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번째 연못] 뱀파이어들이 찾은 유한한 사랑, 엔하이픈

[컴백 탐구] 영원 따윈 포기할게, Sweet Venom 🧡

 지난 5월, 미니 4집 [DARK BLOOD]로 밀리언셀러를 달성하며 커리어 하이를 이뤄낸 엔하이픈이 컴백했습니다! 미니 5집 [ORANGE BLOOD]는 전작 [DARK BLOOD]의 뒷이야기로 엔하이픈만의 서사를 이어가고 있는데요. 하이브의 오리지널 스토리 ‘DARK MOON: 달의 제단’의 요소가 녹아있는 이들의 서사는 소년의 이야기를 통해 엔진(ENGENE: 팬덤명)과 연결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이번 앨범에서는 모든 것이 영원할 수 없음을 깨달은 소년이 현재에 충실하자는 카르페 디엠(Carpe diem)처럼 지금 바로 이 순간, 모든 것을 걸고 최선을 다해 너를 사랑하고자 다짐한다는 서사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가장 따뜻한 색인 오렌지를 통해 소년의 다짐을 보여주는 엔하이픈의 미니 5집 [ORANGE BLOOD]. 함께 알아보러 가실까요? 🧡

[음악 탐구] 달콤한 '너'의 독을 노래하는 뱀파이어 🧛

 엔하이픈은 매번 탄탄한 세계관을 바탕으로 한 시리즈 앨범을 자랑하는데요. 이번 앨범 [ORANGE BLOOD]는 BLOOD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로 전작 [DARK BLOOD]를 통해 선보인 다크 이미지를 벗고 한층 가벼워진 엔하이픈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전작에서는 너를 위한 희생을 각오하는 강하면서도 고혹적인 이미지가 부각되었다면, 이번에는 너의 곁에서 버티리라 다짐하는 은은한 섹시미를 중점으로 표현했다고 하는데요. 달콤한 ‘너’의 독을 노래하는 뱀파이어가 된 엔하이픈의 이야기를 들으러 가보시죠! 🤗

 타이틀 곡 'Sweet Venom'은 그루비한 베이스 라인을 기반으로 펑키한 매력이 돋보이는 누디스코 곡입니다. 데뷔 후 처음으로 이지리스닝 곡을 타이틀 곡으로 내세운 만큼 대중적인 정서가 돋보이는 특징이 있는데요. 이는 곡에 심어진 장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가벼운 무게감과 부드러운 무드, 그리고 보컬 디렉팅이 있죠. 전작에 비해 전체적으로 톤업된 분위기에 클라이맥스 없이 물 흐르듯 진행되는 흐름과 공격적으로 연주되는 묵직한 베이스 위에 얹어진 나른한 보컬은 무게감을 덜어주었습니다. 특히, 1절과 2절의 Verse를 동일하게 구성한 점이 곡 자체를 미니멀하게 진행하려는 의도로 비춰지네요.

 무엇보다 전략적인 보컬 디렉팅이 이번 곡의 매력을 살렸는데요. '나를 살아있게 하는 달콤한 독'이라는 은은한 달콤함을 표현하기 위해 파워풀한 보컬보다는 힘을 뺀 리드미컬한 보컬을 택했습니다. 특히, Pre-Chorus 구간에서의 가성 파트는 가사를 대변하며 메시지 전달을 강조하기도 하는데요. 서서히 고조되다가 "혈관 속에 퍼져가는 taste of your"이라는 가사에 맞춰 폭발되는 가성은 마치 달콤한 독이 실제로 퍼지는 듯한 인상을 부여합니다. 또, Post Chorus에서 반복되는 "Sweet"은 달콤한 독에 하염없이 이끌리는 화자를 나타내기도 하죠.

 또한, 엔하이픈은 유기적으로 이어지는 수록곡 서사 맛집이기도 한데요. 달콤한 '너'의 독으로 살아있다는 콘셉트에 맞게 수록곡에서도 다양한 '너'를 표현했습니다. [ORANGE BLOOD]를 축약한 'Mortal'을 시작으로 나라는 괴물을 사랑하는 너를 그리는 'Still Monster', 너에 대한 끝없는 욕망과 집착의 '멀어', 너로 인한 감사를 오렌지꽃에 비유한 'Orange Flower'가 수록되어 더욱 탄탄한 세계관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원곡과 다른 이야기를 담은 영어 버전의 ‘Sweet Venom’과 해당 버전에 Bella Poarch가 피처링한 또 다른 ‘Sweet Venom’까지, 총 세 가지 버전의 ‘Sweet Venom’이 수록되어 하나의 곡을 여러 방법으로 즐기는 재미 포인트도 챙겼습니다! 😆

[작가 탐구] 익숙한 듯 아닌 듯 새로운 조합 Slow Rabbit🐰

 엔하이픈은 데뷔 초부터 빌리프랩 소속 프로듀서인 Wonderkid와 방시혁 의장을 주축으로 작업을 이어왔는데요. 이번 앨범의 타이틀곡 'Sweet Venom'에서는 Slow Rabbit 프로듀서와의 첫 협업이 이루어졌습니다. Slow Rabbit 프로듀서는 빅히트 뮤직 소속으로 방탄소년단의 '좋아요'로 데뷔하여 현재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메인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Slow Rabbit은 아미(방탄소년단 팬덤) 사이에선 오래전부터 유명한 인물입니다. 주로 서정적인 곡을 담당하며 "BTS의 따뜻한 노래에는 항상 그가 등장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따스하고 달콤한 감성을 자랑합니다. 이에 팬들은 "Slow Rabbit 감성"이라는 수식어를 만들기도 했는데요. 그렇기 때문일까요, 엔하이픈의 'Sweet Venom' 역시 전작보다 훨씬 가볍고 부드러운 무드를 보였습니다. 2019년부터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메인 프로듀서가 되면서 앨범 전체를 담당하다 보니 그 시절 Slow Rabbit 감성은 많이 옅어졌지만, 이름처럼 달콤한 'Sweet Venom'을 통해 여전히 그의 따스하고 달콤한 감성이 남아있음을 시사했습니다.

 엔하이픈과 Slow Rabbit 프로듀서의 조합이 마냥 낯설지만은 않은 이유는 <I-LAND>때부터 빅히트 사단이 주도적으로 제작에 참여했기 때문인데요. 사실 이 둘의 조합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해요! 이는 아무래도 기존의 강렬한 엔하이픈의 이미지와 Slow Rabbit 프로듀서의 음악색의 상반된 특징을 지니고 있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 Slow Rabbit 따스하고 달콤한 감성 곡 다시 듣기

1. 방탄소년단 - 좋아요

2. 방탄소년단 - EPILOGUE: Young Forever

3. 방탄소년단 - Miss Right

🎧 Slow Rabbit 메인 프로듀서 참여 곡 다시 듣기

1. TXT - Sugar Rush Ride

2. TXT - 0X1=LOVESONG (I Know I Love You) feat. Seori

3. TXT – 9와 4분의 3 승강장에서 너를 기다려 (Run Away)

[콘셉트 탐구] 콘셉트로 알아보는 엔하이픈의 서사 📙 

 엔하이픈은 [ORANGE BLOOD]를 통해 주어진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소년의 ‘카르페 디엠(Carpe diem)’ 사랑을 노래했는데요. 이러한 서사를 시각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콘셉트마다 무드 필름과 포토를 공개하며 현실을 뛰어넘는 엔하이픈의 독보적인 비주얼을 보여주었습니다.

 ‘KSANA’와 ‘KALPA’ , ‘ENGENE’의 세 가지 버전의 콘셉트로, 콘셉트명에 산스크리트어 단어를 활용하여 앨범의 서사를 전달하고 있는데요. 너와 함께하는 모든 순간을 사랑으로 채워 우리의 연결이 오래도록 계속되기를 바라는 소년의 바람을 재현했습니다.

🧡 KSANA

 KSANA는 산스크리트어로 ‘찰나’를 뜻하는 단어인데요. 불안하고 두려운 감정을 품은 채 사랑에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소년들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KSANA 버전 무드 필름에는 'LIFE IS BEAUTIFUL BECAUSE NOTHING IN IT IS EVERLASTING.'라는 문구를 담아내며, 영원하지 않기에 아름다운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화면에는 붉고 흐린 하늘 아래 클래식카가 등장하는데요. 하트 모양의 번개가 치며 영상이 마무리돼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즉, 그들은 이 무드 필름을 통해 '사랑'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죠.

 이러한 무드는 콘셉트 포토에서도 이어지는데요. 미니멀한 공간에서 하트 모양의 번개, 물방울, 불꽃 등을 활용한 콘셉트로 현실같지 않은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 KALPA

 KALPA는 ‘헤아릴 수 없는 시간(영겁)’이라는 의미의 산스크리트어 단어로, 미니 4집 [DARK BLOOD]를 거쳐 다시 연결된 우리의 마음이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라는 소년의 순수한 모습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KALPA 버전 무드 필름은 KSANA 버전과는 상반된 느낌을 주는데요. 오렌지꽃과 햇살이 가득 찬 화면에 ‘WE WILL BE REMEMBERED IN FATE BECAUSE THERE IS TO BE AN END.’라는 문구를 담아내며, 끝이 있기에 더 운명적으로 기억될 우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Orange Flower’라는 트랙명에서도 엿볼 수 있듯, [ORANGE BLOOD]에서 오렌지꽃은 상징적인 오브제로 등장하는데요. 오렌지꽃을 주고받는 것으로 사랑을 맹세하는 서구의 문화를 통해, 앨범의 서사와 비주얼을 함께 풀어내고 있습니다.

 콘셉트 포토에서도 순수한 소년의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모래와 문으로 둘러싸인 신비로운 세트, 구름에 뛰어든 것 같은 연출과 함께 담아낸 무지개 빛은 영롱한 느낌을 더하고 있습니다. 조명을 다양하게 활용하여 멤버들을 더욱 아름답고 로맨틱하게 보여주네요.

🧡 ENGENE

 ENGENE 버전 무드 필름에는 따스한 햇볕이 내리쬐는 호수의 풍경 위로, 'WE ARE BEAUTIFUL WITHIN MORTALITY' 라는 문구를 담아 유한함 속에서 더욱 아름다운 우리의 서사를 완성하고 있습니다.

 콘셉트 포토에서는 푸른 들판을 배경으로 찬란한 청춘을 즐기는 엔하이픈을 연출합니다. 화려한 색감의 니트 스타일링과 함께 피크닉 소품들로 키치하면서도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데요. 따스한 햇빛 아래 휴식을 취하는 이들의 모습은 위의 콘셉트들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로, 엔하이픈의 소년같은 매력을 가득 담아냈습니다.

 사랑, 순수, 청춘이라는 세 가지 콘셉트를 통해 엔하이픈이 [ORANGE BLOOD]로 보여주고자 했던, 로맨틱한 서사를 잘 느낄 수 있었네요!

Editing by 산도끼, 별도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