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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가 드디어 챗GPT의 첫 대규모 브랜드 캠페인을 공개했습니다. 지난 2월 소개해드렸던 슈퍼볼 광고 이후 약 8개월 만인데요. 하지만 이번 캠페인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접근을 보여줍니다. 픽셀 애니메이션으로 인류의 기술 혁신사를 그려냈던 슈퍼볼 광고와 달리, 이번엔 35mm 필름으로 따뜻하고 인간적인 일상의 순간을 담아낸 영상을 공개했어요. 🫂
🎥 세 편의 영화 같은 광고, 그 안의 이야기
오픈AI는 이번 캠페인을 위해 세 편의 30초 짜리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각각 'Dish(요리)', 'Pull-Up(턱걸이)', 'Road Trip(로드트립)'이라는 제목으로, 일상 속에서 챗GPT가 자연스럽게 활용되는 순간들을 포착했죠.
흥미로운 점은 모든 영상이 마치 영화의 마지막 장면처럼 연출되었다는 것입니다. 감독 마일스 제이(Miles Jay)가 35mm 필름으로 촬영한 영상들은 단 하나의 테이크로 구성된 듯한 자연스러운 흐름을 보여줍니다. 또, 각 영상은 챗GPT가 필요한 순간의 프롬프트와 챗GPT의 답변이 엔딩 크레딧처럼 롤링되며 스크린을 채우죠.
🧑🍳 Dish with ChatGPT 편


첫 번째 영상은 한 커플의 저녁 데이트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여성이 포크로 파스타를 집어 먹고, 남성이 아주 조심스럽게 묻습니다. "맛있어?"
여성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놀라움이 섞인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입니다. "정말 맛있네."
바로 이때, Perfume Genius의 'Fool'이 깔리면서 화면에 프롬프트가 오버레이됩니다.
"I need a recipe that says, 'I like you, but want to play it cool.'"
좋아하긴 하는데, 쿨하게 굴고 싶을 때 딱 맞는 레시피 없을까?”

뒤이어 레몬 갈릭 파스타와 체리 토마토의 레시피를 담은 챗GPT의 답변이 영화 엔딩 크레딧처럼 화면을 덮으며, 두 커플이 함께 식사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새로운 관계의 설렘과 긴장감을 담아내면서도, 챗GPT가 그 순간의 조력자가 되어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죠.
🏋️ Pull-Up with ChatGPT 편


두 번째 영상은 해질녘 야외 운동 공원에서 시작됩니다. 한 남성이 철봉을 잡고 턱걸이를 시도합니다. 힘겹게 몸을 끌어올리려 애쓰는 그의 모습이 담기는데요. Simple Minds의 'Someone, Somewhere (In Summertime)'이 흐르는 가운데, 턱걸이를 성공한 후 뿌듯해하는 남자의 모습 위로 프롬프트가 나타납니다.
"I want to feel stronger. Help me do some pull-ups by fall."
더 강해지고 싶어. 가을까지 턱걸이를 할 수 있게 도와줘.

챗GPT가 제안한 체계적인 운동 계획이 스크린을 채웁니다. 8주 간의 일정표가 상세하게 펼쳐지며, 남성이 목표를 향해 나아갈 수 있도록 돕는 답변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인 성장과 목표를 향한 여정을 담담하게 담아내죠.
🚙 Road Trip with ChatGPT 편


세 번째 영상은 차 안의 두 남매를 비춥니다. 여동생이 묻습니다. "우리 어디 가는 거야?" 오빠는 미소를 지으며 말하지 않습니다. Neil Diamond의 'Brother Love's Travelling Salvation Show'가 흐르는 가운데, 두 사람은 함께 차를 몰고 떠나는데요.
마찬가지로 프롬프트가 나타납니다.
"Help me plan a trip with my sister over break."
방학 동안 여동생과 함께 떠날 여행을 계획해줘.

챗GPT는 블루 리지 산맥(Blue Ridge Mountains)을 추천하고, 상세한 여행 일정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 위한 팁까지 제공합니다. 남매 사이의 따뜻한 유대감과 함께 떠나는 여행의 설렘이 영상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지죠.
➡️ Road Trip with ChatGPT편 보러가기
🫂 사람 냄새나는 광고, 영화 같은 연출이 말하고자 하는 것
이 세 편의 광고는 모두 하나의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술이 아닌 사람과 감정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죠.
런던 소재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아일 오브 애니(Isle of Any)와 오픈AI 사내 크리에이티브 팀이 협업해 만든 이 광고들은, 챗GPT를 사용하는 '행위'보다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관계'와 '성취'에 주목하고 있어요.
아일 오브 애니의 공동 창립자 로리 하웰(Laurie Howell)과 토비 트라이어-에반스(Toby Treyer-Evans)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관객이 마치 영화의 마지막 장면 속에 들어온 듯한 경험을 주고 싶었습니다. 작은 순간들을 영화적 스케일로 확장하려 했죠."
실제로 각 광고는 단 하나의 롱테이크로 촬영된 것처럼 보이도록 연출되었고, 음악 선곡에도 특별한 공을 들였습니다. 각 트랙은 마치 실제 영화를 마무리할 수 있을 만한 곡들로 구성되었어요.

패션 스타일리스트 하이디 비번스(Heidi Bivens)의 세련된 연출과 사진작가 새뮤얼 브래들리(Samuel Bradley)의 다큐멘터리풍 이미지 역시 어우러져, 따뜻하고 촉감적인 질감을 구현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이 있습니다. AI 경쟁이 치열해진 지금, 대부분의 기업들이 더 강력한 기능과 더 뛰어난 성능을 외치기 시작한 이 시기에, 오픈AI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다는 것이죠. 화면 어디에도 챗GPT 인터페이스가 등장하지 않으며, 오직 챗GPT와의 대화와 결과만 존재합니다.
이는 기술의 존재감을 극도로 낮춤으로써, 역설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챗GPT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만드는 전략적인 선택으로 보입니다. 첨단 기술이 아니라 일상의 동반자로 포지셔닝하면서, AI에 대한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접근이죠.
🆚 슈퍼볼 광고와의 극명한 대조

지난번 소개해드린 슈퍼볼 광고, 'The Intelligence Age'를 기억하시나요? 흑백 픽셀 애니메이션으로 불, 바퀴, 농경사회, 기차, DNA 시퀀싱, 컴퓨터까지 - 인류의 기술 혁신사를 빠르게 훑으며 "모든 진보에는 시작점이 있다(All progress has a starting point)"는 메시지를 전했던 그 광고 말이죠.
➡️ '대화형 AI 양대산맥, 구글과 오픈AI의 2025 슈퍼볼 광고' 레터 보러가기
슈퍼볼 광고는 챗GPT를 인류 역사의 정점에 위치시키며, 거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What do you want to create next?"라는 질문은 챗GPT가 다음 혁신을 만들어갈 도구임을 암시했죠.
하지만 7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지금, 오픈AI가 선택한 메시지는 정반대입니다. 거대한 기술 혁신에 대한 원대한 포부가 아닌, 작고 개인적인 일상의 순간들을 다뤘죠.
오픈AI 국제 마케팅 디렉터 엘케 카르스켄스(Elke Karskens)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것은 '일상의 마법(everyday magic)'입니다.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운동 목표를 달성하거나, 창의성을 발휘할 때 챗GPT가 함께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다."
이는 테크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마주한 딜레마를 보여줍니다. 초기에는 기술력으로 차별화하지만, 주류 시장으로 확장할 때는 감성과 공감으로 승부해야 한다는 것이죠. 모든 AI 기업이 일정 수준 이상의 성능을 자랑하는 시점에서, 결국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것은 얼마나 가깝게 느껴지느냐임을 증명하는 듯합니다.
🤷♀️ 왜 오픈AI는 이런 광고를 만들었을까?
이번 캠페인의 전략적 배경에는 세 가지 중요한 맥락이 있습니다.
1. 주류 시장으로의 확장
챗GPT는 이미 전 세계 주간 활성 사용자 7억 명을 돌파했습니다. 작년 대비 4배 증가한 수치죠. 특히 영국에서는 지난 1년간 사용자가 4배 증가했고, 45세 이하 사용자의 70%가 "AI가 삶의 목표 달성에 도움을 준다"고 응답했습니다.
이제 오픈AI는 얼리어답터를 넘어 일반 대중에게 다가가야 하는 시점입니다. CMO 케이트 라우치(Kate Rouch)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AI에 익숙하지 않은 수천만 명의 사람들을 포함해, 슈퍼볼을 시청하는 모든 청중에게 메시지가 관련성 있게 느껴지길 원했습니다."
2. 경쟁 심화에 대한 대응
이번 캠페인은 경쟁사 앤트로픽(Anthropic)이 AI 어시스턴트 '클로드(Claude)'의 첫 브랜드 캠페인을 공개한 지 불과 일주일 후에 나왔어요. 실리콘밸리의 101번 고속도로를 달리면 AI 기업들의 광고가 가득하다는 카르스켄스의 말처럼, AI 시장의 경쟁은 이제 사용자 충성도 확보 전쟁으로 접어들었습니다.
"경쟁 환경이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차별점은 진정성과 챗GPT가 실제로 어떻게 사용되는지에 대한 서사를 확장하는 것입니다."
3. 감성적 브랜딩의 필요성
이제, 기술 스펙만으로는 더 이상 차별화가 어려운 시대입니다. 중요한 것은 기능이 아닌 관계이죠. 오픈AI 크리에이티브 VP 마이클 탑타바이(Michael Tabtabai)는 다음과 같이 강조했어요.
"인간적 차원에서 사람들과 연결하는 것이 이 작업을 의미 있게 만드는 핵심입니다. 우리는 인간성, 창의성, 그리고 사람에 대한 명확한 초점을 가지고 브랜드로서 나타나고자 합니다."
최근 미국 국립경제연구소(NBER)의 연구에 따르면, 챗GPT로 전송되는 메시지의 70% 이상이 개인적 용도라고 합니다. LLM(대규모 언어 모델)이 업무 도구에서 일상 생활의 동반자로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죠.
🤖 역설적 선택: AI 광고를 만드는 데 AI를 최소화하다
가장 흥미로운 점은, AI 광고를 만들기 위해 가장 아날로그적인 방식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35mm 필름 촬영과 실제 로케이션과 배우들, 그리고 인간성의 강조처럼요.
오픈AI는 "인간의 손길이 캠페인 제작의 중심이었습니다. 모든 프레임은 필름으로 촬영되었고, 감독, 사진작가, 프로듀서 그리고 많은 장인들의 손을 거쳤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물론 챗GPT도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무대 뒤 공동 제작자'로서, 샷 리스트 정리나 일정 조율 같은 실용적 측면에서만요.
오픈AI의 크리에이티브 책임자 잭 스투벤볼(Zach Stubenvoll)은 이렇게 설명했어요.
"챗GPT를 공동 창작자로 활용해 생각을 확장하고 새로운 캐릭터를 브레인스토밍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스팟 자체의 중요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이는 AI는 인간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돕는 도구라는 메시지를 광고 제작 과정 자체로 증명하는 전략입니다. AI에 대한 불안과 회의가 커지는 시점에서, 오픈AI가 실제로 AI를 공동 창작자로 활용했음을 광고를 통해서도 드러낸 셈이죠.
🌟 Editor's Point
오픈AI가 감성과 공감의 영역을 소구하는 캠페인을 펼쳤습니다. 이전 슈퍼볼 광고가 "우리는 혁신의 최전선에 있다"는 거시적 메시지였다면, 이번 캠페인은 "우리는 당신의 일상 속에 있다"는 미시적 접근이죠.
이를 통해 AI 산업 전체의 성숙도 역시 함께 체감할 수 있었는데요. 얼리어답터 확보 단계에서는 기술력으로 승부했지만, 7억 사용자를 넘어선 지금은 감성적 연결으로 확장하고 있는 전략이기 때문이죠.
해당 광고에 챗GPT를 어떻게 활용했는지를 설명해준 부분도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챗GPT 등의 AI 활용 목적이 국가별로 달라, 한국에서는 반대로 일적인 부분에 활용이 크다는 통계가 떠올라 생각해볼 지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잇이즈 구독자 여러분들은 슈퍼볼 광고와 이번 광고, 어떻게 바라보셨나요?
P.S. 이 캠페인의 영상들은 오픈AI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특히 음악과 촬영 연출에 주목해서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마치 짧은 단편영화를 보는 듯한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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