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 제주의 산해진미, 연돈과 바다낚시

연돈 예약에 성공하고, 바다낚시를 간 하루

2022.01.29 | 조회 4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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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 잔

매일 자정, 제주 한 달 살이를 같이 하게 됩니다.

어제는 휴식을 가졌습니다. 만성비염인으로, 예상치 못하게 비염으로 고생하게 되는 날이면 살짝 몸살기가 돕니다. 단순히 재채기나 콧물이 나는 것뿐 아니라 몸이 으슬으슬하게 추워지면서 기력이 떨어지는 게 비염인의 인생입니다. 약을 먹고 푹 잠을 자면 금세 컨디션이 나아집니다. 하루 쉬었다고 여러분에게 얘기하고 싶은 게 잔뜩 쌓여버렸습니다. 언젠가 다 전달할 수 있기를.

제주의 산해진미 - ①연돈

제주의 돈가스라고 하면 '연돈'이 떠오른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이렇게나 파급력이 클 줄이야. 조심스럽게 밝히자면 골목식당은 보지도 않은 채, 연돈의 유명세만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줄을 서려면 텐트를 치고 기다려야 한다는 걸 보며, 저렇게까지 웨이팅을 해야하나 싶었다. 아무거나 잘 먹는 막입이라 맛집에 대한 간절함이 딱히 없기 때문일까. 그리고 연돈을 만난 순간, 그동안 내가 알던 돈가스는 모두 바스락거리며 사라져버렸다.

돈가스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고기와 튀김의 국룰 조합인데도 불구하고 왜 별로냐 하냐면, 다 먹고나서 특유의 물리는 느낌이 퍽 거슬리기 때문이었다. 연돈 붐이 일었을 때도 가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가게 된 이유는 동반인 때문이었다. "남자는 돈가스, 여자는 떡볶이"라는 공식이 있다고 한다. 일반화 하는 공식은 안 좋아할 뿐더러, 떡볶이를 좋아하지 않는 여자인 친구가 있기 때문에 무작정 맞는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얼추 보편적이지는 않을까, 하고 생각한 계기가 있다. 나의 남자친구가 돈가스를 너무 좋아하고, 반대로 나는 떡볶이를 너무 좋아하기 때문이다.

돈가스에 환장하는 남자친구 덕에 연돈 테이블링 예약을 시도하게 되었다. 여러 차례 티켓팅 및 수강신청 경력이 있기에 맛집 정도야, 라는 안일한 태도로 예약을 했다. 네이버 서버 시계를 켜지 않은 게 나의 패배 요인이었다. 휴대폰 시계가 8시를 가리키자마자 눌렀는데 1초컷으로 털리고야 말았다. 처참한 패배였다.

다음 날, 이번에는 둘이서 네이버 서버 시계를 켜두고서 시도해보았다. 나는 14시, 상대는 15시를 예약하기로 했다. 59초가 눈으로 보이자마자 손가락은 이미 예약하기 버튼을 눌렀다. 메뉴도 빠르게 치즈돈가스 하나, 등심돈가스 하나를 인원수에 맞게 누르고서 마지막 확인하기 버튼을 누르던 그 순간.

보자마자 끼얏호 소리를 질렀다
보자마자 끼얏호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연돈 예약을 성공했다! 끼얏호!

연돈 던전 입장에 성공하였습니다
연돈 던전 입장에 성공하였습니다

시간당 정해져있는 테이블만 받기 때문에 쾌적하다. 우리가 1번으로 예약이 되어 있었다. 혹시 나, 첫 번째로 예약에 성공한 걸까?

장담하건데 가격 대비 이보다도 완벽한 돈까스는 없을 것이다. 등심 구천 원 치즈 만 원의 가격이라니. 게다가 이 퀄리티로. 싫어하는 그 특유의 물림이 전혀 없었다. 소스도 다양했다. 우선 본연의 맛을 즐기기 위해 아무것도 찍지 않고 먹어야 하고, 그 다음으로는 소금에 찍고, 특제 소스에 찍고, 마지막으로는 수제 카레에 한움큼 듬뿍 담아 먹어야 한다. 각각 소스에 따라 돈가스의 맛이 조화롭게 잘 어우러진다.

또한 연돈은 튀김옷이 예술이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그 튀김옷과는 전혀 다르다. 빵가루 한 올 한 올이 살아서 입 안에 돌아다니는 것만 같았다. 씹을 때마다 바삭, 하는 그 식감이 글자 그대로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내가 알던 튀김까지도 모조리 넉아웃 시켜버리는 빵가루의 위대함이란. 고기도 육즙이 가득해서 부드럽게 씹혔다. 고기의 육즙이 튀김 안에서 여즉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돈가스의 동그란 원형 안에 치즈가 가득 고여 있었다. 치즈돈가스를 만드는 게 모두 수작업이랬다. 그래서 한 테이블 당 하나밖에 되지 않는다. 치즈돈가스를 집어가다가 그만 (다행히도) 내 접시에 흘렸는데, 액체마냥 모짜렐라 치즈가 줄줄 흐르더라.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치즈를 젓가락으로 열심히 옮겨 담았다. 혹여나 굳을세라 바로 입 안으로 넣었는데, 고소함과 담백함이 확 올라왔다. 쭉쭉 늘어나는 것이 치즈로 줄넘기를 해도 될 법도 했다.

돈가스는 여전히 좋아하지 않는 음식이지만, 그럼에도 연돈은 몇 번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갈 수 있을 법했다. (물론 연돈이 허락만 해준다면... 테이블링 예약 다시 성공할 자신은 없다.) 제주도 최고의 맛집은 역시 연돈인가. 연돈을 다 먹으면 옆에 빽다방이 꽤 고풍스럽게 자리잡고 있다. 연돈 돈가스볼이라는 것도 옆에서 팔고 있는데 이건 맛이 좀 미묘하다. 돈가스 만두 같은 느낌... 5개씩 포장하는 걸 사기보다는, 그냥 단품으로 하나 먹어보기를 추천한다.

 

제주의 산해진미 - ② 바다낚시

제주에 와서 아직도 회를 먹어보지 못한 나, 반성해. 참고로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회를 먹지 못했다. 그러면서 무슨 산해진미를 논하냐고 말할 수도 있는데, 직접 잡은 고기로 매운탕을 끓여본 적이 없다면 내게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이번 여행에서는 체험을 많이 했는데, 그중 추천하는 하나가 바로 바다낚시이다.

흐린 날이었는데 배를 타고 나갈 즈음에는 해가 떴다
흐린 날이었는데 배를 타고 나갈 즈음에는 해가 떴다

쇠소깍에 '캡틴호'라고 낚시 체험을 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최소 6명 승선, 최대 20명까지 가능하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바글바글해 20명은 꽉 채운 듯하다. 그럼에도 각각 맡은 자리가 있기 때문에 낚시를 할 때는 같이 온 사람들과 떠들며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바다낚시다보니 터가 썩 중요한 편은 아니다. "터가 안 좋나..."라는 말하는 사람은 하수다. (왜냐하면 내가 처음에 안 잡히니까 막 터가 안 좋다면서 짜증을 냈기 때문이다.)

멀미를 할까 걱정했는데 거세게 불던 바람도 멈추고, 해가 뜨면서 바다가 잔잔해져 별로 힘들지 않았다. 처음에 설명을 해주실 때는 이해하지 못했다. 나중에 선장님께서 오셔서 하나하나 다시 1:1 강습처럼 해주셨다. 그제야 낚싯대 사용법을 다 익힌 나는, 게임인 젤다의 전설과 동물의 숲에서의 낚시 경험을 되살려보았다.

동물의 숲 오피셜 유튜브 영상 캡쳐
동물의 숲 오피셜 유튜브 영상 캡쳐

동물의 숲에서 낚시를 할 땐 A를 잽싸게 눌러야 한다. 동물의 숲에서 물고기가 통통, 밀당하며 내 찌를 물려고 할 때마다 괜히 쫄려서 A를 급하게 누르기도 했다. 덕분에 날린 물고기가 몇 마리나 된다. 그래서 물고기를 보지 않고 가만히 손에 집중하며 눈을 감는다. 게임기에 진동이 오는 순간 팍! 하고 A를 누르면 성공할 수 있다. 

그래서 눈을 감고 낚시대에 집중했다. 흔들리는 추 때문에 입질이 온다고 착각하기 쉽다. 그냥 흔들리는 것과는 다른, 어떤 진동이 손을 타고 전해진다. 그때 올리고서 줄을 감아야 한다. 몇 번 새우를 털리고서 고등어 미끼로 도전했다. (가게 된다면 고등어 미끼를 구매할 것을 추천한다.) 새우보다는 쉽게 털리지 않아 몇 번이고 재활용 할 수가 있다.

바다낚시가 좋은 이유는 강낚시보다는 입질이 좀 더 빨리 와서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 낚시는 기다림의 미학이라고 말하는 이유를 이번 기회에 깨달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색의 시간은 아닌 듯하다. 낚시대 끝을 계속 바라보며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딴 생각을 할 여유가 없었다. 두 시간이 금세 지나가버리고야 말았다.

내가 두 마리나 잡았다!
내가 두 마리나 잡았다!

잘 보이진 않지만 여기 안에 세 마리의 물고기가 들어있다. 두 마리는 내가 잡았다. 물고기를 만지며 바늘을 빼는 작업은 도저히 못할 거 같아서 그냥 두 눈 질끈 감고 남자친구에게 맡겼다. 쏨뱅이라고 했다. 동물의 숲 쏨뱅이랑 닮아서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잡은 걸로 끓인 매운탕
그리고 내가 잡은 걸로 끓인 매운탕

물론 손질은 선장님이 추천해주신 가게에서 부탁했다. 매운탕을 포장해와서 집에서 다양한 반창과 같이 푸짐하게 먹었다. 매운탕 왼쪽 아래에 있는 게 바로 연돈 돈가스볼이다. 집에 와서 매운탕에 라면사리까지 넣고 즐겼다. 지상낙원인가?


 

먹부림 얘기로만 길게 쓸 수 있다니. 누가 보면 맛집 에디터인 줄 알겠다. 음식을 묘사한 적은 많이 없어서 상투적인 표현을 많이 써서 자존심이 살짝 상했다. 나중에 문장을 정리할 수 있다면, 그땐 음식에 대해서 좀 더 담백하면서도 획기적인 문장을 쓰고 싶다. 아무튼 제주에서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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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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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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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bout 2 years 전

    와 완전 낚시왕 됐네 ㅎㅎㅎ 두 마리나 잡다니 고수다, 고수. 그나저나 그 유명한 연돈에 갔군요. 헤엥.. 작년에 엄마랑 제주도 갔을 때 연돈은 사진만 찍고 연돈 옆 가게에서 스파게티였나 먹었던 기억이.. 맛집 옆의 맛집? 정말 제주도에서 잘 먹고 잘 살고 있네 ㅎㅎ 잘 봤어용~♥

    ㄴ 답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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