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읽을지, 어떻게 읽을지 모른 채로 썼던 막연한 시간들이 눈앞의 생생한 독자들을 만날 때 지속해나갈 수 있는 단단함으로 바뀌어간다는 걸 알았다.
책 작업을 하던 다시 그때로 돌아가 불안하고 두려운 나에게 ‘괜찮아. 읽어줄 거야. 읽고 좋다고 얘기해 줄 거야.’라고 말해줄 수 없지만 대신 지금의 나에게, 새로운 글을 써야 하는 나에게 말해주기로 한다. ‘괜찮아. 좋아해 줄 거야. 분명 좋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을 거야.’
그래서 계속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한 명 한 명의 독자를 만나서 그들이 내 글을 읽어줄 거라는 믿음, 잘 읽어줄 거라는 믿음을 쌓아가기 위해. 부족한 걸 뼈저리게 실감하며 날마다 절망하지만 계속해서 써내고 보여주며 밀고 나가는 것. 자신 없어서 멈췄다면, 그만두고 말았다면 결코 알 수 없는 것들. 쌓이지 않는 것들. 확신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걸 해보아서 알 수 있었다.
계속하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유명 작가의 에세이와 일기가 쏟아져 나오는 요즘, 내가 쓴 글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것이 독자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 수 있을지 생각한다.
결론은 나는 황정은이 아니다. 문보영이 아니다. 김혼비도 아니고 정지돈도 아니며 이슬아도 아니다. 그들도 내가 아니다. 나는 한 번도 그들이었던 적이 없고 그들도 한 번도 나였던 적이 없다.
그래서… 내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뭘까. 나만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뭘까 고민한다. 꼭 쓰고 싶고 써야만 하는 것에 대해. 그러나 그것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 글로 인해 누군가의 삶을 송두리째 바뀌길 바라는 건 지나친, 아주 지나친 욕심이다. 나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조금 더 격려해주고 조금 더 받아들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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