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금요일이군요. 정신없는 한 주를 보내고 모니터 앞에 앉아 전할 이야기 늘어놓습니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꽤 오랫동안 호작담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공방 일기를 썼습니다. 약 천 편의 글을 매일 썼지요. 몇 달간은 구독 서비스로 전환해 구독자 메일함으로 전해드렸고요. 그러다 보니 일주일에 한 편 쓰는 '작담이 통신'은 아주 가벼운 마음이었어요. 일주일에 한 편은 거뜬하지! 아니 근데, 시간 왜 이렇게 쏜살같은지 영문 모르겠습니다. 언제나 공평하고 균일한 게 시간이라더니... 아무래도 새빨간 거짓말 같아요.
여러분이 제 레터 구독해 주시듯 저도 몇 가지 레터를 구독하고 있습니다. 그중 한 레터의 제목은 최근 하이브와 민희진 씨에 관한 일에서 따왔더라고요. '국힙 원탑'이라는 낱말을 넣어서 말이죠. 그러고 보면 '국힙 원탑'의 자리는 래퍼보다 늘 다른 분야의 인물들이 차지했던 것 같아요. 아이유, 이찬혁, 민희진까지요.
말이 나왔으니, 저의 음악 취향에 관해 이야기해 보면 좋겠네요. 제 플레이 리스트 속 음악가를 적어 보면요. 혁오, 검정치마, 윤상, 권진아, 잔나비, 산울림... 이렇단 말이죠. 이런 취향이 형성된 건 고2~고3 무렵이었습니다. 심야 라디오에 심취했던 시기 dj성시경과 dj유희열은 제 취향을 곱게도 빚어 올렸습니다. 그들은 알까요? 한 인간의 취향을 빚어낸 게 본인이라는 것을요. 언젠가 기회 닿으면 낮고 흐린 말씨로 '아빠'라고 불러보고 싶네요. 내 취향의 아빠들. 아빠아~
아차! 음악 취향 이야기를 시작한 건 '국힙원탑'이라는 낱말 때문이었어요. 이런 음악 취향이 빚어지기 전. 그러니까 고1 이전 제 취향은 다소 극단으로 치달았습니다.
저는 바로 힙합 전사였던 거예요!
근래의 힙합이 소위 '간지 넘치는 멋쟁이들의 뽐'이라면 그 시절 힙합은 낭만과 처연, 투지와 풍류로 점철되어 있었어요. 그리하여 수식어가 전사일 수 있었지요. 이 곡을 설명하면 이해가 쉬우실 거예요. 제목부터 강렬해요. '네 자루의 M.I.C'입니다. 마이크의 단위가 자루? 살벌하지 않습니까...
노랫말의 일부는 이렇습니다.
마이크는 그들에게 검과 같았던 것입니다. 그러니 자루라는 단위를 사용한 것이지요. 덜덜. 타고난 성질이 내향적이라 적극적으로 리스너 활동하지 않았지만, 정신만큼은 어둠 속 그림자가 되어 mic 한 자루 뽑아 든 저 또한 분명한 전사였던 겁니다. 요즘은 힙합 찾아 듣는 일 잘 없지만, 가끔 그 시절 음악을 꺼내 듣습니다. 흥겨움과 동시에 깊은 곳에서 투지가 끓어오른달까요?
뉴욕 타임즈 기사에 따르면 '10대 때 좋아하던 음악이 평생 간다'라고 합니다.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Spotify의 데이터에 의하면 노래가 특정 나이대의 남자와 여자들에 의해 얼마나 자주 듣게 되는지에 관한 통계를 냈는데요. 남성은 14살, 여성은 13살 정도에 들은 그 노래를 평생 좋아한다는 거예요. 넓게 보면 특정 노래 한 곡뿐만 아니라 음악적 취향이 10대 때에 결정된다고 보는 거죠.
일례로 라디오 헤드의 곡"Creep"은 현재 38세인 남성들 사이에서 164번째로 가장 인기 있는 노래라고 해요. "Creep"을 가장 좋아하는 남자들은 1993년에 이 곡이 나왔을 때 대략 14살이었다고 합니다.
저는 이 말에 온전히 동의하기는 어려워요. 유튜브 뮤직은 주기적으로 일정 기간제가 자주 듣는 노래, 자주 듣는 장르, 자주 찾는 아티스트를 보여주거든요. 만약 제 삶의 음악 취향을 보여주는 서비스가 있다면 엠씨 스나이퍼나 배치기보다 앞서 이야기했던 혁오, 검정치마, 윤상, 권진아, 잔나비, 산울림이 나올 거예요.
그 시절 힙합 듣던 저도, 지금의 플레이 리스트 듣는 저도. 무엇이든 취향 갖는 일은 멋집니다. 과거와 지금의 것이 상충할지라도 한 사람을 둘러싼 서사는 그것대로 아주 멋들어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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