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의 유행, 그리고 케이팝에 물들기까지 🎨
Y2K는 Year 2000(K=1000), 즉 90년대 말과 00년대 초반을 나타내는 키워드로 근 몇 년간 다양한 곳에서 계속 떠오르고 있던 트렌드이죠. 그중에서도 패션계에서 Y2K 유행은 아주 빠르게 확산되고, 일반인부터 셀럽까지 그 파급력을 자랑했습니다. 2010년대에는 화려한 패턴과 로고, 사치스러운 명품 등이 유행이었는데요. 구찌나 슈프림 등의 로고는 다른 브랜드와의 끊임없는 협업으로 많은 제품들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현재는 본격적으로 개성을 강조한, 럭셔리보단 힙한 개인 브랜드의 제품들이 유행이죠. Y2K 대표 브랜드인 본더치(VON DUTCH)나 쥬시꾸뛰르(Juicy Couture) 등은 한때 럭셔리 아이템으로 소비되었지만, 현재는 레트로 패션의 일환으로 빈티지 제품으로 소비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현재 실버 폴더폰, 다마고치, 루즈삭스 등 다양한 Y2K 아이템들이 많은 사랑을 받으며 여기저기서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유행은 코로나19 이후로 두드러지게 나타났는데요. 사람들은 경제적으로 위기를 맞이하여 이전의 과소비는 줄이고, 패션의 일환으로 중고를 소비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현상들은 많은 것들을 바꿔놓았죠. 메타버스 등 IT 기술의 급격한 발전, 칩거 생활로 인한 틱톡 활성화, 자극적인 하이퍼 팝(ex. 에스파 - Savage) 유행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되고 나서 도파민이 가득했던 급변의 시대는 끝나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바로 노스탤지어의 시대인데요. 앞으로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이전 시대의 향수를 좇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죠.
케이팝에도 이러한 사회문화적 현상은 잘 나타났습니다. 대표적으로 뉴진스를 떠올릴 수 있는데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그녀들은 Y2K 트렌드를 놓친 적이 없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데뷔초 ‘Attention’ 무대와 뮤비를 통해 청순한 긴 생머리에 내추럴한 의상으로 대중에게 충격적인 비주얼을 선사한 뉴진스. 박시한 농구 저지, 탱크탑에 로우라이즈 트레이닝복, 스포츠 유니폼 반바지 등 이전에 케이팝 아이돌 의상으론 보기 힘든 아이템들로 신선한 충격을 주었죠. 또한 일명 ‘디토 감성’을 한껏 뽐낸 ‘Ditto’ 뮤직비디오도 큰 화제였습니다. 특히 반희수로 등장하는 인물이 들고 있는 캠코더와 그 카메라로 찍힌듯한 저화질의 레트로한 장면들은, 이미 진행되던 디지털카메라 유행에 불을 붙이기에 충분했죠. 2023년엔 뉴진스가 또 어떤 포인트로 Y2K 유행을 선도했는지, 아래에 이어서 설명드릴테니 계속 주목해주세요!
그룹별로 살펴보는 Y2K 트렌드 🚀
2023년에도 역시나 수많은 그룹들이 제각기 다른 매력으로 Y2K 유행에 탑승하였는데요. 패션과 노래를 제외하고도 다양한 소재로 본인들만의 Y2K를 어필하였습니다. 어떤 그룹들이 어떤 방식으로 Y2K를 뽐내왔는지, 함께 만나보러 가실까요?
- (여자)아이들 - 'Allergy & 퀸카 (Queencard)'
(여자)아이들의 이번 여섯 번째 EP의 선공개곡이었던 ‘Allergy’는 이전에 큰 사랑을 받았던 ‘TOMBOY’에 기조를 이어 나온 팝 락, 팝 펑크 장르의 곡인데요. 00년대에 어린 친구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던 사춘기 감성의 락스타 에이브릴 라빈(Avril Lavigne)이 떠오르는 곡입니다. 이번 EP의 타이틀곡인 ‘퀸카 (Queencard)’는 제목부터 Y2K 향기가 물씬 나죠. 그 시절을 풍미했던 영화인 <퀸카로 살아남는 법(Mean Girls)>이 떠오르는 곡 제목, 그리고 (여자)아이들의 다양한 스타일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핑크색은 Y2K의 대표적 컬러라고 볼 수 있죠. (여자)아이들은 첫 정규 앨범 [I NEVER DIE] 앨범 커버부터 활동 무대 의상까지 이러한 색깔을 종종 보여주었는데요. 정규 활동에는 톤다운된 마젠타 핑크 컬러와 레더 의상으로 강렬한 음악에 맞춰 선보였다면, 이번 활동에는 쿨한 톤의 핑크색과 페미닌한 무드의 의상으로 활동했습니다. 또한 Y2K 패션이 유행이라 해도, 일반인부터 셀럽까지 다들 요즘의 방식으로 재해석하여 스타일링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여자)아이들은 그 시절을 그대로 가져온 듯한 트레이닝복, 청패션 등의 Y2K 스타일링으로 화제였습니다.
- KISS OF LIFE - 'Sugarcoat (NATTY Solo)'
키스오브라이프, 일명 키오프의 데뷔 EP인 [KISS OF LIFE]에서 가장 먼저 공개되었던 곡은 나띠(NATTY)의 솔로곡인 'Sugarcoat' 입니다. 나띠는 이 곡의 음악, 스타일링, 무대 등 모든 방면에서 Y2K 감성을 잘 나타내어 아기 이효리, 아기 보아 라는 별명을 얻었을 정도였는데요. 뮤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나띠는 CD 플레이어를 틀고 길거리에서 춤을 추기 시작하며 이 때 착용한 아이템들은 빈티지 모자, 밀리터리 패턴의 카고바지, 체크 셔츠 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나띠 솔로곡의 진가는 패션보다는 음악에 있다고 볼 수 있는데요. 듣기만 해도 90-00년대가 떠오르는 컨템포러리 알앤비 장르의 곡으로, Y2K의 유행 돌풍은 음악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러한 90-00년대 컨템포러리 알앤비 유행은 영국, 미국 등에서 계속 돌고 있었는데요. 대표적인 아티스트 두 그룹, 걸그룹 FLO와 보이그룹 No Guidnce가 있습니다. 이들의 음악 또한 그 시절로 시간 여행을 한듯한 알앤비 장르의 곡들인데요. 특히나 주목해야 할 점은 FLO의 음악 프로듀서인 MNEK(Uzoechi Emenike)가 이번 나띠의 솔로곡 'Sugarcoat' 작곡에 참여했다는 것입니다. MNEK 송라이터의 케이팝 작업(트와이스의 MORE & MORE, 에스파의 Life′s Too Short 등)은 종종 있었지만, 이렇게 힙합 소울이 가득한 현지 Y2K 감성의 알앤비로 케이팝 아티스트 곡에 작업을 했다는 건 특별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 aespa - 'Thirsty'
‘Thirsty’는 에스파의 세 번째 EP의 수록곡으로, 트랙 비디오에서 Y2K 감성을 포착할 수 있었는데요. 특히나 썸네일에서 멤버들은 일렬로 앉아 음료의 빨대를 물고 정면을 바라보며 위에는 익숙한 폰트의 트랙명이 적혀있는데요. 이는 <프렌즈 (Friends)>의 포스터 장면을 그대로 따라한 것임을 알 수 있죠. 프렌즈는 미국의 대표 시트콤으로 94년도부터 04년도까지 아메리카를 넘어 전세계의 사랑 받은 전설적인 드라마입니다. 따라서 드라마 안에서의 모든 것들이 Y2K 트렌드 그 자체이며, 이를 오마주한 ‘Thirsty’의 트랙 비디오에서도 이 느낌을 물씬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비디오에 등장하는 흰 배경에 가수가 서있는 장면은 90-00년대 힙합 & 알앤비 뮤비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구성인데요. 그 당시 특유의 저예산 뮤비 감성이 잘 느껴지죠. 이 뿐만 아니라 하이틴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학교 사물함(School Lockers), 여자들의 파자마 파티인 걸즈 나잇(Girls Night) 등 다양한 소재를 넣은 에스파의 Y2K 트랙 비디오였습니다.
📺 에스파의 ‘Thirsty’ 트랙 비디오 감상하기
🎵 에스파의 ‘Thirsty’ 음악이 취향이라면, 추천곡
- NewJeans - [Get Up] 그리고 'New Jeans'
앞서 언급했듯이 뉴진스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Y2K 트렌드를 놓친 적이 없었죠. 이번 EP [Get Up]에서는 이전보다 더 캐치하고 덕후 몰이를 할 수 있는 방식으로 Y2K 유행을 이어갔습니다. 바로, 친숙한 애니메이션 캐릭터에 멤버들의 특징을 입혀서 이번 EP의 키비주얼로 사용했다는 건데요. 이 캐릭터는 바로 98-05년도에 방영되었던 미국의 대표적인 Y2K 애니메이션인 <파워퍼프걸>이죠. 이 콜라보로 제작된 캐릭터는 앨범 커버 이미지로도 사용되었고, ‘New Jeans’ MV에도 계속하여 등장합니다.
뉴진스의 음악을 들으면, 최근 가장 핫한 ‘핑크팬서리스(PinkPantheress)’의 음악이 떠오르는데요. 요즘 음악에서 가장 많이 들리는 조합인 ‘컨템포러리 알앤비 + 브레이크 비트류’의 대표적인 아티스트라 하면 해외에서는 핑크팬서리스, 국내에서는 뉴진스라고 할 수 있죠. 이 두 아티스트가 음악 뿐만 아니라 다른 공통점도 갖고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핑크팬서리스는 SNS 프로필 사진마다 파워퍼프걸의 버터컵으로 해놓으며, 이 캐릭터의 덕후로도 유명합니다. 그렇다고 이를 통해, 단순히 두 아티스트의 음악과 비주얼 요소가 닮아 있다고만 여기면 안되겠죠. 이 두 아티스트의 본질적인 공통점은 Y2K 노스탤지어를 추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해외에서 제일 핫한 핑크팬서리스, 국내에서 제일 핫한 뉴진스 두 아티스트 모두 Y2K를 고집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몇 년이 지난 트렌드인 Y2K가 아직까지도 얼마나 유효한지 알 수 있네요!
Editing by 금도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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