 있습니다.
원지영 씨가 이끄는 창작집단 ‘원의 안과 밖’에서 두산아트랩을 통해 신작 <산호초를 그린 자국>을 선보입니다. 장르로 구분하자면 무용이 아니라 신체극으로 연극으로 분류되는 공연이지만 신체가 만들어내는 움직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방향성이 무용 공연과 묶여도 무리가 없겠다고 판단해 이번 호에서 함께 소개하게 되었습니다. 원지영 씨는 그동안 국내외에서 공연예술 리서치, 연극, 축제기획, 서커스, 어린이극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해 왔는데, 2019년에도 두산아트랩에서 연극 <탄생비화>를 선보이며 연극의 안과 밖에 대한 질문을 던진 바 있습니다. 이번 신작 <산호초를 그린 자국>은 생겨나고 자라나고 섞이고 균열되고 사라지는 이상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공연에서는 퍼포머 2인의 비언어적 움직임을 통해 몸과 몸이 만드는 사랑의 모양들, 마술적 효과를 응용한 작은 오브제들에 집중하며 사랑의 독특함과 괴이함을 그려냅니다. 공연을 통해 신체극과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셨으면 합니다.
올해로 창단 40주년을 맞은 유니버설발레단은 유병헌 예술감독의 컨템포러리 작 <코리아 이모션 情>으로 시즌을 시작합니다. 한류 드라마 OST로 일가를 이룬 작곡가 지평권 씨의 앨범 <다울 프로젝트>와 국악연주그룹 앙상불 시나위의 앨범 <영혼을 위한 카덴차>와 <시간 속으로>에서 발췌한 9개의 곡을 바탕으로 발레 움직임을 입혀 완성한 작품으로, 발레단은 2021년 대한민국발레축제에 올린 트리플빌 무대의 한 작품으로 처음 선보였고, 이듬해인 22년 신작 <더 발레리나>에 극중극으로 삽입되었다가, 지난해 드디어 독립된 작품으로 공연되었습니다. <다울 프로젝트> 수록곡인 ‘미리내길’은 죽은 남편에 대한 아내의 그리움을 담은 2인무로, 지난해 수석무용수 강미선 씨에게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여성무용수상의 영예를 안긴 작품이기도 합니다. 올해 공연에서는 수석무용수 손유희 씨가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퇴단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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