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확보&리더육성

#28 위임했는데 왜 모든 결정이 다시 리더에게 돌아올까?

업무만 넘기고 판단 기준은 남겨두면 위임은 다시 리더의 일이 됩니다. 결정 범위와 재논의 조건을 합의하는 방법을 살펴봅니다.

2026.08.31 | 조회 141 |
0
|
첨부 이미지

“보고서 초안은 맡겼는데 대상 부서, 일정, 문장 하나까지 계속 물어봅니다.” 관리자 교육에서 익숙한 하소연입니다. 팀장은 분명 일을 맡겼는데 구성원은 매 단계마다 확인합니다. 결국 보고서는 다시 팀장의 일이 됩니다.

 

그 이유를 되짚어보겠습니다. “일정을 하루 미뤄도 될까요?” 구성원에게 일정 변경 권한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부서까지 인터뷰할까요?” 다른 부서와 협의할 범위가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면 완성인가요?” 기대한 결과와 완성 기준도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과업은 전달되었지만 판단의 기준은 전달되지 않은 셈입니다.

 

업무를 맡긴다고 결정권까지 저절로 옮겨가지는 않습니다. 한 글로벌 풍력기업에서 누가 업무를 수행하고 누가 결정하는지를 적은 책임표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실제 수행자와 공식 결정권자가 다르게 배정된 사례가 관찰됐습니다. 다만 한 기업의 풍력사업 관련 업무 프로세스를 살펴본 연구라 모든 조직에 적용하는 데는 한계는 있습니다(Dobrajska et al., 2015).

 

구성원의 반복 질문을 이해하려면 피드백 탐색 연구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Bennett et al. (1990)은 업무상 역할이나 결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불확실성을 불편하게 느끼는 구성원이 상사나 동료에게 직접 피드백을 구하는 행동을 더 많이 보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따라서 HR은 구성원이 자꾸 질문하는 행동을 그의 소극적인 성향 탓으로 서둘러 결론 내리기보다, ‘누가 무엇을 결정할 수 있는가’와 ‘언제 다시 상의해야 하는가’가 명확한지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큰 자율성이 언제나 답은 아닙니다. 임파워링 리더십은 구성원의 동기, 태도, 행동, 성과와 평균적으로 긍정적인 관계를 보였습니다(Kim et al., 2018). 한국 조직을 조사한 한 연구에서는 임파워링 리더십을 더 많이 경험한 구성원일수록 자기효능감도 높았지만, 업무로 인한 긴장도 높은 경향이 함께 나타났습니다(Cheong et al., 2016). 폐수처리 현장의 17개 팀을 살펴본 연구에서는 자율성을 높인 뒤 성과 변화가 업무의 불확실성에 따라 달라지기도 했습니다(Cordery et al., 2010). 이 연구 결과와 앞서 살펴본 결정권 배분 문제를 함께 보면, 위임을 통해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은 구성원의 자기효능감과 성과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지만, 동시에 업무로 인한 긴장을 높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업무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자율성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리더는 자율성의 크기만 늘리기보다 업무 범위와 판단 기준, 다시 상의할 조건을 함께 명확히 해야 합니다.

 

그래서 관리자 교육에서는 실제 업무 한 건을 골라 ‘한 장 위임 합의문’을 써보길 권합니다.

합의문에는 네 가지를 담습니다.

첫째, 기대 결과입니다. 무엇이 완성되면 성공인가?

둘째, 결정 범위입니다. 혼자 정할 일과 미리 상의할 일은 무엇인가?

셋째, 정보와 자원입니다. 판단에 필요한 자료, 관계자, 예산에 접근할 수 있는가?

넷째, 재논의 조건입니다. 어떤 위험 신호가 보이거나 어느 시점이 되면 다시 상의할 것인가?

 

‘알아서 진행한다’ 같은 말은 피하는 편이 좋습니다. 대신 ‘인터뷰 대상은 담당자가 정하되, 고객 일정 변경은 팀장과 협의한다’처럼 결정 단위를 적습니다. 중간 점검도 모든 선택을 승인받는 자리가 아니라, 처음 합의한 재논의 조건에 해당하는지 확인하는 대화로 바꿀 수 있습니다. HR은 이 문서를 평가 서식보다 관리자와 구성원이 서로 다르게 이해한 경계를 드러내는 연습지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구성원의 경험이 부족하면 결정 범위를 좁히고 점검 간격을 짧게 잡을 수 있습니다. 경험이 쌓이고 필요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게 되면 범위를 다시 넓힙니다. 핵심은 처음부터 최대한의 자율성을 주는 데 있지 않습니다. 업무의 불확실성과 실수했을 때의 비용에 맞춰 판단 범위를 조율하는 데 있습니다.

 

물론 결재·전결 규정, 안전, 재무, 인사·노무, 개인정보 관련 권한은 리더와 구성원의 합의만으로 바꿀 수 없습니다. 고객에게 미칠 영향이 크거나 오류 비용이 높은 일에서 질문은 소극성이 아니라 합리적인 위험 보고일 수 있습니다.

 

위임은 리더가 손을 떼는 일이 아닙니다. 구성원이 스스로 판단할 범위와 다시 상의할 조건을 미리 맞추는 일입니다. 다음에 구성원이 결정에 대한 질문을 다시 한다면 “왜 자꾸 물어보지?”보다 “우리가 아직 합의하지 않은 것은 무엇이지?”를 먼저 물어보면 어떨까요?

 

현장에서 바로 써볼 수 있는 HR·리더십 관점을 계속 받아보고 싶다면 메일리를 구독해 주세요.

 

[참고자료]

  • Cordery, J. L., Morrison, D., Wright, B. M., & Wall, T. D. (2010). The impact of autonomy and task uncertainty on team performance: A longitudinal field study. Journal of Organizational Behavior, 31(2–3), 240–258. https://doi.org/10.1002/job.657
  • Dobrajska, M., Billinger, S., & Karim, S. (2015). Delegation within hierarchies: How information processing and knowledge characteristics influence the allocation of formal and real decision authority. Organization Science, 26(3), 687–704. https://doi.org/10.1287/orsc.2014.0954
  • Kim, M., Beehr, T. A., & Prewett, M. S. (2018). Employee responses to empowering leadership: A meta-analysis. Journal of Leadership & Organizational Studies, 25(3), 257–276. https://doi.org/10.1177/1548051817750538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HRer 성장노트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다른 뉴스레터

© 2026 HRer 성장노트

HR 관련 인사이트를 공유합니다.

메일리 로고

도움말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채팅으로 문의하기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대표번호: 070-8027-1409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광장로 199, 5층 501-2-31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