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인터뷰를 보내드립니다. 지난 레터에서 소개한 4월의 신보 중 <Lazy Sunday>를 발매하신 조운님과의 인터뷰인데요. 재미있고 유쾌한 대화였기에 여러분도 들어보시라고 최소한의 편집만 거친 영상도 함께 삽입합니다.
제가 작성했던 조운씨에 대한 TMI의 진위 여부도 팟캐스트 시작부분에 등장하니까 한번 들어보시구요!(조자룡은 실제가 아니었다고...) 이 뉴스레터에 기재한 내용들은 영상 9분부터의 축약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번주에 열리는 앨범 발매 쇼케이스 초대 이벤트도 있으니 끝까지 읽어보세요!
뮤지션이 된다는 것
김 : 아무튼 전공을 음악으로 한 것도 아니었고, 졸업하고 나서도 회사 일을 계속 했잖아요. 전문가의 길을 갔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리더로 활약할 수 있는 재즈 보컬이야'라고 스스로 프라우드를 갖고 활동하는 것도 어찌보면 쉽지 않았을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해요.
조운 : 맞아요. 저도 당연히 그런 생각을 많이 했고, 내가 이 무대를 해도 되는 걸까 싶기도 했죠. 이 무대를 위해서 정말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있구요. 그런데 저는 관객들을 보면 제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확신이 생겨요. 내 음악을 듣고 즐거워해 주고, 내 음악에 진심으로 감동하는 관객들이 있기 때문에 이게 정말 나의 직업이라고 느끼거든요.
음악을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무인도에서 엄청난 작곡을 해도 이 기쁨을 나눌 수 없으면 음악가로서의 의미가 없는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어떤 음악을 나눴을때, 그리고 받아들이는 분들이 좋아해주실 때에 더 책임감을 느끼게 되고, 그 책임감이 곧 프로 의식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김 : SoWhat NOLA의 음악은 말 그대로 뉴올리언즈의 음악이잖아요. 그런데 내가 만든 음악을 공유했을 때 거기서 오는 즐거움이 더 크다고 생각을 해서 자작곡도 내고 개인적인 리더 활동도 하는 식으로 발전된 건가요?
조운 : 제 음악이라고 하는 게 저의 컴포지션일 수도 있지만, 저는 뉴올리언스 음악도 제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SoWhat의 음악도 제 음악이에요. 저는 내가 좋아하지 않으면 진실하게 나눌 수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보컬로서 가사를 정확하게 느끼고 이해가 되어야 저도 신나고, 제대로 전달할 수 있잖아요. 겉으로는 부를 수 있지만 속으로는 부딪히는, 그냥 시 잘 읽기나 웅변 같은 상황이 될 수 있죠. 그러니 내가 좋아하지 않으면 제대로 전달할 수 없고,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음악은 곧 저의 음악이에요.
김 : 어쨌든 외부에서부터 씬 안으로 들어오게 되신건데, 그런 과정에서의 장단점이 있다면요.
조운 : 장단점이라기보다는 그냥 제 얘기를 말씀을 드리면, 저는 되게 운이 좋았죠. 처음에 씬에 들어오면 아는 뮤지션이 별로 없잖아요. 그런데 저는 처음 연주를 시작했을 때 주변에 있었던 분들이 너무 좋으신 분들이었고, 또 그분들 덕분에 다른 뮤지션도 많이 알게 되면서 운이 좋았던 케이스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사실 이 씬 안에 있는 분들이 저를 배척하는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진 않았어요. 얘가 음악을 배웠네, 못배웠네 하는 차별적인 시각이 아니라 그냥 신기한 사람인거죠. 그게 누군가에겐 불편할 수 있겠지만 저는 별로 상관 안했어요. 그게 나인데 어떻게 하겠어요? ㅎㅎ
앨범 제작기 💿
김 : 이렇게 <Lazy Sunday>라는 1집 앨범을 내기에 이르렀어요. 이 앨범은 어떻게 작업을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조운 : 작년 4월 1일에 퇴사를 하고 한 6개월간은 취직할 생각이 아예 없었으니까 이번 년에 무조건 앨범을 내야겠다 마음먹었는데요. 제대로 계획을 세우지 않으니까 계속 미뤄지더라구요. 그러다 11월이 되서야 스튜디오에 전화해서 2월 며칠에 녹음을 하겠다고 했어요.
김 : 3개월만에 모든걸 준비해야 했네요.
조운 : 네, 그때까지 써놓은 곡이 하나도 없었어요. 앨범 콘셉트도 없었고. 큰일났다 싶었죠.
김 : 보컬중에는 화성적인 부분이나 편곡에 어려움을 겪는 케이스들도 좀 있던데요.
조운 : 멜로디나 일단 작곡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뭔가 잘 됐고요. 편곡도 잘 됐고. 왜냐면 그때가 11~12월이다보니 긱이 많잖아요. 그래서 멤버들이랑 합주를 많이 할 수 있었고, 녹음해서 집에서 들어보면서 바꿔서 내일 다시 해보고. 이런 식으로 빨리빨리 수정할 수 있었거든요.
대신 가사를 쓰는 부분이 좀 어려웠어요. 일단 이게 영어다 보니까 자연스러운 문장인지도 잘 모르겠고. 'Blues in Heaven'이라는 곡이 있는데 그건 되게 슬픈 노래거든요. 슬픔을 전달하는 노래인데 사실 제 스스로가 슬펐던 적이 많이 없기 때문에 그런 감정들을 찾고, 가사로 표현하는 게 어려웠어요.
김 : 녹음날은 원활했나요? 2프로만에 끝냈다고 들었는데요.
조운 : 저는 녹음을 진짜 빠르게 할 줄 알았어요. 왜냐면 합주를 너무 많이 했고, 다시 하고 싶을게 없을 것 같았거든요. 근데 막상 가보니까 그게 아니더라고요. 처음에 악기 세팅하는 시간도 있고, 소리 밸런스를 잡는 시간도 필요했고. 그리고 저는 탬버린을 같이 녹음할 수 없으니 후시 녹음 하고, 멤버들 다같이 코러스 넣는 시간도 필요하더라고요. 시간이 약간 오버되긴 했지만 그래도 보컬 녹음 치고는 엄청 빨리 끝난 거라고 하긴 하더라고요.
김 : 그 이후의 과정은 뭐가 있어요?
조운 : 저는 믹싱, 마스터링을 뉴올리언스의 Chris Finney라는 분에게 맡겼는데요. 여기서 되게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이분이 Preservation Hall Band랑 Rebirth Brass Band 같은 유명한 뉴올리언스 아티스트들 믹싱을 하고, 그래미도 받으신 분이었어요. 근데 개인 홈페이지가 없고, 페이스북이랑 링크드인으로 메세지를 보냈는데도 답이 없는거에요. 그러다 구글링을 하던 중에 "누군가의 이메일을 알려드립니다"라는 플랫폼 서비스에서 그분의 메일 주소를 받을 수 있었죠. 그래서 메일을 썼는데...
김 : 이렇게 탄생한 1집 앨범! 활동 계획이 있다면요?
조운 : 일단 오는 5월 11일, 이번주 일요일에 제 쇼케이스가 있구요. 사당에 있는 Entry 55라는 재즈 클럽에서 열리는데 'Lazy Sunday'라는 컨셉에 맞게 오후 2시에 열립니다.
김 : 레이지한 선데이를 보내는 사람만이 올 수 있는 쇼케이스네요 ㅎㅎ
조운 : 맞습니다. 사실 그동안 제 곡들로 연주를 되게 많이 해오긴 했지만, 이번 쇼케이스는 팬분들을 위해 더 많은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구요. 오늘처럼 녹음에 대한 이야기나 멤버들을 처음 만나게 된 과정 등 좀 더 진솔한 이야기들을 해보려고 해요. 많이 찾아주세요 !
여기서 잠깐!!!
대인배 조운님께서 뉴스레터 구독자님들을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제공해주셨습니다👏🏻 이번주 일요일(5/11) 오후 두시에 사당의 재즈클럽 Entry55에서 열리는 쇼케이스 티켓인데요. 이 레터에 쇼케이스에 가고싶은 이유 또는 조운님을 향한 응원의 메세지를 남겨주시면 추첨을 통해 두 분께 1인 2매의 초대권을 증정해드릴게요!
당첨자 발표는 9일 금요일 저녁이니 발표 전까지 많이많이 참여해주세요 :D
뉴올리언스 최고의 치킨집 🍗
김 : 이번 앨범은 두 곡의 뉴올리언스 튠과 6곡의 자작곡으로 구성되어있죠. 그중에 'Lil Dizzy's Cafe'는 앞에 내레이션이 나와요. 이건 이 앨범을 제작하면서 녹음한건가요? 아니면 아주 예전에 받아놨던 건데 쓰게 된건가요?
조운 : 그 목소리의 주인공은 실제 '릴 디지스 카페'의 주인장이구요. 제가 Herlin Riley라는 드러머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뉴올리언스 사람이고, 엄청 레전드들과 연주했던 사람인데 그분의 연주를 보러 갔었죠. 들어갔는데 마지막 한 테이블만 남은 거예요. 근데 거기 앉음과 동시에 백인 아주머니 세 분이 오셔가지고 같이 앉자고 하시는 거예요. 그러면서 호구조사가 시작됐는데, 결국 헬린 라일리와 소개도 해주고(아는 사이도 아닌데) 사진도 찍어주고 그랬어요.
그러더니 마지막에 이제 뉴올리언스에서 궁금한 거 있으면 자기한테 다 물어보라는길래, 제가 그때 치킨에 꽂혀 있어가지고 뉴올리언스에서 제일 맛있는 치킨집을 알려달라 했죠. 그 가게가 바로 여기였구요. 근데 특이한 게 점심 장사밖에 안 해요. 11시부터 3시까지인가 밖에 안 해서 맛집 스멜이 나는 곳이죠. 진짜 맛있었어요.
너무 인상 깊어서 머무는 동안 세네 번 정도 갔던 것 같아요. 나중에 이 집에 대해서 곡을 쓰고 싶어졌는데, 제가 좋아하는 레이 찰스의 노래 중에 'Greenbacks'라는 노래가 있어요. 그 노래의 섹션과 가사를 오마주했죠. 첫마디가 똑같은 가사인데 저는 치킨 냄새를 맡았고, 레이 찰스는 여자랑 얘기를 한 거죠.
그러다가 맨 앞에 재미있는게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레스토랑의 주인분이 인스타그램에 영상으로 메뉴 소개를 하시면서 항상 마지막에 "Where the food is always hot and right straight from the pot"이라는 말을 하거든요. 그래서 이 부분의 음성만 추출해서 맨 앞에 넣었어요. 가사 중에도 이 단어가 등장해요. (영상 링크)
식당의 Dizzy도 유명한 트럼페터인 디지 길레스피가 맞데요. 원래 리모델링 하기 전엔 다른 이름이었는데, 그 후에 오너분의 자제분인가가 트럼페터여서 이름을 고르다가 Lil Dizzy's Cafe로 하자고 했다네요. 그래서 저도 디지 글레스피를 넣어서 "디지도 한 입 먹었으면 정말 좋아했을거야"라는 가사를 넣었죠.
암튼 이렇게 다 작업하고 허가를 구하려고 DM을 보냈는데, 딱 세 단어가 왔어요. Sure, You Can.
그리고 'No Dancing Please' 라는 곡은...
즐거움을 찾아서 !
김 : 약간 세속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내로라 하는 대학에 경영학과를 나왔잖아요. 주변에서 기대하던 방향과는 좀 다른 길로 간 케이스구요. 그럼에도 돌이켜 보면 그래도 '내가 하고싶은 걸 하는게 맞았다'라고 생각하세요?
조운 : 네, 저는 제 선택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사실 인생이 정말 짧잖아요. 그리고 우리는 우주에 있는 점 하나에 불과한 건데... 정말 하고 싶은 게 있고 그걸로 뭐라도 되지 않을까 싶은 작은 가능성이 보이면 거기에 투자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그 기분도 되게 좋거든요.
투자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는데, 뭔가 참는 게 많잖아요. 지금 직장을 다니거나, 어떤 시험을 준비한다거나 그러면 목표를 위해서 열심히 준비하고 자기를 깎아내리는 고난을 감내하고, 어떤 집을 사기 위해 아니면 어떤 수준의 경제적 상태까지 이르기 위해서 되게 열심히 뭔가를 모으고 참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게 나쁘다고 하는건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본인을 잃어버리는 경우를 많이 본 것 같아요.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하는... 실제로 제 친구들과 지인들 중에도 그렇게 힘들어하는 과정들을 많이 봤거든요.
김 : 현재의 즐거움을 찾을 필요가 있죠.
조운 : "욜로족이 돼라"라는 게 아니라 본인이 어떤 거를 할 때 가장 행복하고 뭘 할 때 제일 좋아하는지를 일찍부터 고민을 하고 찾아가는 과정이 남은 인생의 사이클로 봤을 때 되게 현명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죠. 왜냐하면 그거를 뒤늦게 찾기는 어려울 수 있거든요. 내가 좋아하는 거에 대해 훈련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그때 가면 포기해야 될 게 더 많을 거예요. 너무 손에 쥔 게 많았을 때는. 내가 좋아하는 걸 찾고 실행에 옮기기에 짊어진 짐들이 많을 수 있죠. 그래서 지금 한 번쯤은 뭔가 다른 선택을 해봐도 괜찮을 나이이기도 했고, 지금도 젊다고 생각하구요. 아무튼 빠르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한 결정은요.
김 : 좋네요. 그러면 그 길로 가겠다라고 부모님을 설득하거나 주변인들의 만류를 뿌리치는 방법이 있었나요?
조운 : 설득은 없었죠.
김 : 통보만 있었나요?
조운 : 통보만 있었을 뿐이에요.
김 :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
조운 : 그냥 내가 한다는데 어쩌겠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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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
ㅋㅋㅋㅋ이번 인터뷰 너무 재미있어요. 마지막 즐거움을 찾아서 파트에 많은 공감이 되네요! 통보만 있었을 뿐이다 ㅋㅋㅋㅋ 쇼케도 이미 예매했고 일요일이 너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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