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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5] 지금, 몇시일까?

시간을 맞추는 기술에서 시간을 증명하는 기술로의 변화

2026.09.30 | 조회 2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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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pireX

🧐 Summary

1️⃣ 요즘의 기술은 지금이 정확히 '몇 시인가' 보다 '무엇이 먼저인가'를 판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디지털 타임스탬프는 시간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사실이 그 순간 이미 '존재했음'을 증명하기 위해 존재합니다. 

3️⃣ 기술의 발전은 완벽한 시각을 계산하기 보다는 인간과 기계가 만들어내는 시간의 불확실성까지 계산하려고 합니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오늘은 '진실' 시리즈 뉴스레터의 마지막 글입니다. 우리가 불변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던 '진실'이라는 개념이 기술의 발전과 함께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한달간 이야기해보았어요. 그리고 그 마지막으로 오늘은 시간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날씨가 서늘해지면서 활동하기 좋은 가을이 다가와서 그런지 전 최근에 유난히 티켓팅 할 일이 많았어요. 김동률 콘서트(실패), 선혜원(성공), 캠핑카(실패) 등등.. 여러번의 실패와 작은 성공을 겪으며 대체 이 티켓팅의 시작 시간이라는 것이 모두에게 똑같이 존재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을 가지게 되었어요. 오후 6시에 정확히 맞춰서 버튼을 눌렀는데 왜 내 앞에 수만명의 사람이 있는 건지, 왜 한 시간이 지나도 나는 시스템에 입장하지 못한건지... 저와 같은 경험 많이들 해보셨죠? 

그런데 제가 생각한 오후 6시의 클릭이라는 것 뒤에는 다양한 이야기가 숨어있습니다. 내 휴대폰 화면에서 오후 6시라는 숫자가 찍힌 순간, 내 손가락이 버튼을 터치한 순간, 버튼의 터치 시그널이 티켓 서버에 도착한 순간. 서비스마다 판정 방식은 다를 수 있겠지만 분초를 다투는 이 티켓팅 시스템에서는 이 순간의 차이가 순서를 좌우합니다. 내가 아무리 먼저 버튼을 눌렀어도 네트워크의 문제로 다른 사람의 요청이 먼저 서버에 도착할 수 있으니까요.

AI-generated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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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대신 '순서'를

1978년 레슬리 램포트가 발표한 논문의 제목은 'Time, Clocks, and the Ordering of events in a distributed system' 입니다. 이 논문에서는 서로 떨어져 있는 컴퓨터에서 발생한 두 사건이 있을 때, 어떤 경우에는 둘 중 무엇이 먼저 일어났는지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불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각 컴퓨터의 시계가 작은 오차도 없이 완벽히 같을 수는 없고, 두 사건 사이에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면 절대적인 순서를 가릴 근거가 없다는 것이죠. 그래서 그는 '시간'보다 '순서'가 중요한 순간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이후 1991년, 타임스탬프의 개념에 대한 연구가 발표되었어요. 종이 문서가 막 디지털화 되고 있던 시절, 디지털 문서의 작성 시점은 조작이 가능하다는 문제가 있었거든요. 이 연구에서는 파일에 조작 가능한 타임스태프를 찍는 것이 아니라 문서의 내용을 'Hash'라는 디지털 지문으로 변경하고, 이 지문들을 앞뒤로 일어난 다른 기록들과 체인처럼 엮어버렸어요. 이렇게 시간의 개념은 다시 한 번 크게 바뀌었습니다. <이 문서가 1991년 10월 3일 오후 3시 20분 31초에 만들어졌다>는 숫자가 아닌, <이 기록 이후에 이 문서가 존재했고, 이 기록 이전에는 이 문서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관계의 체인을 만들어낸 것이죠.


비트코인이 증명하는 '순서'

방금 설명한 개념은 블록체인의 시초인 비트코인이 가장 중요하게 참고한 연구입니다. 비트코인은 블록 단위로 거래 정보를 묶어서 해시를 만들고, 다음 블록이 이전 블록의 타임스탬프를 가지도록 설계되었어요. 그렇기에 기록이 쌓일 수록 과거의 기록이 더욱 단단하게 고정됩니다. 또한 'Proof-of-Work'라는 연산을 더해서 중앙 관리자가 없이도 수많은 거래가 어떤 순서로 일어났는지에 대한 기록을 믿을 수 있게 만들었어요.

비트코인이 혁신적이었던 이유는 '지금이 몇 시 인지'에 대한 정확한 계산보다는 '이 거래가 먼저 일어났고, 우리 모두 그 순서에 동의한다'는 합의된 순서를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시간의 개념은 '정확한 순간의 숫자'에서 '기록의 순서와 합의'로 이동했습니다.


시간의 진실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서 '시간'이란 개념이 바뀌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디지털 세상에서는 시간이라는 숫자보다 이벤트가 일어난 순서가 중요해진 것이죠. 과거에는 정확한 시계가 진실이었지만, 수많은 시계들이 온라인상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이는 세상에서 시계의 숫자보다는 순서와 그 순서를 증명하고 합의하는 로직이 더 중요해졌습니다.

  • 순서 - 무엇이 먼저 일어났는가?
  • 증명 - 이 기록이 그 순간에 진짜 존재했는가?
  • 합의 - 서로 다른 사람들이 이 순서에 모두 동의할 수 있는가?
  • 불확실성 - 우리가 말하는 '지금'에는 얼마만큼의 오차가 포함되어 있는가?

시간이라는 것은 이제 하나의 단일한 숫자로서가 아니라, 순서, 증명, 합의, 불확실성을 모두 품은 정보로 남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진실이라는 것은 불변의 개념이라 생각해왔어요. 하지만 이번 달 내내 진실이라는 개념을 다루며 생각해보니 진실이라는 것은 환경의 변화에 따라 개념이 바뀌기도, 중요도가 바뀌기도 하는 것이었습니다. 

모두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무작정 따라가기 보다는 내가 무엇을 진실이라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 이유를 설명할수 있는지에 좀 더 집중하는 것이 중요할 것 같아요. 그럼 저희는 다음달 새로운 주제로 돌아올게요! 가을의 날씨를 즐기며 한 주 보내시길 바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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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ference

[1]  Lamport, L. (2019). Time, clocks, and the ordering of events in a distributed system. In Concurrency: the Works of Leslie Lamport (pp. 179-196).

[2]  Haber, S., & Stornetta, W. S. (1990, August). How to time-stamp a digital document. In Conference on the Theory and Application of Cryptography (pp. 437-455). Berlin, Heidelberg: Springer Berlin Heidelberg.

[3]  Nakamoto, S. (2008, October).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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