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번째, 단편 소설

- 반인반수

2022.07.22 | 조회 16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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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을 슬기롭게

소설과 에세이

D는 엄마를 볼 때면 강아지가 되었다. 학교에서 안내를 받아 가족과 함께하는 현장학습 가는 날이었다. 지구 모형 주변을 돌아서 달 모형쪽으로 갔다. 그 곳에서 D는 엄마 팔짱을 껴 미소를 지었다. 엄마는 자신의 팔에 매달려 있는 D에게 무겁다며 잡은 두 손을 뗐다. 한숨을 쉬었다. 떨어져서 걷자, 라는 말을 했다. 왼 손에 든 과자봉지 안에서 뼈다귀 모양 과자를 꺼내 D에게 건네 주었다. 이거 먹어. D는 엄마 말에 아무 대답 없이 과자 하나를 받았다. 손보다도 작은 크기였다. D는 엄마 팔을 팔뚝으로 쳐서 자기 자신을 보라고 했다. 한 입에 넣으면 금방 사그라져 없어질 과자를 송곳니로 베어 먹었다. 지금 뭐하는 거야. D는 강아지 흉내라고 말했다. 곧 이어 강아지가 우는 소리를 따라 냈다. 엄마 나 봐봐. 엄마는 D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귀엽네, 말 한마디에 D도 입 꼬리를 올렸다. 별 거 아닌 말이었지만 D에게 그 말은 다 가진 듯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

 

 

 

엄마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귓바퀴에 걸었다. D는 머리카락을 넘기는 엄마 약지에서 못 보았던 반지를 보게 되었다. 손가락에 딱 맞는 반지였다. D는 송곳니로 베어 먹던 과자를 마저 입에 넣고 씹어 삼켰다. 애써 엄마 손에 끼어져 있는 반지를 만져보려고 했는데, 알아 챈 것인지 엄마는 목을 가다듬었다. 손을 골반 옆으로 내려 놓았다.

손을 등 뒤로 감춰서는 뒷짐을 졌다. D가 물어보기도 전에 엄마는 과자 봉지 안에 든 뼈다귀 모양 과자를 하나 더 D에게 주었다. D는 과자를 받아서 받은 채로 주먹을 쥐었다. 가만히 들고만 있었다. 엄마는 먹지 않고 손에만 들고 있는 D에게 물었다. 안 먹는 거야? 안 먹으면 다시 주라며 D 손에 든 과자를 빼앗는 듯 들었다. 네 친구들 기다리겠다. 엄마는 줄 서 있는 반 친구들을 가리켰다. 너도 가서 줄 서 있어. D는 엄마 손길에 등 떠밀어 친구들을 향해 걸어갔다.

천장에는 밤으로 돼 있었고 별자리로 꾸며져 있었다. 건물 안 곳곳에 우주선과 무중력을 체험할 수 있는 의자가 배치되어 있었다. D는 그저 고개를 떨어트려 바닥을 보며 걸었다. 조용하게 강아지가 짖는 소리를 냈다.

D는 일 년 전부터 강아지를 따라했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니 집 안에 엄마가 있었다. D는 입 꼬리를 올려서 두 팔을 벌렸다. 엄마를 반겼다. 엄마는 그런 D를 본 체 만 체 했다. 식탁에 뒀던 과자봉지를 D에게 줬다. 텔레비전에서 우주선과 달을 비쳐주고 있었다. 오래 전, 우주선에 강아지를 태웠다는 나레이션을 들었었다. D는 손가락으로 화면 속 강아지를 가리켰다. 엄마에게서 받은 과자를 먹으며 두 팔을 들었다. 손목을 가볍게 꺾어 혀를 내밀었다. 엄마가 D를 봤다. 강아지야? 웃으면서 D의 볼을 약하게 꼬집었다. D도 엄마를 보면서 따라 웃었다. 엄마는 일하러 간다고 했다. 밥 해놨으니까 알아서 챙겨 먹어, 말을 남긴 후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불을 키지 않은 방 안은, 금세 정적이 흐르는 텔레비전 속 울퉁불퉁한 달이 돼 버린 듯했다. 그 곳에서 D가 바닥에 앉았었다. 화면 속 우주와 같은 곳이 됐다. 엄마는 새벽이 돼서 돌아왔다. 몸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비틀거렸다. 좀 늦었지? 엄마 손가락에 데일밴드는 늘어나 있었다. 피곤하다며 방으로 들어가 잠을 잘 준비를 했다. 알코올 냄새가 풍겼다.

 

 

***

 

 

 

D는 빠르게 걸어서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갔다. 교실에서 친구들과 지내는 건 다른 거 없이 평상시와 같았다. 달라졌다는 건 배경일 뿐이었다. 대화를 나누며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너희 엄마는? 친구들이 D에게 물었다. 엄만 뒤에 있어. 뒤에 서서 본인을 쳐다보고 있을까, 몸을 돌린 D였다. 엄마, 작은 소리로 엄마를 불러 보았지만 엄마는 보이지 않았다. 여느 때와 같은 건 이 역시였다. 엄마를 부를 때마다 엄마는 곁에 있지 않았다. 눈에 보이는 건 지구본이었다.

선생님이 가족과 함께 해야하는 체험이라고 했다. 친구들은 자신과 같이 온 사람 옆에 나란히 서 있었다. D 옆에는 아무도 있지 않았다. 텔레비전 속에서 보았던 강아지를 생각나게끔 만들었다. 우주선을 탈 예정인 강아지를 두고 간 장면을 떠올렸다.

엄마가 돌아왔다. 좀 늦었지? D는 엄마 목소리에 헤헤, 소릴 내며 혀를 내밀었다. 이젠 나이 값을 해야지. 엄마는 헛웃음을 쳤다. D는 멋쩍게 웃다 혀를 입 안으로 집어넣었다. 엄마 손가락에 데일밴드는 여전했다. 그 데일밴드를 그나마 숨길 수 있는 건 반지였다. 옆으로 온 엄마는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냈다. 엄마 두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D는 엄마 손에 껴 있는 반지를 스쳐 만졌다. 몸을 움찔한 엄마는 휴대폰을 든 손을 내려놓았다. 그리고 D에게 먹다 남은 뼈다귀 모양 과자와 카드를 건넸다. 잠깐만 금방 돌아올게. 반지를 매만진 엄마는 뒤돌아섰다. 자리를 벗어났다. D는 그런 엄마 뒷모습을 쳐다봤다. 그저 우주선 앞에 서 있을 뿐이었다.

 


 

안녕하세요. 뜻을 슬기롭게, 김슬지입니다.

7월 22일자로 5번째 단편 소설을 발행하였습니다.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반인반수의 주제는 관심, 사랑에 대한 것입니다. 엄마가 좋아하는 강아지 흉내를 내고, 관심 받고 싶어하는 초등학생 화자 이야기였습니다.

 

혹시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라는 영화를 알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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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이 이야기(반인반수)를 쓰고 시간이 지나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이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 속 인물은 이야기 속 화자와 다르게 아빠에게 관심, 사랑을 받고 싶어합니다.

어느날 아빠가 좋아하는 개그를 같이 보게 되었고, 아빠가 웃는 모습에 이런 개그를 좋아하는구나 깨닫게 되는 인물입니다. 그래서 코미디언을 따라 엽기적인 표정을 지으며 관심을 받으나 그것도 일시일 뿐, 그런 표정을 짓지 말라고 합니다. 아픈 동생에게는 온 관심이 가고, 아무리 노력해도 마츠코에게는 관심, 사랑이 없다는 것을 안 이 후 집을 나가 여러 일이 벌어지는 내용입니다.

여러분들도 관심, 사랑을 받기위해 어렸을 적에 했던 행동들이 있었을까요?

 

저는 여기서 이만 글을 줄일도록 하겠습니다.

다양한 소재인 글을 보여 드립니다. 다양한 가족형태 혹은 친구, 본인(자아) 이야기로 각각색색 주제를 가진 글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지막 평일, 금요일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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