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초에는 대화가 비교적 순조롭습니다.
리더와 구성원은 올해의 목표를 정합니다. “매출을 15% 높이겠습니다.”, “신규 프로젝트를 일정 안에 마무리하겠습니다.”, “고객 이슈를 줄이겠습니다.” 구성원은 목표를 이해했다고 말하고, 리더도 같은 방향을 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평가 시즌이 되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구성원은 “합의한 목표를 달성했다”고 말합니다. 리더는 “결과는 냈지만 기대한 수준은 아니었다”고 답합니다. 구성원은 다시 묻습니다. “그 기준은 처음에 말씀해 주셨나요?”
이견은 평가 등급이 발표되는 시점에 갑자기 생긴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문제는 평가 시즌보다 훨씬 앞선 목표 설정 과정에서 시작됩니다. 목표에는 합의했지만, 그 목표를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지는 충분히 합의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목표와 평가 기준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른 질문에 답합니다.
목표는 “무엇을 이룰 것인가”에 관한 약속입니다. 반면 평가 기준은 “어떤 결과와 행동을 어느 수준으로 해냈을 때 좋은 성과라고 판단할 것인가”에 관한 약속입니다. 목표 달성 여부가 평가의 중요한 근거가 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목표를 달성했다고 해서 곧바로 높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결과의 질, 문제를 해결한 방식, 협업 과정, 우선순위가 바뀐 상황에서의 판단도 평가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런 기준이 목표 설정 문서에는 충분히 적히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성원과 리더가 “신규 고객 10곳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합의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구성원은 숫자를 채우는 데 집중합니다. 그러나 리더는 수익성이 높은 고객인지, 기존 고객과의 관계에 부담을 주지 않았는지, 영업과 운영 부서가 함께 실행할 수 있는 방식으로 계약했는지도 중요하게 봅니다. 목표는 같았지만, ‘잘했다’는 판단의 기준은 처음부터 같지 않았던 것입니다.
평가 결과를 두고 생기는 이견을 단순히 구성원의 불만이나 리더의 설명 부족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목표, 판단 기준, 근거 자료, 평가 등급의 의미가 서로 다르게 이해됐을 수 있습니다.
성과평가 연구는 평가를 연말에 한 번 진행하는 행정 절차가 아니라, 목표를 정하고 피드백을 주고 근거를 축적하며 결과를 논의하는 과정으로 봅니다. DeNisi와 Murphy(2017)는 성과평가와 성과관리 연구를 검토하면서, 성과평가는 일정 시점의 공식 평가이고 성과관리는 구성원의 성과를 관리하기 위한 지속적인 활동이라는 점을 구분했습니다. 연말 면담만 잘 준비해서는 평가 이견을 줄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Cawley와 동료들(1998)은 27개 현장 연구를 메타분석해, 구성원의 평가 과정 참여와 평가에 대한 반응 사이에 긍정적 관계가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여기서 참여는 구성원이 평가 결과를 마음대로 정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자신의 성과를 설명하고, 근거를 제시하며, 평가 기준에 관해 의견을 낼 수 있는 기회를 포함합니다.
이 연구 결과가 중요한 이유는 평가의 수용성이 등급의 높고 낮음만으로 결정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구성원은 자신이 어떤 기준으로 평가받았는지 알고, 자신의 관점과 근거를 설명할 수 있을 때 평가 과정을 더 납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리더는 목표를 합의할 때 무엇을 더 확인해야 할까요.
첫째, 목표의 결과뿐 아니라 우선순위를 함께 정해야 합니다. 모든 목표에는 충돌이 생깁니다. 매출 확대와 수익성, 속도와 완성도, 개인 성과와 협업은 때로 동시에 최대로 달성하기 어렵습니다. 리더는 “이번 목표에서는 무엇을 가장 우선할 것인가”를 구체적으로 말해야 합니다. 그래야 구성원이 상황이 달라졌을 때 어떤 기준으로 판단해야 할지 알 수 있습니다.
둘째, ‘달성’과 ‘탁월함’을 구분해 설명해야 합니다. 목표를 달성하면 기본 기대를 충족한 것인지, 기대를 뛰어넘는 성과로 볼 수 있는지, 높은 평가를 받으려면 어떤 추가 기여가 필요한지를 미리 맞춰야 합니다. 이 기준이 없으면 구성원은 목표 달성 자체를 높은 평가의 근거로 보고, 리더는 다른 요소를 더 중요하게 보게 됩니다.
셋째, 평가 근거를 연말까지 미루지 않아야 합니다. 리더는 정기적인 일대일 면담에서 “목표가 진행되고 있는가”만 묻기보다 “현재까지의 결과를 어떤 근거로 평가할 수 있는가”, “처음 합의한 기준이 지금도 유효한가”를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업무 환경이나 우선순위가 바뀌었다면 목표와 평가 기준도 함께 조정해야 합니다. 연말에 처음 꺼내는 기준은 구성원에게 새로운 요구처럼 들릴 수 있습니다.
넷째, 평가 면담에서는 서로 다른 네 가지를 구분해야 합니다. 목표 자체에 이견이 있는지, 목표를 달성한 사실에 이견이 있는지, 성과의 질을 판단하는 기준에 이견이 있는지, 그 판단이 최종 등급으로 이어지는 방식에 이견이 있는지를 차례로 살펴야 합니다. 이 네 가지를 한 번에 섞어 이야기하면 대화는 쉽게 “누가 맞는가”의 싸움이 됩니다.
HR은 평가 양식과 제도를 설계할 때도 목표 항목만 늘리는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습니다. 목표마다 완료 기준, 우선순위, 협업 또는 행동 기준, 확인할 근거를 함께 적을 수 있어야 합니다. 리더 교육에서는 평가 면담의 말하기 기술만 다루기보다, 목표 설정 단계에서 평가 기준을 어떻게 합의할 것인지 연습해야 합니다.
평가 결과의 이견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습니다. 성과에는 숫자로 모두 설명하기 어려운 판단이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견이 생겼을 때 구성원이 “처음 듣는 기준”이라고 느끼지 않게 할 수는 있습니다.
좋은 목표 합의는 목표 문서에 서명하는 일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구성원과 리더가 “우리는 무엇을 성과로 보고, 어떤 근거로 그 성과를 판단할 것인가”를 계속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평가의 공정성은 연말 등급표가 아니라, 그 대화를 얼마나 일찍 시작했는가에서 만들어집니다.
참고자료
Cawley, B. D., Keeping, L. M., & Levy, P. E. (1998). Participation in the performance appraisal process and employee reactions: A meta-analytic review of field investigation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83(4), 615–633. https://doi.org/10.1037/0021-9010.83.4.615
DeNisi, A. S., & Murphy, K. R. (2017). Performance appraisal and performance management: 100 years of progress? Journal of Applied Psychology, 102(3), 421–433. https://doi.org/10.1037/apl00000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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