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승진은 당연히 그 직원 아닌가요?”
매출이 가장 높고, 고객도 신뢰하며, 어려운 과제를 혼자 해결해 온 실무자가 있습니다. 팀 안에서 후배의 질문에도 가장 정확하게 답합니다. 관리자가 공석이 되면 많은 조직이 이런 사람을 가장 먼저 떠올립니다.
그 판단이 틀렸다는 뜻은 아닙니다. 뛰어난 실무 경험은 관리자로서의 신뢰를 얻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실무 성과가 뛰어나다는 사실만으로, 관리자로서도 성과를 낼 것이라고 판단하기 쉽다는 점입니다.
관리자 승진은 일을 더 많이 맡기는 일이 아니라, 성과를 내는 방식이 바뀌는 일입니다. 실무자는 자신의 전문성, 속도, 문제 해결력으로 결과를 만듭니다. 관리자는 구성원이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우선순위를 정하고, 정보를 연결하며, 피드백을 주고, 갈등과 성과 문제를 다루며, 팀의 자원을 배분해야 합니다. 이전에는 자신이 가장 잘하면 됐지만, 이제는 팀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중심이 됩니다.
Benson et al.(2019)은 미국 131개 기업의 영업직원과 관리자의 성과 자료를 분석했습니다. 연구에서는 기업이 현재 영업 성과가 높은 직원을 승진시키는 경향을 보였지만, 승진 전 영업 성과가 높았던 사람이 승진 뒤 더 높은 관리 성과를 보인다고 단정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 연구는 영업직이라는 특정 직무와 미국 기업 자료를 분석한 결과입니다. 그렇지만 ‘현재 일을 가장 잘하는 사람’과 ‘팀의 성과를 가장 잘 높일 사람’이 항상 같지는 않을 수 있다는 시사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실무 성과를 기준으로 한 승진이 언제나 잘못된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실무 성과가 리더 성과를 얼마나 예측하는지 검토한 체계적 문헌고찰도 연구 결과가 일관되지 않아, 성과 우수자 승진의 타당성을 하나의 결론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정리했습니다(Schleu & Hüffmeier, 2021). 따라서 HR은 ‘최고의 실무자를 승진시킬 것인가’를 단순한 찬반 문제로 다루기보다, 새 역할에서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이 직원은 앞으로 무엇으로 성과를 만들게 되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관리자가 된 뒤에도 본인이 핵심 업무를 대부분 처리해야 하는 구조라면, 관리와 실무 사이에서 역할 갈등이 생길 수 있습니다. 팀원에게 일을 맡기고 성장시키는 시간을 확보할 수 있는지, 실무 목표의 일부를 팀 성과 목표로 바꿀 수 있는지 함께 정해야 합니다.
둘째, “다른 사람의 성과를 높인 경험이 있는가”를 물어야 합니다.
후배에게 일을 잘 알려줬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구성원의 역량 차이를 파악하고, 기준을 설명하고,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피드백하며, 필요한 자원과 관계자를 연결해 본 경험이 있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관리 역량은 교육을 통해 키울 수 있지만, 승진 전 실제 과제에서 일부를 관찰할 수 있습니다.
셋째, “이 승진이 이 직원이 원하는 경력 경로인가”를 물어야 합니다.
관리자가 되는 것이 실무 전문성을 계속 깊게 만드는 길과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조직에서 보상, 영향력, 직급을 높일 방법이 관리자 승진뿐이라면, 구성원은 원하지 않는 역할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실무 전문가 경로를 함께 설계하는 일은 관리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놓치지 않는 일인 동시에, 뛰어난 실무자를 억지로 관리자로 바꾸지 않는 일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승진 뒤 무엇을 지원할 것인가”를 물어야 합니다.
첫 관리자에게는 의사결정 권한의 범위, 성과관리 기준, 어려운 면담을 상의할 상위 리더, 팀 운영에 쓸 시간이 필요합니다. 승진 발표만 하고 지원을 맡기지 않으면, 조직은 새 관리자에게 이전 실무 성과와 새로운 관리 성과를 동시에 요구하게 됩니다.
최고의 실무자를 관리자로 승진시키기 전에 HR이 먼저 확인할 것은 그 사람의 현재 성과 순위가 아닙니다. 이 사람이 사람을 통해 성과를 만들고 싶은지, 그 역할을 수행할 경험과 지원을 가질 수 있는지, 그리고 조직이 실무 전문가에게도 성장의 길을 제공하는지입니다.
좋은 승진은 뛰어난 실무자에게 더 큰 직함을 주는 일이 아닙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역할과 조건을 함께 설계하는 일입니다.
현장의 승진과 리더 육성을 실제 성장으로 연결하는 HR 관점을 계속 받아보고 싶다면 메일리를 구독해 주세요.
[참고자료]
Benson, A., Li, D., & Shue, K. (2019). Promotions and the Peter Principle. The Quarterly Journal of Economics, 134(4), 2085–2134. https://doi.org/10.1093/qje/qjz022
Schleu, J. E., & Hüffmeier, J. (2021). Simply the best? A systematic literature review on the predictive validity of employee performance for leader performance. Human Resource Management Review, 31(2), Article 100777. https://doi.org/10.1016/j.hrmr.2020.100777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