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 제도를 도입하거나 업무 방식을 바꾸려 할 때, 경영진이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중간관리자들이 변화를 제대로 밀어주지 않습니다.”
변화 설명회에도 참석했고, 교육 자료도 전달했습니다. 그런데 팀에서는 예전 방식이 계속 유지됩니다. 일부 중간관리자는 변화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구성원의 불만만 위로 올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이때 조직은 쉽게 결론을 내립니다.
“태도 문제다.”
물론 변화에 부정적인 태도가 전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중간관리자의 태도만 살피면 더 중요한 질문을 놓치기 쉽습니다. 그들에게 변화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맡겼고, 그 역할을 수행할 정보, 시간, 권한, 우선순위를 함께 주었는가입니다.
중간관리자는 위에서 정한 변화를 아래로 전달하는 사람만이 아닙니다. 변화의 의미를 자기 업무에 맞게 해석하고, 구성원이 제기하는 우려를 듣고, 고객과 운영에 미칠 영향을 조정하며, 현장에서 가능한 실행 방식으로 바꾸는 사람입니다. 동시에 기존 성과도 지켜야 합니다.
Balogun(2003)은 조직 변화 과정의 중간관리자를 ‘변화의 중개자’로 설명했습니다. 연구는 중간관리자가 변화의 의도를 해석하고, 자신의 일하는 방식을 바꾸며, 다른 구성원을 돕고, 전환기에도 기존 업무를 유지하고, 부서의 변화를 실행하는 복합적인 역할을 수행한다고 보았습니다. 이 역할의 해석 과정이 간과되면 업무량과 역할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고객관리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생각해 보겠습니다. 중간관리자에게 “팀원들이 이번 달 안에 새 시스템을 쓰도록 해 주세요”라고만 전달하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팀장은 교육 일정을 잡고, 구성원의 질문에 답하고, 기존 고객 문의도 처리해야 합니다. 그런데 기존 업무 중 무엇을 줄여도 되는지, 고객 대응 중 예외가 생기면 어디까지 결정할 수 있는지, 새 시스템의 초기 오류는 누가 해결할지 정해져 있지 않다면 팀장은 변화를 멈추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변화와 운영 사이에서 조정할 기준이 없는 것입니다.
Huy(2002)의 3년 현장 연구도 이 장면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급진적 변화를 시도한 한 대기업에서 중간관리자는 자신이 맡은 변화 과제에 힘을 싣는 동시에, 구성원이 느끼는 불안과 혼란을 살피는 두 역할을 함께 수행했습니다. 연구에서는 변화 추진에만 치우치면 현장 혼란이 커질 수 있고, 반대로 구성원의 감정만 살피면 변화가 멈출 수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중간관리자에게 필요한 것은 어느 한쪽의 태도가 아니라, 변화를 추진하면서도 운영의 연속성을 지키는 역할입니다.
그래서 HR은 변화가 느릴 때 중간관리자의 의지부터 평가하기보다 역할 설계를 먼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변화의 목적을 자기 팀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정보가 있는가. 현장에서 생기는 예외를 어느 범위까지 결정할 권한이 있는가. 새 업무를 시작하는 동안 기존 업무 중 무엇의 우선순위를 낮출 수 있는가. 구성원의 질문과 운영상 위험을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올려야 하는가. 그리고 평가 지표는 변화 실행과 기존 성과를 함께 고려하도록 설계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면, 중간관리자가 변화에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역할이 비어 있을 가능성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관리자 교육이나 변화 워크숍에서는 실제 변화 과제 하나를 골라 네 가지를 적어 볼 수 있습니다. 변화의 목적, 팀장이 결정할 수 있는 범위, 기존 업무에서 조정할 우선순위, 상위 리더에게 다시 논의할 조건입니다. 이 네 가지가 정리되면 중간관리자는 단순 전달자가 아니라 변화 과정에서 판단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습니다.
변화의 병목은 중간관리자의 태도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태도를 바꾸라고 요구하기 전에, 조직이 그들에게 어떤 역할을 맡기고 무엇을 가능하게 했는지 살펴보는 편이 더 정확한 출발점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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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 Balogun, J. (2003). From blaming the middle to harnessing its potential: Creating change intermediaries. *British Journal of Management, 14*(1), 69–83.
- Huy, Q. N. (2002). Emotional balancing of organizational continuity and radical change: The contribution of middle managers.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 47*(1), 3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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