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나는 많이 자유로워졌다. 쓰기 안에서. 오랜만에 느끼는 이 감각은 마치 처음 시를 접하고 배울 때처럼, 즐거움만 존재했던 그때처럼 한없이 가벼웠다.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더구나 동시를 써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나는 많이 경직된 상태였다. 제도권 바깥에서, 독립출판 씬에서 글을 써오면서 끊임없이 자기 증명을 해야 했고-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어린 아기를 키우면서 내 시간을 확보한다는 건 함께 사는 구성원의 양해와 협조와 합의의 과정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렇게 마련한 시간은 눈에 보이는 결과가 뒤따라야 한다는 중압감으로 가득했다.
대개 배우자가 일하러 가면서 집에서 파트너가 돌봄과 가사 노동을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일을 하러 갈 수 있다, 그걸 잊지 말고 매시간 최선을 다하고 시간을 허투루 쓰지 말아야지, 이 정도 각오까지는 하지 않는 것 같은데 나는 왜 그랬나 모르겠다. 온전히 휴식하며 나만의 유희를 위한 시간을 만들지 못했다. 그렇더라도 죄책감 비슷한 걸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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