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EDITOR’S LETTER
안녕하세요. 여자들의 극장 허시어터가 다양한 공연 리뷰와 현장의 흥미로운 기사들을 모은 리뷰&뉴스 편으로 인사드립니다.
먼저 리뷰로는 국립극단의 ‘안트로폴리스 5부작’ 두 번째 작품 <라이오스>, 국립오페라단의 <화전가>, 댄스시어터 샤하르의 <안네 프랑크>, 탄츠테아터 부퍼탈의 <카네이션>, 그리고 뮤지컬 <에비타>까지, 연극, 오페라, 무용, 뮤지컬 공연 가운데 리뷰 다섯 편을 준비했습니다.
기사로는 문화체육관광부 주최로 열린 ‘2025년 문화예술발전 유공 시상식’에서 은관 문화훈장을 받은 한태숙 연출가 소식, 제19회 차범석 희곡상을 수상한 김수희(필명 구두리) 극작·연출가 소식, 예술공간 혜화 무대에 오르는 연극 <레이디 맥도날드> 소식, 그리고 후배 연극단원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배우 오영수 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는 소식을 준비했습니다.
이 외에 영화 <블랙 스완>에서 여성의 신체가 어떻게 다뤄졌는지 분석한 이수정 문화콘텐츠 기획자의 칼럼과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이 미국 뉴욕 경매에서 역대 여성 작가 작품으로는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는 소식을 함께 전해드립니다.
허시어터가 이번 호에서 준비한 소식은 여기까지이며, 12월에도 더욱 재미있는 공연 소식으로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에디터 한보은 드림

너는 누구냐?…국립극단의 ‘안트로폴리스Ⅱ, 라이오스’ 백로라 연극평론가, 스마트경제, 25.11.17
‘안트로폴리스(Anthropolis)’는 인간의 시대(인류세)를 뜻하는 안트로포챈(Anthropozän)과 도시를 의미하는 폴리스(Polis)가 결합된 말로서 ‘안트로폴리스 5부작’은 그러한 문명사회에서 공동체를 이룬 인간 본성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다.
‘황금용’으로 널리 알려진 독일의 극작가 롤란트 쉼멜페니히(Roland Schimmelpfennig)가 팬데믹 기간에 집필한 작품으로 고대 그리스 신화 중에서도 테베 왕가의 비극을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중략)
이 작품은 테베를 건설한 카드모스와 라이오스의 복잡한 가계를 설명하는 부분, 정글에 유기돼 짐승처럼 지냈던 라이오스의 유년기, 미소년 크리시포스를 사랑해 납치한 뒤 왕권을 쥐게 되는 상황, 이오카스테와의 결혼과 출산, 그리고 오이디프스와의 대면과 죽음 등을 보여준다.
극적 서사가 인과적으로 연결되는 아리스토텔레스식 구성을 취하지 않고 장면들이 파편화돼 있다는 점에서 드라마가 약하거나 부재한 ‘비(非)-극적’(김기란) 작품이라 할 수 있으며 소외효과를 통해 관객의 몰입과 동화를 방해한다는 점에서는 전통적인 비극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반(反)-비극적(悲劇的)’ 연극이라고 할 수 있다. (중략)
사실상 캐릭터의 현대성과 새로움은 1인 다역을 수행한 전혜진의 연기에 힘 입은 바 크다.
허세와 충동으로 가득 찬 철없는 청년 라이오스, 오토바이를 타고 질주하다가도 유혹적인 여성으로 변신하며 자기 욕망에 솔직한 여성 이오카스테, 그로테스크할 정도로 맑고 순수한 목소리로 키득거리는 크리시포스, 구부정한 몸짓에 사투리를 써가며 시민들을 선동하는 노년의 시민에 이르기까지, 전혜진은 신체 동작과 목소리에 변화를 주면서 다양한 캐릭터를 무대 위에 살아 움직이게 한다.
특히 라이오스의 유년기 장면에서 짐승처럼 날고기를 뜯어먹거나 기어다니는 동작을 보여준다거나 계단 무대를 오르내리며 다양한 신체 동작을 통해 정서와 감정을 표현한 부분은 배우의 유연하고도 풍부한 연기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라 지적할 만하다.

격동의 시대를 산 이름없는 여인들을 위한 헌사 - 국립오페라단 '화전가' 한혜원 음악칼럼니스트, 더프리뷰, 25.11.04
<화전가>는 2020년 국립극단의 연극(배삼식 희곡, 이성열 연출)으로 이미 검증받은 작품이다. 1950년 4월, 안동의 한 집안에 환갑을 맞이한 김씨 부인을 축하하러 모여든 온가족 여인들의 하룻밤을 그렸다. 집안의 남자들은 독립운동을 하다 죽었거나, 병사했거나, 월북했거나, 빨갱이로 몰려 감옥에 있거나, 미군정에서 일하느라 아무도 오지 못했다. 독립운동이나 전쟁 같은 큰 일을 위해 남자들이 떠났을 때 집에 남아 식구를 건사하고 생계활동을 한 것은 여자들이었다. 여자들은 혼돈의 시대와 서로 처한 다른 상황들에도 좌절하거나 미워하지 않고, 서로 연대하며 희망을 품어본다.
연극에서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오페라에서 여성 성악가들만 9명이 나오는 것은 화제가 되면서도 리스크가 있는 시도다. 우리가 오페라에서 주로 기대하는 것은 사랑의 이중창, 연인의 죽음, 사랑을 위한 희생 같은 것 아닌가. 그러나 메조 소프라노 이아경을 비롯한 성악가 9명은 그 캐릭터에 완전히 빙의된 듯 몰입해, 관객을 1950년 4월의 안동으로 데려갔다. (중략)
최우정은 '거대 서사 아래 묻혀 있는 약자들의 이야기'에 애정을 갖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여인들의 삶이지만, 그들에게 주인공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주인공의 노래와 서사를 부여했다. 영웅의 이야기도, 전사의 이야기도 아니었으나 “나라를 위한다고? 그놈의 나라는, 와 사람들을 몬 죽이가 안달이고?”하며 하루하루 버텨가는 여인들의 삶은 드라마틱하지 않아도 길고 잠잠한 여운을 남겼다. 위험하고 불안한 시대지만 잠시라도 삶을 즐기고 싶은 여인들은 김씨 부인의 환갑을 맞아 화전놀이를 간다. 화전놀이의 무대는 아름다웠다. 흐드러지게 핀 꽃들 속에서 그들은 찰나지만 행복했을 것 같다. 여인들은 행복한 한나절을 보내고 각자의 갈 길로 흩어진다. 집으로, 친정으로, 북에 있는 남편을 만나러, 새로운 일을 하러. 모두를 떠나보내고 남은 김씨 부인과 고모의 이중창, 이어서 김씨 부인의 노래와 봉아의 소네트 낭송이 동시에 울려퍼지면서 막이 내린다. “아무도 몬 잔다. 자면 안 된다”는 봉아의 마지막 외침은, 그들이 화전놀이를 하며 보낸 한나절이 1950년 4월, 전쟁 두 달 전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잠시도 행복해하면 안 된다는 경고처럼.

희망이 있는 곳에 생명이 있다: 댄스시어터 샤하르 <안네 프랑크> 윤단우 공연칼럼니스트, 댄스포스트코리아, 25.11.05
공연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안네의 일기장에 인격을 부여해 무용수를 캐스팅했다는 점이다. 안네가 ‘비밀 별관’에서 은신하던 2년여의 기간은 나치 정권이 유대인에 대한 ‘최종 해결책’인 ‘절멸’을 실행하던 시기로, 이 시기 유대인들은 아우슈비츠 등지의 집단수용소로 끌려가 강제노동, 계획된 영양실조, 생체실험, 총살, 가스실, ‘죽음의 행진(death march; 죄수나 포로의 강제 이동을 가리키는 용어로, 식사나 휴식 없이 도보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다수가 사망한다)’ 등을 통해 조직적으로 살해당했다.
언제 닥쳐올지 모르는 죽음의 그림자 속에서 붉은색 체크무늬 표지의 일기장은 안네에게 불안한 은둔생활을 견디게 해주는 영혼의 친구였다. 안네는 일기장에 ‘키티’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친구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일상과 감정을 진솔하게 기록했다. 일기는 나치 독일 치하에서 유대인이 겪은 탄압의 기록이기도 하지만 사춘기 소녀가 가족과 친구, 첫사랑과 함께한 성장담이기도 하다.
키티 역을 맡은 샤하르의 주역무용수 스테파니김이 안네와 함께 추는 2인무는 은둔생활을 하는 안네에게 일기장이 어떤 의미였는지 보여주는 매우 슬프고도 아름다운 장면이며, 이때 키티와 안네가 나눈 교감은 훗날 은신처가 발각되어 가족들이 모두 집단수용소로 끌려가게 되었을 때 가장 증폭된 형태로 드러낸다. 키티가 체포를 저지하려는 듯 사람들 사이를 다급하게 뛰어다니며 괴로워하는 모습은 <지젤>의 1막 후반부에서 ‘매드씬’을 연기하는 지젤 못지않게 절박하다.
이토록 절박한 키티의 감정은 안네와 나눈 교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키티는 더 이상 안네가 편지 친구로 설정한 가상의 존재가 아니라 안네의 고통과 절망에 공감할 수 있는 인격체로 재탄생한 것이다. 그리고 안네의 일기장 ‘키티’는 단순히 한 소녀의 하루를 기록한 일기가 아니라 인간성 말살의 증언록으로서 좀 더 무거운 의미를 얻는다.

컨템퍼러리 무대에서 과거와 현재는 어떻게 조우하는가: 탄츠테아터 부퍼탈 <카네이션> 윤단우 공연칼럼니스트, 댄스포스트코리아, 25.11.20
바우쉬는 2000년 국내 초연을 앞두고 매체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이 작품은 젊음과 아름다움이 상징하는 ‘희망’과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하는 ‘현실’이라는 두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무대에 펼쳐져 있는 카네이션 들판은 젊음과 생명력, 아름다움을 상징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구둣발에 짓밟히고 흩어지며 현실의 폭력을 은유한다.
공연 초반 무용수들은 우리도 익히 잘 알고 있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와 비슷한 형식의 ‘1, 2, 3, 태양(Un, deux, trois, soleil)’ 게임을 하며 유년 시절로 돌아간 듯한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여주지만 이렇듯 유쾌한 감상에 젖을 수 있는 것은 잠시뿐이다. 무용수들은 곧 서로를 쫓아가고 쫓겨 다니며 긴장된 분위기를 연출하고, 중년 남성이 등장해 여권을 보여달라고 요구하는 모습은 최근 과격한 이민 단속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국의 현실을 떠올리게 하며, 서로 의자를 빼앗기 위해 다툼을 벌이거나 이리저리 위치를 바꾸어 앉는 모습은 사회의 축소판처럼 인간들 사이의 갈등과 권력 다툼을 비춘다. (중략)
이번 공연에 출연한 19명의 무용수 가운데 2000년 국내 초연 무대에도 올랐던 안드레이 베진과 아이다 바이네리 두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17명은 모두 2019년 입단해 바우쉬와는 접점이없는 젊은 무용수들이다. 그러나 함께 출연하는 베진과 바이네리 두 무용수 외에도 에디 마르티네즈와 실비아 파리아스가 리허설 디렉터로, 김나영은 리허설 어시스턴트로 공연에 참여해 지난 무대의 경험과 영감을 나누며 세대가 다른 무용수들을 아울렀고, 젊은 무용수들은 공연에 신선함과 활기를 더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이 우려했듯 ‘보존성’이 강해진 레퍼토리 작품으로 동시대성을 잃는 것이 아니라 시대와 세대를 뛰어넘어 여전히 반짝이는 생명력을 가진 ‘가능성’의 무대를 보여주었다.

야망과 사랑 사이 그녀의 진심은?...뮤지컬 '에비타' 허세민 기자, 한국경제, 25.11.12
지금도 많은 아르헨티나 국민의 마음속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전설의 영부인 에바 페론(1919~1952). 그녀를 향한 세상의 평가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숱한 남성의 지위를 발판 삼아 신분 상승의 꿈을 이룬 신데렐라인가. 아니면 가난한 아르헨티나 민중에게 희망을 심어준 구원자인가. (중략)
'에비타'는 실존 인물을 무대 위로 불러낸 최근 여성 전기 뮤지컬의 연장선에 있지만 결은 사뭇 다르다. 뮤지컬 '마리 퀴리'는 폴란드 여성 과학자 퀴리 부인의 집념에, 뮤지컬 '프리다'는 온갖 역경에도 끝내 붓을 놓지 않았던 멕시코 여성 화가 프리다 칼로의 예술혼에 초점을 맞추며 여성 캐릭터의 주체성을 부각했다. 이에 반해 에바 페론은 누구보다 큰 야망을 가졌지만, 자신의 당당한 실력이 아닌 남성의 지위를 이용해 정상에 오른 인물로 그려진다. 극 중 해설자 '체'가 에비타를 비판적 시선으로 바라보는 역할을 한다.
에비타가 오늘날 시대적 감수성에 어울리는 인물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극에 몰입할 수 있는 건 배우들의 열정적인 노래 덕분이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구성된 성 스루 뮤지컬임에도 지치지 않고 노래를 이어간다. 특히 에비타 역 배우의 폭발적인 성량과 앙상블의 에너지가 무대를 꽉 채운다. (중략)
작품은 이른바 '페론 시대'의 명암을 골고루 짚어준다. 비자금 의혹, 언론 탄압 등의 그림자와 빈민층 구호, 여성 참정권 확대와 같은 에비타의 성과를 함께 조명한다. 배우의 해석에 따라 에비타에 대한 시선이 갈릴 듯하다.

‘50년 연극 외길’ 한태숙 연출, 은관문화훈장 영예 이세아 기자, 여성신문, 25.11.19
50여 년간 한국 연극의 독자적 미학을 정립해 온 한태숙 연출가가 은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7일 오후 2시 서울 서대문구 모두예술극장에서 ‘2025년 문화예술발전 유공 시상식’을 열고 한 연출가에게 훈장을 전수했다.
한 연출가는 ‘첼로’, ‘덕혜옹주’, ‘레이디 맥베스’, ‘아내들의 외출’, ‘오이디푸스’, ‘엘렉트라’ 등을 선보이며 한국 연극사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겼다. 인간 내면의 심연을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연출 기법으로 유명하다. 일본, 중국, 유럽 등 해외 무대에도 초청돼 한국 연극의 미학을 세계에 알렸다. 국립극단 공연 연출과 경기도립극단 예술감독을 역임하며 한국 연극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현재 극단 물리 대표를 맡고 있다.
한 연출가의 작품 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여성의 목소리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의 이야기를 담은 연극 ‘하나코’는 역사 속 여성의 고통을 현재의 언어로 되살려내며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장화홍련’에서는 가부장제 아래 희생당하는 여성들의 서사를, ‘레이디 맥베스’에서는 권력과 욕망 사이에서 파멸하는 여성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이렇게 여성이 마주한 사회적 문제를 관객과 함께 사유해 온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대학로에 점 하나 찍어보려 죽을 둥 살 둥… 작가라 불려 행복” 이태훈 기자, 조선일보, 25.11.25
제19회 차범석 희곡상 수상자인 극작·연출가 김수희(필명 구두리) 극단 미인 대표는 “수상자 선정 소식을 들으며 ‘작가’라고 불렸을 때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정신이 없고 안 믿기면서도, 낯설지만 기분이 좋았다. 친척 분들께 ‘이번엔 연극상 아니고 희곡상’이라고 말씀드릴 때도 너무 행복하더라”고 했다. (중략)
수상작은 ‘사라지는 곳과 여성’ 3부작-‘금성여인숙’ ‘수성다방’ ‘화성골소녀’. 늘 여성을 중심에 놓고 사라지는 장소와 소외된 사람들을 향했던 극작가로서 그의 관심이 응축된 희곡들이다.
모두 직접 현장으로 들어가 만나고 듣고 겪은 이야기들이 바탕이 됐다. 코로나 사태 때 강원도 인제의 50년 된 여인숙에서 격리된 낯선 사람들의 이야기 ‘금성여인숙’은 실제 인제에 있던 같은 이름의 여인숙에 묵으며 그 주인과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완성해 나갔다. 극단 후배였다가 수녀가 된 친구가 ‘금성여인숙’을 보러 와선 “탈(脫)성매매 여성을 돕는 수녀들을 만나보겠느냐”고 제안했고, 실제 현장에 방문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성매매 여성과 그 집결지에서 수녀 신분을 숨기고 활동하는 상담사의 이야기 ‘화성골소녀’가 나왔다. 철거와 재개발을 앞둔 을지로의 오래된 다방 주인 이야기 ‘수성다방’도 마찬가지. 그가 조선소 노동자들 삶의 애환과 질곡을 그린 연극 ‘말뫼의 눈물’을 청계천 변에 있는 전태일 기념관에서 공연하게 됐을 때 갔던 다방과 그곳 70대 여주인의 이야기가 출발점이었다.

존엄을 향한 여정…연극 '레이디 맥도날드', 내달 1일 개막 김주희 기자, 뉴시스, 25.11.23
연극 '레이디 맥도날드'가 다음 달 1일부터 7일까지 예술공간 혜화 무대에 오른다.
한은형 작가의 동명 소설을 이지혜 연출이 각색한 작품은 사회가 외면하는 여성 노숙인의 삶을 따라가며, 인간이 지켜야 할 존엄의 의미를 질문한다.
이야기는 정동길 일대를 떠돌며 살아가는 여성 노숙인 김윤자 그리고 그녀의 일상에 관심을 가지게 된 피디 신중호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신중호의 질문은 호기심으로 가득하지만, 김윤자의 대답은 언제나 비껴간다. 김윤자는 스스로의 삶을 '실패'라 정의하지만, 자신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존엄을 단단히 지켜내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렇게 '노숙인'이라는 이름 뒤에 가려졌던 인간 김윤자가 드러난다.

‘강제추행 혐의’ 오영수 2심 무죄...피해자 측 “2차 가해” 반발 이세아 기자, 여성신문, 25.11.11
후배 단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배우 오영수(81) 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수원지방법원 제6-1형사부(곽형섭 김은정 강희경 부장판사)는 11일 오씨의 강제추행 혐의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다. “피해자가 사건 발생 후 약 6개월이 지나 성폭력상담소에서 상담을 받을 당시에는 ‘오씨가 볼에 입 맞추려고 시도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가 이후 수사기관에서 ‘볼에 입을 맞췄다’는 취지로 바뀌었다”, “볼에 입 맞추려 한 상황 자체는 강제추행 범죄가 성립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해자의 일기에 강제추행 관련 내용이 없는 점”도 고려했다. (중략)
재판부는 “피해자가 이 사건 강제추행이 발생한 지 약 6개월이 지나 성폭력상담소에서 상담을 받고 친한 동료 몇 명에게 사실을 알렸으며 피해자가 피고인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메시지에 피고인이 이에 사과한 점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공소사실처럼 강제추행한 것 아닌지 의심은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시간의 흐름에 따라 피해자의 기억이 왜곡됐을 가능성이 있고, 피고인이 강제추행을 했다는 것인지 의심이 들 때는 피고인 이익에 따라야 한다”고 판단했다. (중략)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는 “피해자 주변인들의 문자메시지까지 끌어와 피해자를 공격했던 이번 재판은 사실상 ‘2차 가해의 연장전’”이었다면서 “이번 판결은 구조적 성폭력 피해자의 용기를 법이 외면하고, 여전히 ‘피해자다움’을 판단 근거로 사용하는 사법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고 비판했다. 또 “오늘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와 함께 다음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완벽한 발레리나의 역설…블랙 스완의 몸은 왜 조각나야 했는가 이수정 문화콘텐츠 기획자, 한국경제, 25.11.04
우아하고 청초한 백조의 자태는 발레리나의 육체에 투영된 이상(理想)이다. 그러나 수면 위에서 백조가 고요히 유영할 때 물갈퀴는 쉼 없이 물살을 박차고 있다. 국립발레단 감독 강수진의 발 사진이 공개되었을 때 대중은 충격에 빠졌다. 관절이 뒤틀리고 마디가 불거진 발. 한 예술가의 ‘뼈를 깎는 분투’라 표현하기에는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다. 신체의 영구적 변형을 감수하면서까지 예술은 성취할 가치가 있는가. 아마 많은 발레리나가 기꺼이 그렇다고 대답하리라.
<블랙 스완>(2011)은 이 규율의 무게를 짊어진 니나(나탈리 포트만)의 이야기다. 타인의 시선에 갇힌 예술가의 각성을 그린 성장기이자 끝내 자기 통합에 실패한 예술가의 자멸 서사다. 깨달음엔 자기 파괴가 수반하고, 자기 파괴는 다시 예술로 이어진다. 이 순환의 고리 속에서 니나는 폭풍 속 깃털처럼 나부낀다. 예술과 예술가의 운명은 이처럼 같은 궤를 그리지 않는다. 예술이 성공하는 순간, 예술가는 또 다른 심연과 마주한다. 에너지의 근원인 동시에 발목을 잡는, 예술가의 마음속 암흑이라는 심연 말이다. 그리고 한 번의 비상 끝에 이 반흑반백(半黑半白)의 새는 뻘 같은 심연에 날개를 붙잡힌다. (중략)
<블랙 스완>은 우리에게 묻는다. 여성 예술가는 어떻게 자신의 욕망을 예술과 통합하는가. 타자의 욕망으로부터 자유로운 예술은 가능한가. 제도와 사회가 강제하는 신체 배열은 어떤 방식으로 극복할 수 있는가.
뤼스 이리가레는 여성이 '타자의 타자'로서만 존재해 왔다고 말했다. 남성의 욕망을 반영하는 거울, 남성 주체가 자신을 확인하는 대상으로서의 여성. 니나의 비극은 바로 이 구조 안에서 자기 욕망을 발견하려 애썼다는 데 있다. 그녀는 토마스의 그것도, 어머니의 그것도 아닌 자신의 욕망을 찾았지만, 그 욕망의 표출마저 오딜이라는 또 다른 타자의 형상을 빌려야만 했다. 예술이 구현하는 여성성의 미학 뒤에는 이처럼 철저한 통제와 폭력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여성 예술가들은 때로 그 규율을 따르고 때로 단호히 반기를 들며 예술의 의미를 끊임없이 재구성하려 애쓴다.

프리다 칼로 자화상, 800억원 대 낙찰…여성작가 최고가 기록 고일환 기자, 연합뉴스, 25.11.21
멕시코 화가 프리다 칼로의 자화상이 미국 뉴욕 경매에서 역대 여성 작가 작품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경매업체 소더비에 출품된 칼로의 '꿈(침대)'이 5천470만 달러(약 805억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이는 지난 2014년 4천440만 달러(약 654억 원)에 낙찰된 미국 여성작가 조지아 오키프의 기록을 넘어선 액수다. (중략)
이 작품은 칼로가 덩굴이 엉킨 황금빛 담요를 덮은 채 공중에 떠 있는 침대에서 자는 모습을 묘사했다. 침대 위에는 다이너마이트를 두른 해골이 배치됐다.
1907년에 태어나 1954년 세상을 떠난 칼로는 멕시코의 전통과 마술적 사실주의의 흐름 속에서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다. (중략)
지난 2021년에는 칼로의 자화상 '디에고와 나'가 소더비 경매에서 3천488만 달러(약 513억 원)에 낙찰되면서 중남미 작가 최고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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