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12 | 205호 | 구독하기

작년 12월, 한 팀장이 평가 면담에서 구성원에게 B를 전했다. 협업 과정에서 주도성이 아쉬웠다고 설명했다. 구성원은 잠시 말이 없더니 이렇게 물었다.
"그 부분이 아쉬우셨다면, 왜 그때 말씀해 주지 않으셨어요?"
팀장은 답하지 못했다. 말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주간 회의도 있었고 1-on-1 면담도 있었다. 다만 연말에 한꺼번에 정리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 면담은 평가를 설명하는 자리가 아니라 평가를 방어하는 자리가 되었다.

같은 말도 언제 듣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 글에서 점수는 평가받는 사람보다 평가하는 사람을 더 많이 설명한다고 했다. 이번에는 그 점수를 받는 사람 쪽에서 보자.
같은 부족함이라도 언제 듣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아직 한 분기가 남은 10월에 들은 말은 결과를 바꿀 기회가 있는 과정의 피드백이다. 12월에 등급과 함께 처음 듣는 말은 그 결과를 바꾸기에는 너무 늦은 결과의 설명이다.
피드백의 가치는 무엇을 알려주느냐만이 아니라, 듣고 나서 무엇을 바꿀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피드백이 오히려 성과를 떨어뜨릴 때
클루거와 드니시는 131개 연구에서 나온 607개의 효과크기를 종합 분석했다[1]. 피드백은 평균적으로 성과를 높였지만 분석된 효과의 3분의 1 이상에서는 오히려 성과가 낮아졌다.
연구진이 특히 주목한 것은 피드백을 듣는 사람의 관심이 어디에 머무는가였다. 피드백을 들으며 일을 생각하는 사람은 그 일을 고치는 데 힘을 쏟는다. 반대로 자기 자신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고치기보다 스스로를 지키는 데 힘을 쓴다.
평가 현장에 비춰 보면 이렇다. 등급과 함께 처음 듣는 지적은 "이 일을 어떻게 고칠까"보다 "나는 왜 이런 평가를 받았을까"를 먼저 떠올리게 한다. 반면 결과를 바꿀 시간이 남아 있을 때 구체적인 행동을 두고 나누는 대화는 일 자체에 집중할 여지를 만든다.
1년에 한 번의 대화로는 부족하다
이 문제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마이어와 동료들은 60여 년 전 GE의 실제 평가 면담을 연구했다[2]. 평가가 비판으로 들려 자존감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여지면 방어적인 반응이 나왔고, 그것은 이후의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평가와 육성이라는 서로 다른 목적을 구분하고, 비판보다 목표 설정에 집중하며, 코칭을 연례 행사가 아닌 정기적인 일상의 활동으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 개선을 돕는 대화는 개선할 시간이 남아 있을 때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분기 중에 아쉬운 점을 말하지 않는 이유는 대개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다. 지금 말하면 관계가 어색해질 것 같고, 어차피 연말에 정리할 테니 그때 한 번에 하는 편이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룬 불편함은 사라지지 않는다. 12월에 더 큰 무게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무게는 리더보다 구성원이 더 크게 진다. 고칠 기회 없이 등급으로 먼저 알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리더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첫째, 연말에 말할 것을 지금 말한다.
12월 면담에서 꺼낼 것 같은 아쉬움이 있다면 이번 달 안에 전한다. 등급 이야기 없이, 일의 이야기로 한다. 12월 면담에서 구성원이 처음 듣는 중요한 지적이 없게 하는 것이다. 상대평가나 다른 요인 때문에 예상 밖의 등급이 나올 수는 있다. 그러나 그 등급을 뒷받침하는 행동과 기대 수준까지 그 자리에서 처음 듣게 해서는 안 된다.
둘째, 판단이 아니라 장면으로 말한다.
"주도성이 부족하다"는 추상적인 판단이다. 듣는 사람은 무엇을 근거로 그런 평가를 받았는지 알기 어렵다. 근거가 보이지 않는 판단은 "나는 그런 사람으로 보이는구나"로 들리기 쉽다. 이 때가 관심이 일에서 자기 자신으로 옮겨가는 순간이다.
반면 "지난주 회의에서 일정 리스크를 알고 있었는데 공유하지 않았다"는 구체적인 장면이다. 구성원은 그때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설명할 수 있고, 리더는 자신이 보지 못한 맥락을 알게 된다. 장면은 확인할 수 있고, 다른 해석도 가능하다. 그 차이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피드백이 대화가 된다.
셋째,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 함께 정한다.
아쉬움을 전한 뒤 기대 수준 제시와 함께 이렇게 묻는다. "남은 기간에 어떤 행동이 달라지면 이 부분에서 기대 수준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을까?"
구성원이 먼저 생각을 말하게 하되, 리더도 기대하는 행동과 수준을 분명하게 설명한다. 서로 생각이 다르다면 지금이 그 차이를 맞출 때다. 이렇게 하면 12월의 대화는 처음 듣는 지적을 받아들이는 자리가 아니라 앞서 나눈 기대와 실제 변화를 함께 확인하는 자리가 된다.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 지금 평가한다면 기대에 못 미칠 구성원은 누구인가. 그는 그 이유를 알고 있는가?
• 12월 면담에서 꺼낼 것 같은 아쉬움 가운데, 아직 한 번도 말하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 그 말을 미뤄온 이유는 그를 위해서인가, 내가 불편해서인가?
• 남은 기간에 어떤 행동이 달라지면 내 판단이 바뀔 수 있는가. 나는 그 기준을 그에게 알려주었는가?
좋은 평가 면담은 12월에 처음 시작되는 대화가 아니다. 그 전에 나눈 대화들을 확인하는 자리다.
연말에 처음 듣는 피드백은 피드백이 아니라 통보다.
[1]Kluger, A. N., & DeNisi, A. (1996). The effects of feedback interventions on performance: A historical review, a meta-analysis, and a preliminary feedback intervention theory. Psychological Bulletin, 119(2), 254–284.
[2]Meyer, H. H., Kay, E., & French, J. R. P. (1965). Split roles in performance appraisal. Harvard Business Review, 43(1), 123–129.
하우코칭 파트너
박신후 코치(K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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