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10월 셋째 주 위클리 허시어터는 음악과 무용 공연으로 돌아왔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모두 열한 편의 공연을 준비했는데요, 특히 기대되는 신작이 많습니다. 우선 클래식 무대에서는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가 바리톤 가수와 함께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를 연주합니다. 글로리아오페라단은 푸치니 서거 주년을 기념해 <나비부인>을 공연합니다. 국립합창단의 '신진지휘자 초청연주회'에는 두 명의 여성 지휘자가 초청되었습니다.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가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더 필즈와 함께 내한 무대를 꾸밉니다.
국악 무대에서는 서울남산국악당의 '젊은 단장' 무대에 오르는 하나경, 이나연, 음악제작소 WeMu의 공연과 여성국극제작소의 신작 <화인뎐>, 국립창극단 단원 이연주 씨의 1인 창극 <햄릿>을 소개합니다. 무용 공연으로는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국립현대무용단의 <닥쳐 자궁>, '대한민국은 공연중' 참가작인 장혜림 안무가의 <이야기의 탄생>, 최성옥 안무가의 <오! 오필리아 오필리아>를 준비했습니다. 지역 무대에선 어떤 공연들이 올라가는지도 살펴보시면 좋겠습니다. 위클리 허시어터는 다음 주 리뷰와 뉴스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편집장 윤단우 드림
피아니스트 마리아 조앙 피레스가 이번에는 바리톤 가수와 함께 무대를 꾸밉니다. 깊어가는 가을날 피아노 연주와 가창이 함께 하는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가 어떤 울림을 전달해줄지 지켜볼 일입니다.
푸치니의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글로리아오페라단에서 <나비부인>을 올립니다. 지난호에서 소개해드린 것처럼 올해는 한-이탈리아 수교 140주년이기도 해 푸치니와 이탈리아 오페라 공연이 더욱 활발한데요, 푸치니는 원래도 오페라 무대에서 불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곡가지만 이처럼 기념비적인 해에 한층 더 뜨거운 조명을 받고 있는 푸치니의 작품 속 비련의 죽음을 맞는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도 더욱 활발해지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국립합창단에서 한국합창음악계를 이끌어갈 신진 합창지휘자 발굴 프로젝트로 '신진지휘자 초청연주회'를 마련했습니다. 초청된 지휘자는 엄보영, 한하영 두 분인데요, 엄보영 씨는 율쳄버콰이어 합창단 전임지휘자로 총신대 교회음악과에서 합창 지휘를 전공하고 이화여대와 연세대에서 석사와 박사 과정을 거치며 오케스트라 지휘와 합창 지휘를 전공했습니다. 총신국제페스티벌, 교회음악학회 신인음악회,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오케스트라 등을 지휘했고, 이제 오페라 무대로도 분야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한하영 씨는 연세대 교회음악과에서 합창 지휘를 전공하였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현재 연세대학교 콘서트콰이어 단원으로 활동하며 여러 해외 합창대회에서 수상과 연주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두 여성 연주자가 지휘하는 합창 음악에도 귀를 기울여보면 좋을 듯합니다.
세계 최고의 실내악 앙상블로 사랑받는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더 필즈(ASMF)가 이번에는 조지아 출신 피아니스트 카티아 부니아티쉬빌리와 함께 내한 무대를 꾸밉니다. 부니아티쉬빌리는 지금까지 주로 리스트와 라흐마니노프 등 낭만주의 음악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보여주었는데 최근 여러 오케스트라와 모차르트를 연주하며 화제가 되고 있는 연주자입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0번을 들려줄 예정이며, 이 외에도 멘델스존의 헤브리디스 서곡, 피아졸라의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피아노를 위한 세 개의 작품, 하이든의 교향곡 101번 D장조 '시계'를 연주합니다.
서울남산국악당의 청년예술가 창작지원사업인 '젊은 단장'이 올해도 새로운 아티스트들과 함께 돌아옵니다. 전통예술 가운데 음악, 무용, 연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청년예술가를 발굴해 신규 작품 개발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올해는 무용 부문에 경기도무용단원 하나경 씨, 음악 부문은 피리 연주자 이나연 씨, 연희 부문은 음악제작소 WeMu가 선정되었습니다. 하나경 씨는 궁중무용 박접무를 모티브로 한 신작 <숨, 짓>을, 이나연 씨는 보통의 일상에서 일어나는 작은 생각들을 음악으로 표현한 <보통의 비정상적인>, 음악제작소 WeMu는 우리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돈'과 관련된 4개의 에피소드를 황해도 굿으로 풀어냅니다.
여성국극제작소에서 신작 <화인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화가 김홍도의 생애를 전기수의 입을 통해 듣는 형식으로, 도화서 화원이 된 김홍도는 임금의 어진을 그리는 어용화사에 발탁되어 정조와 만나게 됩니다. 조선시대 브로맨스를 여성 소리꾼들이 연기함으로써 국극 무대의 특별한 매력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고연옥 작가가 대본을 쓰고 황지영 공동대표가 작창을, 박수빈 공동대표가 연출을 맡았고, 배우 이주영 씨가 전기수로 무대에 오릅니다.
국립창극단 단원 이연주 씨가 1인 창극 <햄릿>을 올립니다. 이연주 씨는 셰익스피어 비극을 꾸준히 판소리 무대로 옮기고 있는데요, <햄릿>은 2012년 작 <맥베스 부인>, 2023년 작 <더 리어>에 이은 세 번째 무대입니다. <맥베스 부인>에서는 배경을 조선시대로 옮겨 맥베스 부인의 관점으로 원작을 재해석했고, <더 리어>는 원작을 나를 찾아가는 여정으로 바꾸어 국립창극단의 <리어>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 바 있습니다. 이제 <햄릿>은 어떤 새로운 이야기로 돌아올까요. 올해는 국립극단을 비롯해 신시컴퍼니와 예술의전당이 새로운 연출로 이 작품을 올리며 '햄릿 러시'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판소리 무대인 만큼 이 공연들과 함께 소리꾼 송보라 씨의 <햄릿, 혼잣말>과는 어떻게 다른 무대를 보여주는지 비교하며 보셔도 즐거운 관극이 되실 것 같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주관하는 통합 공연예술행사인 '대한민국은 공연중'의 첫 번째 축제 무대가 한창입니다. 국립극장, 국립극단, 예술의전당과의 공동주관으로 국립극장, 명동예술극장, 예술의전당, 청와대, 서계동 국립극단터 등 다양한 공연장에서 엄선된 공연들이 올려지고 있는데요, 허시어터에서는 그 가운데 두 편을 골라 소개합니다.
첫 번째 공연은 장혜림 안무가가 이끄는 99아트컴퍼니의 <이야기의 탄생>인데요, 지난 4월 한국무용제전에서 처음 선보인 신작으로, 장 안무가는 본인의 이름 '혜림'이 담고 있는 '은혜로운 숲'이라는 의미에서부터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시작해 '열매 가득한 나무 사이로 새가 높이 날아오르고 들짐승은 쉬어가는 생명이 깃든 숲'을 움직임으로 탐색합니다. 작품은 자연과 생명의 시원을 한 여자아이의 탄생에 빗대어 이야기하는데요, 이 여자아이가 태어나면서 숲은 마침내 '이야기'를 품게 되었습니다. 생명의 노래를 담은 아름다운 움직임이 궁금한 분들은 공연을 놓치지 마세요. (<이야기의 탄생>과 <그들의 논쟁>이 함께 공연되는 더블 빌 공연입니다. 참고하세요.)
지난달 올려진 유니버설발레단 공연에 이어 이번에는 국립발레단이 <라 바야데르>로 관객들과 만납니다. 두 발레단은 단체의 그 오랜 역사에도 불구하고 시즌을 운영하면서 비슷한 시기에 같은 작품을 올린 적이 없는데요, 유일하게 예외적인 사례가 2018년 봄 <지젤>을 나란히 올린 것입니다. <라 바야데르>는 <지젤>만큼 자주 공연되는 레퍼토리가 아니기 때문에 이번 '라 바야데르 대전'에 커다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유니버설발레단이 마린스키 입단이 예정되어 있는 발레리노 전민철 씨의 객원 캐스팅으로 화제가 되었다면 국립발레단은 파리오페라 박세은 씨와 마린스키 김기민 씨를 캐스팅해 최단기 전석 매진이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는데요, 박세은-김기민 씨는 2010년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에서 객원 주역으로 무대에 오른 바 있어 14년 만의 이 무대가 더욱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는 유리그리고로비치의 안무로 유니버설발레단과는 다른 버전인데, 두 공연이 어떻게 다른 감동을 선사할지 무대에서 확인해보셔야겠습니다.
'대한민국은 공연중' 참가작 가운데 허시어터가 추천하는 두 번째 공연은 최성옥 메타댄스프로젝트의 <오! 오필리아 오필리아>입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셰익스피어의 <햄릿>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오필리아의 사랑을 2인무로 표현한 작품입니다. 메타댄스프로젝트는 대전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현대무용단으로 서울에서 공연을 볼 기회가 많지 않았는데, 이번 공연으로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좋겠네요. (<오! 오필리아 오필리아>와 <The Day Before>가 함께 공연되는 더블 빌 공연입니다. 참고하세요.)
국립현대무용단이 일본 가나가와예술극장과의 공동제작으로 <닥쳐 자궁>을 선보입니다. 안무가 시모지마 레이사는 선천적으로 자궁이 없이 태어났는데요, 2021년 국립현대무용단의 '우리가족출입금지' 프로젝트에서 <닥쳐 자궁> 초연을 준비하던 중 태어난 시점부터 1살로 간주되는 한국식 나이 계산법에 영감을 얻어 자신은 자궁이 형성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로 '어머니의 태내에서 자궁을 떼어내고 태어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는 이에 대해 다툼을 멈추는 유일한 방법은 바로 인간을 낳지 않는 것이며, 지금까지 인간이 일으킨 일들에 대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속죄로서 '이 세상에 자궁을 가져오지 않겠다'고 어머니의 몸속에서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번 공연은 2021년 초연을 발전시켜 9명의 여성 퍼포머와 함께 60분 버전의 확장된 무대로 올려지는데요, 안무가 본인의 신체적 체험에 바탕을 둔 여성의 몸과 사회와의 관계가 무대 위에서 움직임으로는 어떻게 표현될지 기대가 됩니다.
- 레 미제라블 댄스시어터 샤하르 | 안성맞춤아트홀 대공연장 (10.18 ~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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