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

[vol.89 | 연극 편] 별들의 거리를 측정한 여자 外

2024.11.03 | 조회 2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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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허시어터

여성주의 공연 큐레이션 메일링 위클리 허시어터입니다.

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달력이 11월로 넘어오며 날씨가 부쩍 쌀쌀해졌습니다. 이제 두 달밖에 남지 않은 올해 어떻게 관극 생활을 마무리할지 허시어터 큐레이션에서 영감을 받으시면 좋겠습니다. 11월 첫째 주 위클리 허시어터는 연극 공연 소식을 모아 전해드리는데요, 이번 호에서는 모두 일곱 편의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신작의 비중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가운데 사회적 억압 속에서 여성들의 싸움을 다룬 작품들이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해외입양을 주제로 한 <홀로>, 평범한 일상 속에서 우주를 꿈꾸는 <우주로 가는 길>, 1970년대 여성 노동자의 투쟁을 다룬 <미자>, 우크라이나 대기근 홀로도모르를 다룬 <우쿠리 낫녀노소>, 베트남전쟁의 한국군 민간인 학살사건을 다룬 <하미>, 스트린드베리의 원작을 블랙코미디로 재창작한 <꿈의 연극>, 여성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의 생애를 다룬 <사일런트 스카이>까지, 무대 위 여성들의 싸움을 통해 현실의 싸움에서도 동력을 얻으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저희는 다음 주 뮤지컬 공연으로 다시 인사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에디터 이수아, 한보은 드림


극단 독립극장의 <홀로>가 개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해외입양을 주제로 한 2인극으로, 대본을 쓴 유진월 작가는 『코리안 디아스포라, 경계에서 경계를 넘다』 등을 쓴 해외입양 연구자이기도 합니다. 작품은 딸을 해외입양 보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엄마 은수와 스무 살부터 한국에 오가면서 엄마를 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온 딸 미래가 현실적인 고통과 내적인 정체성의 혼란을 견디며 과거를 극복하고 자기치유에 도달하는 이야기로, 유진월 작가는 해외입양 문제가 여성을 억압해왔던 가부장적인 우리 사회의 위계적 구조, 그리고 부모를 가해자이자 희생자로 만든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필연적으로 연관되어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일시 11.07 ~ 11.17 | 장소 씨어터 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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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520이 <우주로 가는길>로 월드 2인극 페스티벌에 참가합니다. 평범한 회사원 유나와 유나 내면의 또 다른 존재인 외계인 유미가 이끌어가는 2인극으로, 유나는 회사까지 먼길을 출퇴근하며 남들이 보기엔 평범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매일이 괴롭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집안에선 동생과 비교당했고, 학창시절엔 바바리맨을 목격했으며, 회사에선 존재감 없이 무시당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유나는 유미와 함께 자신의 기억과 내면을 탐험하며 새로운 이해와 꺠달음을 얻게 되고, 마침내 우주로 떠나기로 결심합니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김성민 연출은 우리는 모두 길 위에 있으며, 길 위에서 가끔 고개를 들어 서로에게 인사와 안부를 건네고 싶다고 말합니다.

일시 11.09 ~ 11.10 | 장소 창조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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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발전소301과 일상의판타지가 1970년대 여성 노동자의 투쟁의 역사를 기록한 신작 <미자>를 무대에 올립니다. 2022년 공연예술창작산실 사전제작활동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쇼케이스를 선보인 뒤 2년 만에 초연 무대를 갖게 되었습니다. 주인공 최미자는 1970년 어느 겨울 열여섯 살의 나이로 돈을 벌기 위해 상경해 김미숙이라는 가명으로 미래방직에 입사하는데요, 여성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당하기 일쑤인 착취적인 현장에서 미자와 노동조합원들은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싸움을 시작합니다. 공연은 어른이 된 현재의 미자와 당시 방직공장에서 노동쟁의에 나선 십대의 미자를 오가며 그때와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고 또 달라지지 않았는지 질문합니다.

일시 11.13 ~ 11.17 | 장소 공간아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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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사개탐사와 작은신화가 공동제작하는 <우쿠리 낫녀노소>가 여주인공 페스티벌 참가작으로 관객들과 만납니다. 2017년 극단 작은신화의 자유무대 프로젝트에서 인큐베이팅 작업으로 개발되어 쇼케이스를 선보인 뒤 이듬해 프리모컴퍼니에서 초연을 올린 공연입니다. 미국 극작가 에비 팬버트는 1932년부터 33년까지 우크라이나에서 발생한 인위적 대기근인 홀로도모르에서 모티브를 얻어 이 작품을 썼는데요, 홀로도모르는 우크라이나어로 '아사(餓死)'를 뜻합니다.

이 기근은 사회 기반시설의 붕괴 또는 전쟁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행정상의 결정으로 비롯된 것으로, 우크라이나·오스트레일리아·헝가리·리투아니아·미국·캐나다·바티칸에서는 이 사건이 제노사이드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 있습니다. 스탈린은 농산물 수출을 통해 급속한 산업화에 필요한 자본을 공급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농장 집단화 정책을 펼쳤으나 이는 농장 개인 경영의 전통이 깊은 우크라이나 지역의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농작물 생산이 기대에 못 미치자 소련 정부는 그 책임을 부농들에게 전가시키고 부농들의 농장을 습격해 곡물을 탈취해갔습니다. 농민들은 집단농장에 반발하며 농사에 필요한 소를 정부에 빼앗기느니 도살하는 쪽을 택했고, 이러한 반발은 우크라이나 농촌의 대기근으로 이어졌습니다.

<우쿠리 낫녀노소>는 이 같은 인위적 기근에 시달리는 농촌 마을 우쿠리를 배경으로 강제징용과 이주로 여자들과 아이들만 남겨진 마을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극중 여성들은 당면한 파국에 맞서 싸우는 전사로 그려지며 이경성, 정세라, 한해린, 박소아, 조민정 다섯 명의 배우가 등장하는 전원 여성극으로 전개됩니다.

일시 11.20 ~ 11.24 | 장소 미마지아트센터 물빛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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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신세계는 베트남전쟁 한국군 파병 60주년을 맞아 신작 <하미>를 선보입니다. 세계평화를 꿈꾸는 한국여행단이 베트남으로 여행을 떠났다가 하미마을에서 베트남전쟁 당시 한국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사건을 마주하게 되고 벌어지는 혼란과 갈등을 이야기하는 공연입니다. 극작과 연출을 맡은 김수정 연출은 지구 한쪽에서 전쟁을 하는 동안 지구 다른쪽에서는 여행을 하는 현 시대를 조망하며 인류 역사에서 사라지지 않을 전쟁 앞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질문합니다. 

일시 11.23 ~ 12.01 | 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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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극작가 아우구스트 스트린드베리의 <꿈의 연극>이 이홍도 작가에 의해 블랙코미디로 재창작됩니다. 작품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더불어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배경으로 신의 딸 수정이가 출소 후 지상을 배회하며 겪는 일을 다루고 있는데요, 케이팝 내셔널리즘과 일상을 파고든 파시즘, 집단주의, 군사주의 등을 키워드로 삼아 오늘날 대한민국의 사회와 정치를 패러디합니다.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활동하는 정은순 연출이 연출을 맡았고 신의 딸 수정이 역은 배우 성수연 씨가 맡아 연기합니다.

일시 11.26 ~ 12.14 | 장소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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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은 올해 마지막 작품으로 미국 극작가 로렌 군더슨의 <사일런트 스카이>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19세기 초에 활동한 여성 천문학자 헨리에타 레빗의 생애를 무대로 옮긴 것으로, 레빗은 '주기-광도 관계(period-luminosity relationship)'를 발견해 천문학 사상 최초의 '표준 촉광'을 만들어냈고, 그로 인해 과학자들이 은하들의 거리를 계산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1900년대 초만 해도 아직 여성들은 망원경을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하버드 대학 천문대에 고용된 레빗은 남성들이 촬영한 별의 좌표를 기록하는 계산원으로 일해야 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시간에 따라 밝기가 변하는 별인 변광성 연구를 시작합니다.

공연은 항성 분류법의 기준을 마련한 애니 캐넌, 뛰어난 광도 측정가인 윌러미나 플레밍의 조언과 지지 속에 연구를 해나가는 레빗의 모습을 다루는 한편 동생 마거릿의 연주가 별들의 밝기와 음계의 유사성에 대한 통찰을 제시하는 등 여성 연대의 과정을 함께 비추고 있습니다. 연극 <러브레터>, <비평가>, 뮤지컬 <더 테일, 에이프릴 풀스>, <트레이스 유> 등을 연출한 김민정 연출이 윤색과 연출을 맡았고, 드라마 <연인>의 배우 안은진 씨가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복귀해 헨리에타 레빗을 연기합니다.

일시 11.29 ~ 12.28 | 장소 명동예술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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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차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 ~ 11.16)
  • 바스커빌: 셜록홈즈 미스터리 예스24아트원 3관 ( ~ 12.01)
  • 애도의 방식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 (11.22 ~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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